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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후덕하게 늙어갑시다
- 여고 졸업 후 A대학 붙었다 B대학 떨어졌다 하면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 친구가 어느 날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갔습니다. 남자친구가 있었던 그 친구는 집에서 반대를 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하소연을 듣고 있는데 친구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시더니 제게 물었습니다. “얘, 너는 어느 대학 갔니?” 저는 당시 아버지가 사업에 두 번이나 실패하시는 바람에 대학은 꿈도 못 꾸고 있었습니다. 한 푼이라도 보태려고 동네 초·중등학생들을 모아 과외를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 어머니를 보자 대학도 못 간 친구랑은 놀지 말라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몇십 년 전 이야기입니다. 그날 집에 와서 베개가 흠뻑 젖도록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젯밤 늦게 “엄마가 돌아가셨다, 국립의료원 oo호실이다.”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바로 저를 그토록 무시하던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문자였습니다. TV 드라마를 볼 때 나쁜 인간을 보면 죽어버리거나 반드시 벌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막상 그 사람이 죽으면 연민이 느껴지면서 한쪽 가슴이 허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날 제 심정이 그랬습니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니, 저 그때 엄청 상처받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평생 그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마음만 그랬지 생전에 뵈었어도 그 말은 끝내 못 했을 겁니다. 어쩌면 친구 어머니는 기억하지 못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오늘이 가기 전에 이 세상을 떠나가시는 친구의 어머니를 뵈러 갈 것입니다. 가서 명복을 빌어드릴 것입니다. 우리 모두 상처 받지도 말고 상처 주지도 맙시다. 여고 시절 그 일을 겪고 난 후 저는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종종 나이든 사람에게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어린아이들보다 부족한 경우를 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남을 더 배려하고 후덕해져야 합니다. 덕 있게 늙어가는 일만이 우리가 앞으로 빚어낼 향기이기 때문입니다.
- 2016-10-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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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상의 방해꾼 팝콘 과 콜라
- 언제부터 인가 영화를 보면 당연히 팝콘 통을 끌아 안고 한손에는 콜라를 든 모습이 극장의 자연스런 풍경이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 거의 빠지지 않은 장면이 있다. 극장으로 데이트를 가서 팝콘 하나를 나눠 먹으며 영화를 보다가 서로 손이 닿는 장면이다. 첫 데이트의 설렘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거의 공식처럼 등장하곤 하는 것이다. 실제 데이트 하는 연인이 극장에서 영화 볼 때 팝콘을 안 먹는 커플은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영화 보면서 팝콘 꼭 먹어야 하나?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의 팝콘세트 가격이 8천원 내외로 영화 티켓 가격과 거의 맞먹는 금액이다. 한 끼 식사도 아닌 주전부리 값으로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형상이다. 극장의 수익이 영화보다 팝콘이 더 많다는 것은 이젠 비밀도 아니고 공공연한 사실이다. 가격 뿐 아니라 극장에서 파는 팝콘이 칼로리도 매우 심각하다. 소비자보호원의 올해 2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극장의 팝콘 세트를 성인 2명이 먹으면 열량은 1일 권장량의 42%에 달한다. 이 뿐 아니라 당류 229.8%와 포화지방 74%로 과하게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두 가지 부정적인 부분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팝콘과 콜라를 먹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라고 말을 한다. 