“한창 좋은 시절에 활동했던 동호회에서 열정을 다 바쳤던 것 같아요. 걷는 게 좋았던 아마추어가 길 전문가가 된 거죠.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나만의 길을 찾아다녔는데, 오늘 걸었던 길처럼 사람들이 많이 밟지 않은 길, 숲길, 오솔길을 좋아해요. 그런 길 위주로 사람들과 함께 많이 걸었어요. 정말 그때는 열정적으로 길을 안내했죠. 그 래서 제 길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지금도 같이 걷는 거 같아요.”
산들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신미숙(61) 씨는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고 따르는 사람도 많다. 걷는 게 좋아서 걷고, 책임감 때문에도 걸었다. 언젠가는 다리를 크게 다쳐 수개월은 절대 안정하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었지만 그냥 배낭 하나 메고 밖으로 나갔다. 아픈 것보다 못 걷는 게 더 끔찍했다고 한다.
“한번은 무르팍 주변으로 통증이 심하더라고요. 그리고 넘어져서 또 다쳤어요. 그때도 의사가 걷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걸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근육이 튼튼해졌는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팠을 때 만약에 걷기를 멈췄다면 다시는 못 걸었을지도 몰라요.”
의사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고 따라야 하는 나이임에도 계속 걸어야만 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신미숙 씨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했다.
“어릴 때 미호천이 흐르는 시골에 살았는데 부모님이 먼저 서울로 이사를 가셔서 저만 시골 친척집에 맡겨졌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죠. 신작로를 보면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한없이 몰려왔어요. ‘저 길을 계속 따라가면 엄마를 볼 수 있을까? 버스를 탈 수 있겠네’ 하면서 말이죠. 그때부터 향수, 그리움, 고향, 부모님 등에 대한 마음이 길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진것 같아요. 많은 길을 알고부터 더 열정이 생겨난 거고요. 도보는 제 삶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정보 없이 길 안내 책자를 사서 보며 혼자 혹은 지인 몇 명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도보여행 카페에 들어가 활동했고 지금은 독립된 도보여행 모임의 좌장이 되기에 이르렀다. 신미숙 씨는 카페지기로서 많은 이와 길을 공유하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부모, 자식, 직장인으로서 수고했던 회원님들과 아직도 생업의 현장에서 애쓰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걷기를 통해 자연과 만나고, 신나는 인생을 꿈꾸는 신중년 세대의 건강한 카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나는도보여행’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