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전통 ‘상주식당’
대구의 명동이라 불리는 중앙로역 인근, 화려한 빌딩 사이 좁다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아담한 옛 가옥 한 채가 나타난다. 바로 ‘상주식당’이다. 문 앞에는 ‘금주, 금연, 영업기간 3월 1일~12월 15일’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어머니 故 천대겸 여사에 이어 상주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차상남(73) 주인장에게 그에 얽힌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제가 어릴 때는 ‘상주집’이라는 작은 대폿집이었어요. 사춘기가 되니 친구들이 ‘술집 가시나’라고 부르는 게 싫었고, 술 파는 일이 대접 못 받는다는 걸 알게 됐죠. 어머니께 술을 팔지 말자고 간곡히 부탁했어요. 그렇게 겨울엔 곰탕, 여름엔 닭개장, 가을엔 추어탕 등을 팔게 됐죠. 근데 그런 식당은 너무 많잖아요. ‘무엇을 해야 살아남을까’ 고민했죠. 어머니와 유명 맛집들을 답사하며 연구를 했어요. 고기가 귀했던 시절이니, 내장으로 육수를 내서 추어탕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끓였더니 맛이 좋더라고요.”
지금은 내장 대신 사태를 사용한다. 이 육수에 질 좋은 국내산 미꾸라지와 고랭지 배추, 마늘을 주재료를 더해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의 비결이라면 오직 근면, 성실, 정직으로 임한 것이 전부라고. 주인장의 하루는 새벽 5시 배추 다듬는 일로 시작된다.
“배추를 만져보면 그날그날 수분기가 다른데, 상태에 따라 끓이는 물 양을 조절합니다. 미꾸라지만큼 중요한 재료죠. 그래서 배추가 안 나오는 동절기에는 가게를 쉬고요.”
겨울에 가게를 닫고 쉬는 것은 꼭 배추 때문만이 아니다. 한때 10년 정도 서울에서 무역회사를 다녔던 차 씨는 주말이면 대구에 내려와 가게 일을 도왔다. 그러다 일이 바빠 한 주를 못 가고 2주 만에 가게를 찾았는데, 어머니가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계셨더란다.
“다시 어머니를 도와야겠다 싶었죠. 회사 일을 아예 접을 수는 없어 어머니께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배추가 안 나오는 겨울 서너 달이라도 좀 쉬자고요. 그러면 나머지 계절은 제가 와서 일하겠다고 말이죠. 그러다 1993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동생들이 이 가게로 자신들을 키워줘 고맙다며 유산상속포기각서를 내밀더군요. 대신 어렵겠지만 어머니의 자존심인 상주식당을 부탁한다면서요. 사실 그건 제 자존심이기도 했죠. 그렇게 25년이 흘렀네요. 앞으로도 우리의 자존심, 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추어탕을 끓일 겁니다.”
대구1호선 중앙로역 2번 출구 도보 4분
주소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598-1
영업시간 9:00~20:30 (3월 1일~12월 15일 운영)
대표메뉴 추어탕
※본 기획 취재는 (사)한국잡지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