언젠가 부터 극장에 가면 영화. 팝콘. 콜라를 패키지로 인식하는 이런 사람들의 기호를 무작정 하지 말라 할 수는 없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확 풍겨오는 고소한 팝콘 냄새의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는 않다. 꼭 먹고 싶다면 예의를 갖춰라. 천만 영화의 시대인 요즘은 중. 장년들도 많이 극장을 찾는다. 천만이 되기 위해서는 중. 장년이 극장을 찾아야 만 가능하다고 한다. 시니어 들 역시 대부분 팝콘 통을 안고 영화감상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차피 팝콘을 먹으며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한 정서가 되었다면 다른 사람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팝콘 통에서 꺼내는 부스럭 소리, 입안에서 팝콘 부서지는 소리, 콜라를 빨대로 쭉쭉 빠는 소리가 주위 사람에게는 몹시 거슬리는 소리가 될 수 있다. 코미디나 가벼운 액션 영화를 볼 때는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러나 영화가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간 또는 슬픔이 극에 달했을 때는 팝콘 먹는 소리는 몹시 몰입에 방해가 된다. 영화에 몰입한 사람에게는 작은 소음, 작은 불빛조차 방해가 되어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먹는 팝콘 소리 하나에도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작은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 2016-09-3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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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규의 心冶데이트] 외모만큼 성격도 섹시한 금보라의 일상 “오직 남편만이 나를 빛나게 해줘요”
- 한 번 빠져들면 출구 찾기 힘들다는 배우 금보라를 돌직구 시사평론가 이봉규가 만났다. 중년임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금보라는 지나간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며 아름답고 당당한 삶을 열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으나 또 많이 달라져 있기도 했다. 그간 몰랐던 그녀의 진짜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 주면서 그녀와 그는 꽤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녀의 자취가 ‘센 언니’처럼 보이겠지만 금보라는 도시락 싸주는 엄마, 현모양처로 살고 있었다. 글 이봉규 시사평론가 최근 MBC 주말드라마 에서 ‘명품연기’를 보여 주고 있는 금보라와의 데이트 약속을 잡고서는 설레었다. 거침없는 그녀가 무슨 말을 쏟아 낼지 궁금해서였다. 나와는 TV조선의 라는 프로그램에서 몇 달간 같이 방송을 한 적이 있어서 어느 정도 그녀의 캐릭터를 알고 있기에 분명 깜짝 놀랄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금보라는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폭주했다. 특히 분위기가 무르익자 정치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더니 눈이 반짝거리면서 폭탄발언을 와장창 쏟아 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정치인들 미친 거 아닙니까?” 라고 핏대를 세우더니 “우리 집 앞에 사드를 설치하라고 데모라도 하고 싶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어떻게 이렇게 안보에 무책임 할 수 있나?”하고 광분한다. 그녀의 평소 성격대로 솔직하고 꾸밈이 없이 민감한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연예인이 예민한 정치적 발언을 하면 자칫 구설수에 올라 상당히 곤란을 겪을 수 있는데도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녀 성격에 이봉규가 ‘보수 꼴통’이라서 분위기를 맞추려고 하는 이야기기는 절대 아닐 것이다. “나 금보라야!”라고 금방이라도 소리칠 것 같다. 사람들이 답답해서 할 말이 많아도 토론하기를 꺼리는 세월호에 관해서도 거침이 없다. “세월호 침몰은 부도덕한 기업의 잘못으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인데 왜 대통령을 욕하냐?”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친김에 정치 이야기를 더 끌고 나갔다. 금보라는 충청남도 당진이 고향이라 같은 충청도 출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 되는 걸 바랄 줄 알고 그에 관해 물었더니, “반기문 절대 안 찍겠다”고 잘라 말한다. 