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고석정 유람
간밤엔 장대비 쏟아지더니
고석정 계곡엔 물이 넘쳤네.
맑은 햇살 퍼지는 오늘 아침,
물 넉넉한 계곡, 걷기도 참 좋다.
허나 세상 이치란 그런 것,
급히 채운 복엔 흠이 따르기 마련.
맑고 풍성한 물줄기,
어디 한꺼번에 다 갖출 수 있으랴.
푸르른 숲속, 바위 절벽은 예전 그대로,
바람은 불고 마음은 들떠
에헤라디야 뱃놀이
2025-06-17 10:17
[포토 에세이] 아침 이슬
새벽녘 안개 자욱하더니
아침 오자 영롱히 이슬 맺혔네
풀잎들 유리구슬 머리에 이고
방울방울 합창을 한다
아침 햇살 살며시 마술 부려
몽환의 세계 펼쳐놓고
풀잎 요정 물 한 모금씩 마시고 가면
슬며시 사라지는 아침 이슬
2025-05-19 08:24
열 번째 봄
다시 봄이 왔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 속에
들판의 나무들은 새순을 틔우고
햇살을 머금은 잎사귀들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인다
그리하여
싹을 틔우고, 자라고,
때가 되면 잎을 떨구며
하늘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나무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삶의 깊이를 배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 이름 아래 스며든
열 번의 봄,
열 번의 여
2025-04-03 08:20
[포토 에세이] 노란 폭죽
산수유꽃이 터진다.
산과 들, 봄의 바탕 위에
노란 불꽃이 수놓인다.
긴긴 겨울을 견디고
가장 먼저 눈을 뜬 꽃,
따스한 바람을 몰고 와
온 세상에 환한 폭죽을 쏘아 올린다.
봄이 왔다고,
이젠 괜찮다고.
2025-03-17 08:09
[포토 에세이] 석양의 호수
해가 기울어지자
호수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호수의 물결에도
얼어붙은 빙판에도
석양빛이 찬란하다
물 위에 오리 한 마리
춥고 외롭지만
햇살이 남아 있어
유유자적한다
2025-02-18 08:43
[포토 에세이] 맑은 일출
늘 머물던 구름마저 떠나고
해무도, 아지랑이도 자취를 감춘 아침
더없이 맑고 투명한 하늘 아래
태양은 꿈결 같은 자태로 떠오른다
익숙한 모습 속 낯설게 다가오는 빛
순수함이 낯선 세상처럼 느껴진다
티 없이 맑은 이 순간은
바람이 꾸며낸 비현실의 조각일까
2025-01-02 08:49
[포토 에세이] 나목의 추상
겨울이 찾아오는 동안
나무들은 조용히 잎을 내려놓아
나목이 되었다.
흐린 하늘은 커다란 도화지가 되어
무채색 추상화를 품는다.
굵직한 줄기로 힘 있는 선을 긋고,
가는 잔가지로 섬세히 선을 흩뿌린다.
아직 떠나지 못한 고엽 몇 점,
마지막 점을 더해 완성을 이룬다.
2024-12-18 08:39
[포토 에세이] 들국화
가을 숲길을 걷다가
은은한 꽃향기 내 몸을 감싼다
여기저기 들국화가 지천이다
이름 모를 꽃들도 반갑다
구절초면 어떻고
쑥부쟁이, 벌개미취면 또 어떠랴
수줍게 피어난 꽃망울들이
가을길을 가만히 물들인다
가을이 무르익었다
2024-11-21 08:20
[포토 에세이] 가을 강아지풀
가을빛이 깊게 스며든 날,
눈부신 오후 햇살 속
강아지풀은 찬란히 무르익어 있다.
한때 푸르름을 자랑하던 여름은 가고,
이제 씨앗을 품은 강아지풀은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며
지나가는 이들에게
작은 꼬리를 살며시 흔든다.
2024-10-30 08:49
[포토 에세이] 담쟁이의 사랑
담쟁이덩굴이 담을 오른다
온몸으로 담을 더듬던 뜨거운 날은 지나고
찬바람에 잎사귀들이 하나둘 몸을 떨군다
남은 잎들은 마지막 꽃단장을 하고
사랑하는 담을 꼭 끌어안으며
붉은 입맞춤으로 다가올 내년을 속삭인다
2024-09-20 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