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가을 호수의 아침
잠든 듯 고요한 가을 호수 위로
안개가 흰 이불처럼 내려앉는다
동이 트고 아침 햇살이
황금빛 숨결을 불어넣으며 속삭인다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바람이 안개 이불을 걷어내자
호수가 눈을 뜬다
깊어가는 가을날을 다시 시작한다
2025-10-20 07:00
[포토 에세이] 하늘의 붓 터치
서녘 끝으로 해가 질 때
하늘이 구름 붓을 들어 저녁을 그린다
보랏빛 분홍빛 바탕칠을 하고
산 실루엣 위에 무채색 붓 터치를 더한다
하늘이 그린 순간의 예술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저녁
2025-09-20 07:00
[포토 에세이] 외로운 산책
해변을 외로이 걷는 갈매기 한 마리
물결의 흔적 따라 발자국을 남긴다
찰싹이는 바다, 젖은 바람…
외로움 가득한 해변을 걷는다
그저 묵묵히 걷는다
부리 끝에 남은 침묵을 삼키며
날개 접어 바다보다 더 깊은 슬픔을 품는다
2025-08-03 07:00
[포토 에세이] 바다와 전차
사이판섬 에메랄드빛 맑은 바다에
녹슨 전차 하나가 조용히 잠겨 있다
포성이 파도에 섞여 사라진 지 오래
넓은 바다를 향한 포신에는
더 이상 분노도, 명령도 없다
지금은 산호와 어울려
물고기 떼의 노래에 귀 기울인다
2025-07-13 08:00
[포토 에세이] 고석정 유람
간밤엔 장대비 쏟아지더니
고석정 계곡엔 물이 넘쳤네.
맑은 햇살 퍼지는 오늘 아침,
물 넉넉한 계곡, 걷기도 참 좋다.
허나 세상 이치란 그런 것,
급히 채운 복엔 흠이 따르기 마련.
맑고 풍성한 물줄기,
어디 한꺼번에 다 갖출 수 있으랴.
푸르른 숲속, 바위 절벽은 예전 그대로,
바람은 불고 마음은 들떠
에헤라디야 뱃놀이
2025-06-17 10:17
[포토 에세이] 아침 이슬
새벽녘 안개 자욱하더니
아침 오자 영롱히 이슬 맺혔네
풀잎들 유리구슬 머리에 이고
방울방울 합창을 한다
아침 햇살 살며시 마술 부려
몽환의 세계 펼쳐놓고
풀잎 요정 물 한 모금씩 마시고 가면
슬며시 사라지는 아침 이슬
2025-05-19 08:24
열 번째 봄
다시 봄이 왔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 속에
들판의 나무들은 새순을 틔우고
햇살을 머금은 잎사귀들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인다
그리하여
싹을 틔우고, 자라고,
때가 되면 잎을 떨구며
하늘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나무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삶의 깊이를 배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 이름 아래 스며든
열 번의 봄,
열 번의 여
2025-04-03 08:20
[포토 에세이] 노란 폭죽
산수유꽃이 터진다.
산과 들, 봄의 바탕 위에
노란 불꽃이 수놓인다.
긴긴 겨울을 견디고
가장 먼저 눈을 뜬 꽃,
따스한 바람을 몰고 와
온 세상에 환한 폭죽을 쏘아 올린다.
봄이 왔다고,
이젠 괜찮다고.
2025-03-17 08:09
[포토 에세이] 석양의 호수
해가 기울어지자
호수가 황금빛으로 물든다
호수의 물결에도
얼어붙은 빙판에도
석양빛이 찬란하다
물 위에 오리 한 마리
춥고 외롭지만
햇살이 남아 있어
유유자적한다
2025-02-18 08:43
[포토 에세이] 맑은 일출
늘 머물던 구름마저 떠나고
해무도, 아지랑이도 자취를 감춘 아침
더없이 맑고 투명한 하늘 아래
태양은 꿈결 같은 자태로 떠오른다
익숙한 모습 속 낯설게 다가오는 빛
순수함이 낯선 세상처럼 느껴진다
티 없이 맑은 이 순간은
바람이 꾸며낸 비현실의 조각일까
2025-01-02 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