그 이유는 “벌써 자기가 대통령이 된 줄 알고 거품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싫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서 이정현 대표가 요즘 괜찮아 보인다고 말한다. 그의 인생 스토리가 드라마와 같아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어린 나이에 배우로서 안 해 본 역할이 없을 정도로 간접 경험을 많이 해 본 터라 인생스토리가 중요함을 깨달은 것은 아닐까. 필자도 대통령이 될 사람은 인생스토리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표로 연결된다고 믿는 사람 중에 한 사람으로서 그녀의 분석이 날카롭게 꽂힌다. 정치평론가 누구도 아직 확신을 가지고 이정현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예언하지 않는데 금보라가 말한 것이다. 정치평론가 보다 오히려 일반 시민들이 잘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냥 마음속에 와 닿는 대로 평가하기에 이심전심으로 통하고 그게 선거 결과로 그대로 반영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이정현 대표가 지금 상황으로 볼 때 대통령이 될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만약 이정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마 대한민국의 유명인사들 중에서는 금보라가 처음 맞추었을 것 같다. 필자가 진행하는 TV조선의 에 게스트로 초대해서 본격 정치토론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요청하자 그녀는 흔쾌히 응했다. 조만간 금보라가 정치토크에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봉박두! 기대해도 좋을 듯! 두 번째 남편, 먼저 자빠뜨린 남자 이혼의 아픔을 겪고 난 후에 지금의 남편과는 정말로 행복해서 “비행기 타고 가다가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한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금방 “아니지! 지금은 행복하니까 죽으면 아깝지”라고 번복한다. 지금의 남편과는 우연히 만났는데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서 “나하고는 안 되겠다”하고 지레 겁먹었다고 털어 놓는다. 그래서 이판사판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에 반해서일까 그와 결혼에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남편과 만난 지 8개월 만에 금보라가 먼저 결혼하자고 프러포즈를 했단다. 남편 이야기가 나오니까 입에 모터를 달아 놓은 것처럼 자랑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다. “통통하고 생긴 것도 마음에 들지만 경상도 ‘상남자’에다 배려심이 많다”며 그녀는 한마디로 남편을 존경한다고 한다. 결혼 전에 남편과 데이트 할 때 그녀가 밥값과 술값은 도맡아 냈을 뿐만 아니라 지갑이나 벨트 등 선물 공세를 펼쳤다는 것이다. 다른 여자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금보라처럼 예쁘고 대한민국이 다 알아주는 스타인데 금상첨화로 매너까지 좋다면 어느 남자가 반하지 않을까? “나는 늪이거든~”이라고 또 자랑 질이다. 한 번 빠지면 절대로 헤어날 수가 없단다. “인간 금보라를 제대로 알려면 사계절은 지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녀가 아직도 남편과 아이들 도시락을 직접 싸 준다니 믿기 어렵다. 밤샘 촬영을 하고 지쳐도 도시락은 꼭 자기 손으로 정성스레 싸 준다니 이봉규가 금보라를 아직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자기가 남편보다 뛰어난 것이 없기 때문이란다. “남편에게 잘 해 줘서 내가 없으면 불편하게 만들어 내 소중함을 어필하자는 작전”이라는 것이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같이 방송 할 때가 생각난다. 그녀는 ‘예쁘고 거친 여우’임에 틀림없다. 그런 그녀도 “이혼 후 아이들 문제로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 놓는다.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어린이날 운동회를 갔는데 ‘아빠와 달리기’ 경기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재혼 전이라서 아빠가 없었었기에 참가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옆에서 한 학부모가 대신 아빠 역할을 해 주겠다고 했지만 기분이 상해 주최 측에 ‘부모와 달리기’로 바꿔 달라고 항의했다. 결국 그날 엄마와 뛴 사람은 우리 아들뿐이었다”며 당시의 안타까운 사연을 말한다. 금보라는 아들과 열심히 뛰었지만 아빠들과 뛰는 아이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아이가 위축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엄마가 못 뛰어서 졌다”고 속상해 했지만 “자기 혼자 아빠 없이 엄마와 뛰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깔끔한 성격은 엄마를 닮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배우 처지에 아빠와 달리기 경기에 엄마가 뛰게 해달라고 우겨서 참가했으니 그녀도 참 어지간하다. 그녀에게는 지금의 남편이 데리고 온 25세의 딸이 있는데 최근에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명품 신발을 사와 속상했다. 아직 명품을 살 나이는 아니라는 평범한 엄마와 같은 생각이다. “13년 동안 자기 딴에는 정성껏 잘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는 고백이다. 소리 지르면서 야단치면 폭발할 것 같아서 카톡으로 차분하게 주의를 줬다고 한다. 그리고는 주말에 반품을 하는지 지켜보고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응징을 할거라며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추후에 반품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남편의 금보라에 대한 평가는 “가방끈은 짧아도 똑똑하고 아는 건 많지 않아도 현명한 여자다.” 남편의 평가대로 그녀는 현명하게 장문의 카톡으로 딸을 꾸짖었다. 그 내용을 지면으로 그대로 옮긴다. 어제 일은 내가 수십 번을 생각하고 생각해도 결코 옳지 않은 일이라 잠까지 설치는구나. 나름 딸내미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잘 키웠다고 자부했건만 솔직히 약간은 쇼크라고 할까? 여하튼 속상하고 화도 났다. 어떻게 네 나이에 그런 쇼핑을 할 수 있는지? 아무리 명품 신발이 신고 싶다고 해도 그건 아니라고 본다. 세상 살면서 네 말대로 없는 게 더 많을 수 있지만 그 반대로 넌 다른 네 또래보다 많은 걸 가졌고 넘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설사 네가 돈을 많이 번다 해도 사치와 허영에 들떠서 생각 없이 명품만 쫓는 한심한 여자로밖에 난 생각이 안 들었다. ...(중략)... 아빠와 엄마가 너를 언제까지고 보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 스스로 살아가려면 절제도 배우고 참을 줄 알고 그래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단다. 너의 가치관으로 볼 때 내 지적이 틀린다 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로서 널 위해 하는 말이다. 그래도 네가 옳다면 이것만은 알아 두길 바란다. 명품 신고 입고 든다고 사람이 명품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거. 올바른 삶을 살아갈 때 사람은 비로소 빛난다는 걸. 존경하고 사랑하는 남편이 데리고 온 딸이 내가 낳은 자식보다 더 애틋하고 사랑스러워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그녀의 글 속에 절절히 묻어난다. ‘계모는 이래도 계모고 저래도 계모’라는 내용의 책을 쓰고 싶다는 금보라의 속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기른 정이 낳은 정보다 깊다는 말일 것이다.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극동빌딩 6층의 ‘M바’대표에게 직원들 빨리 퇴근시키라고 야단치면서도 뒤로는 직원들에게 택시비를 슬며시 건네는 금보라의 마음 씀씀이로 볼 때 딸에 대한 꾸짖음도 끔찍한 사랑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보석이건 나를 빛나게 해 주지 않았다. 오직 남편만이 나를 빛나게 해줬다”고 하니 금보라의 딸에 대한 꾸짖음과 사랑은 정당해 보인다. “마누라가 천국”이라고 말하는 자신감은 그녀의 일상에 배어 있을 것 같다. 외모만큼 섹시한 금보라의 일상을 염탐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 2016-09-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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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초등하교 전학] (14) 수학여행
- 고학년이 되면 수학여행을 간다고 했다. 일광(日光)에 간다는 연락장이 왔다. 거기에는 소풍 갈 때처럼 준비물이 세세하게 정리되어 적혀 있었고, 학부형 중에 몇 명은 아이들 보다 먼저 여행지에 가서 모든 것을 체크해야 한다고 쓰여 있고, 희망자는 신청해 주기를 정중하게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이웃에게 물어보니 가고 싶으면 신청하라고 격려해 주었다. 우리나라라면 서로 가겠다고 할 수도 있고 외국 사람이 왜 가느냐며 반대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나도 참여해 보기로 맘 먹고 희망자 명단에 써서 보냈다. 당첨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모두 소집해서 서로 인사를 건넬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 줬고 학교에서 우리가 빠짐없이 꼭 해야 할 체크 사항들이 자세히 적힌 종이를 주었다. 우리 반에서는 3명의 엄마가 간다고 전해 들었다.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기 전에 잡힌 날짜에 준비물을 잘 정돈해서 가방을 메고 출발을 했다. 모든 것은 무료였다. 도착하자 아이들이 묵을 숙소로 안내를 받았고 내일부터 1박2일 코스로 탐방할 계획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설명회가 열렸다. 분위기가 정말 진지했다. 별 것도 아닌 거 같은 것들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의견교환을 철저하게 했고, 정말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을 반영했다. 그쪽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들이 말하는 것들을 세세하게 적어가며 서로가 의견 일치를 이룰 때 까지 서로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교환을 했다. 대강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많은 것을 체험해 가며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마음으로 뿌듯해졌다. 일본인들의 자질구레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법이라던가 몰상식한 언사나 대답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도 놀라웠다. 그리고 몸에 밴 친절은 거기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잘 났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그저 상대방의 의견을 열심히 들어주는 태도가 정말 선진국이었다.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아이들 안전에만 전심전력 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자세들이 부러웠다. 어딘가 벽에 못이 하나 나와 있어도 용서가 안 되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약간 기울여져 있어도 문제기 되었다. 부모들이 먹어보면서 반찬에도 영양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는지 맛은 좋은지 체크를 엄하게 했다. 모든 건 아이들이 고대로 와서 할 것이기 때문에 어른이라고 더 좋은 것을 먹는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은 똑같이 아이들이 와서 겪을 것이란 점이 너무나도 좋았다. 안심되고 걱정할 일이 없으며 수학여행을 잘 다녀올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에 대해 너무 고마웠다. 아이들은 절대로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란 확신이 섰다. 준비물에 있는 빨래집게 2개는 자기 양말을 본인이 빨아서 널어야 하는 것이고, 여벌로 속옷과 양말을 준비해 오라는 것에도 웃음이 쿡쿡 나오며 즐거웠다. 치약과 칫솔, 쓰레기봉투 2장(1박이니까)과 혹시 안 마른 양말과 갈아입은 속옷을 넣어갈 여분의 봉투 준비에도 고개가 저어졌다. 갔다 온 아이에게 물어보니 전부 자기 양말들을 잘 빨아서 빨래 줄에 다 널었다고... 일광이란 곳은 일기예보와는 전연 상관없이 자주 비가 오는 곳이라며 수학여행에서 얻어 들은 것들과 본 것들 그리고 역사 얘기도 곁들여 들려준다. 좋은 경험들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세월호 같은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날 수 없도록 철저한 안전을 기하는 그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 2016-09-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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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랖이 넓어졌다
- 동창 모임이 있는 날이다. 여러 명의 친구 중에 강북에 사는 사람은 단 세 명이다. 학교 다닐 때만해도 모두 강북에 살았는데 결혼 후라거나 아니면 그 이전에도 강남으로 옮긴 친구가 대다수였다. 예전엔 모임장소는 명동이 대부분이었다. 모이기 좋고 모두의 청춘이 담겨있는 곳이라 만장일치했다. 언제부터인지 강남 사는 친구가 늘어나서 모임장소를 강남으로 옮기게 되었다. 쓸데없는 자가용 운행을 자제하려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강북인 우리 집에서 강남에 가려면 지하철로 한 번 환승해야 한다. 오늘도 늦지 않게 시간을 넉넉히 두고 출발했다. 이상하게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사당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탈 때는 항상 승객이 많아서 굉장히 혼잡하다. 점심때인 이시간이 왜 이리 복잡한지 모르겠다. 대체로 혼잡한 시간을 피하면 지하철은 재미있는 공간이다. 한 때 지하철 안 잡상인의 물건 파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광경을 볼 수가 없어 좀 심심하기도 하다. 아마 지하철 물건 파는 게 금지되어 단속하기 때문에 없어진 것 같다. 승객이 많아 복잡한 시간을 피한다면 잡상인의 구수한 물건 설명 듣기도 재미있고 어떨 땐 정말 필요한 물건을 팔기도 해서 기분 좋게 사기도 했다. 커다란 짐 가방을 끌고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올라오면 어떤 물건을 팔 것인지 귀를 세웠다. 좋은 점은 물건 값이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 어떨 땐 꼭 필요한 물건을 판다는 것이다. 품질이 어떨지 의심하면서도 한 다발에 2천원이라는 반양말도 샀고 식탁 위 뜨거운 냄비를 올릴 때 필요한 대나무로 만든 받침대는 지금도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요즘 그런 잡상인을 볼 수 없어 서운한데 만원지하철이 아닐 때 이야기다. 오늘은 승객이 꽉 차 부대끼고 있었다. 사람들끼리 꽉 끼어서 꼼짝 못하는 상황인데 내 앞쪽에 서있는 아가씨의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이 신경 쓰였다. 내 눈앞에 가방이 활짝 벌어져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슬쩍 가방 속 내용물을 꺼내도 주인은 모를 것 같다. 어깨에 멘 가방을 신경도 안 쓰고 서 있는 아가씨가 자꾸만 걱정이 되었다. 나는 어디를 가든 핸드백이나 가방을 잘 간수해서 아직은 한 번도 소매치기를 당했거나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 주변 친구나 조카들에게서 핸드백이 찢어지고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기 때문에 항상 조심을 한다. 그런데 어떡하지? 이 아가씨 가방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니 만약 소매치기라도 있다면 손쉽게 당할 것 같은데. 가방 조심하라고 말을 해 주어야 할까 아니면 모른 척 해버릴까 갈등이 생겼다. 주위에 사람들도 많은데 내가 너무 오지랖 넓은 아줌마라고 눈총이라도 받는 게 아닐까 고민이 되었지만 벌써 나는 그 아가씨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가방이 많이 벌어져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을 하고 말았다. 예전 같으면 남의 일에 관심을 안 가졌을 텐데 이제 나이가 이만큼 되니까 참견을 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 주제넘은 걸까? 그래도 나는 엄마의 입장에서 할 일을 한 것 같다. 내 딸 같은 그 아가씨가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으니,... 그래도 오늘은 좋은 참견이었으니까 잘했다고 나 자신을 격려해주고 싶다. 오지랖이 넓어졌지만 남을 위한 배려라는 점에 흡족하다.
- 2016-09-1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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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초등학교 전학] (10) 2년을 같은 담임이 이끌고 가는 제도와 기정방문
- 1983년 작은 아이가 3학년 새 반이 되면서 2학년 때의 그 여자 선생님이 또 담임이 되어 안심이었다. 큰 애는 새신랑 같았던 남자 선생님이 아닌 여자 선생님으로 바뀌었다. 2년을 연거푸 담임을 하는 제도가 좋은 점은 아이들이나 어머니들이 처음 만나는 어색함을 한 번만 겪으면 2년 동안을 겪으면서 훤히 서로를 알게 되어 거의 가족 같은 분위기로 마음이 편해진다는 점이었다.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장점이 컸고 아이들도 거북함이나 어려움이 없어져 무엇이든지 쉽게 의논을 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 할 수 있다고 했다. 학년이 바뀌어서 다른 선생님이 된다 해도 먼저 담임에게 가서 어려운 일들을 의논도 할 수 있는 관계도 이어진다고 했다. 그야말로 선생님이 한 반이 20~30명이기 때문에 한 아이의 집안 사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다 알게 되고 형제들의 문제가 생기면 담임끼리 서로의 생각을 종합해서 상담해 가며 문제가 생겼을 때 잘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꺼 같았다. 유대관계가 잘 이뤄져서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도와가며 가능한 쉽게 해결할 수가 있다는 엄마들의 얘기에 속으로 부러웠다. 큰 애는 여자 선생님이 담임이 되면서 많이 활발해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며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예전의 성격대로 활기를 되찾아갔다. 역시 여자 선생님이라 세세한 구석까지 주시하며 관찰을 했고 반이 바뀌어 새로 만난 아이들이 행여나 해코지를 우리 애가 당할까 우려하는 마음으로 신경을 많이 써 주었다. 남자 선생님에겐 전연 없던 깔끔한 성격으로 아직 적응이 안 된 김 군에게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 사이의 모든 것들을 올바르게 인식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들을 가끔 주의 시키는 선생님이었다. 5,6학년 담임의 베테랑이라고 소문난 선생님으로 점점 왕따 문제가 머리를 쓰면서 곤욕을 치를 수 있는 나이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새 학기가 되면 일주일간을 방과 후에 잠깐씩 가정방문을 한단다. 우리 애들은 혹시나 할 말이 많을지 모른다는 배려로 그날의 마지막 시간으로 배려해 주었다. 정확한 시간에 방문을 했다. 음료수도 안 마신다며 10분만 시간을 내 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방을 유심히 관찰하고, 학교에서 불편한 일이 있었는지? 혹시 학교 교우 관계는 어떠한지,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어느 정도 집에 와서 가족과 얘기하는지, 새로 맡은 담임에 대해서는 무슨 말이 있었는지, 김치는 어떻게 담그는지? 바로바로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물었다. 당연한 미소를 띠고 거북한 자리를 안 만들었다. 마지막으로는 2년간 잘 교육시키겠으며 어머니께서 걱정 안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아무 걱정하지 말라며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를 해달라고 당부하고 깍듯이 인사를 하고 갔다. 정말 짧은 만남과 헤어짐이었지만 신뢰감과 안심을 자상스럽게 심어 주는 관계로 유지되었다. 이것이 바로 학교와 가정의 올바른 관계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2년은 걱정 없음!’이라고 마침표를 찍으며 환하게 웃었었다.
- 2016-09-12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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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초등학교 전학] (8) 우리와 다른 교육제도
- 아이들은 전혀 문제없이 잘 다녀 주었다. 담임선생님의 배려도 아주 각별했다. 초등학교인데도 미술과 공예가 합친 일어로 ‘즈고~’라고 발음하는 과목은 교실을 옮겨서 수업을 받는다는 것이 특별했다. 선생님도 담임이 아니란다. 처음 목공예라는 수업을 교실을 옮겨했다며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큰 애가 신이 나서 설명했다. 그 교실엔 전기로 나무를 잘라서 었다. 전기 톱 같은 기계가 다 준비되어 있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고 한 시간이 아니라 두 시간을 계속 한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멋진 집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그 시간을 무척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층계도 만들고 다락방도 꾸밀 거라며...전기기계라는 말에 걱정이 약간 앞섰지만 선생님과 아이를 믿어버리고 꾹 참았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남자 아이들도 편견 없이 바느질을 위시해서 혼자라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전부 배우는 것이었다. 자기 주변에 필요한 것은 자기가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들이 바느질을 하고 다림질을 하는 건 군대 가서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정이라는 과목이 있고 본인이 해야 되는 것은 남녀 불문하고 모두 배우도록 교육과정이 짜여 있어서 자기가 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이었다. 생활에 필요한 것이라면 모든 것들을 예를 들면 바느질과 밥하기, 빨래하기 등등이다. 물건을 넣는 주머니라든가 지갑, 손수건, 앞치마 만들기, 과자나 케이크, 밥 짓기, 된장국, 샐러드 만들기, 운동화 빨기, 양말 빨기 등등... 자기가 시장에 가서 헝겊도 고르고 아이디어도 생각해 가면서 준비해가면 바느질 하는 방법을 아주 세심하게 잘 가르쳐 주는 것이다. 취미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작품은 현저하게 달라지는 걸 확연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몸이 약하고 골골해도 그 아이는 공부에 목숨 걸고 하며, 뛰어 놀기에 바쁜 아이들은 운동으로, 얌전하게 바느질을 좋아하는 아이는 디자이너의 길, 밥하기에 신이 난 아이들은 음식점... 직업이 거의 정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어머니들에게 물어보니 일본은 중학교 까지 의무교육이며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빠짐없이 이 의무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 교육을 다 받고나면 어느 곳에든 즉 아프리카 정글 속에 혼자 살게 되더라도 모든 것을 다 자신이 할 수 있도록, 살아 갈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전인교육 체제라 그렇단다. 대답을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초등교육에서는 그 아이들의 앞으로 나갈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란다. 공부를 못해도 뭔가 잘 하는 것이 하나는 꼭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걸 발견해 주고 발굴해 키워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다는 목적이 있다는... 정말 얄미운 교육정책 아닌가? 일본에도 수많은 학원들이 있다, 태어나면서 와세다 코스냐, 케이요 코스냐가 정해서 그 학원 코스를 무조건 따라 학교 수업은 저리가라 하고 학원 방침대로만 공부하는 불쌍한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 수업에만 충실하다. 선생님은 수학은 매일 빵점이라도 작문은 최고라는 걸 모든 아이들이 알기 때문에 그 시간만은 그 아이에게 관심과 눈길을 끌게끔 발표도 하게하고 칭찬도 아낌없이 해주며 기를 살려 주는데 노력하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자기의 특별한 점을 알고 깨닫게 해서 주눅 들지 않게 배려하는 수업을 한단다. 그런데도 왕따 문제가 심각한데... 절대 남 따라 안하는 부모들의 정신에 감탄~ 너무 부러운 일들이었다.
- 2016-09-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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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은퇴자 감별법
-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백로다. 아침·저녁이면 제법 시원한 가을바람에 생기가 돈다. 제일 무더웠던 여름날도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100세 인생’도 번개처럼 지나갈 터이다. 은퇴자가 매순간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다. 감별은 ‘병아리의 암수를 가려내거나 골동품, 보석 따위의 가치를 가려내는 것’이다. 아름다운 은퇴자가 많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도 흔하다. 아름답게 사는 은퇴자 감별법을 살펴본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배려하는 사람 사회에서 은퇴한 지 수년이 지났다. 만나는 친구도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 사귀는 친구는 주로 죽마고우 또래였다. 사회에서 만난 지금의 친구들은 40대부터 70대까지 나이가 다양해지고 취미와 관심도 달랐다. 하지만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나이 들면 말이 많아졌다. “나는 말이야----”로 시작하면 끝이 없다. 면전에서 고개라도 끄덕여주면 ‘뻥’까지 더해진다. 자기자랑에 손자자랑, 심지어 강아지 자랑까지 한다. “중앙방송 중이니 지방방송 꺼주세요.” 억지를 부린 경우도 나온다. 스스로 ‘물 위의 기름’이 된다. “한 번 말하고, 두 번 경청하라. 그리고 세 번 감명하라.” 사회은퇴 후 첫 사회인문학 강의에서 들었던 가슴에 깊이 새긴 경구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많기 마련이다. 자기 말을 줄이는 것이 아름답게 사는 첫째 덕목이다. ◇갑옷을 내려놓고 술잔을 따를 줄 아는 사람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갑질’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갑옷’을 벗고도 갑질을 계속하는 자가 많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짓거리가 얼마나 큰 잘못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속 시원한 해법을 고대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자. 사회은퇴 후에도 매 주마다 두세 차례 친구들과 산행을 한다. 사회은퇴 전에는 부부동반이 많아 도시락으로 산상 파티를 즐겼다. 이제는 동행이 거의 사라지고 간식으로 도시락을 대신하고 하산하여 ‘만원의 행복’ 뒤풀이를 한다. 무더운 날은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이 모든 갈증을 풀어 주었다. 지난날의 자식경사는 거의 마무리되고 이제는 손자경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며칠 전 귀여운 손자를 봤다. 재미있게 한 잔 마시자!” 한 친구가 술잔을 돌리고 한턱 쏘았다.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좋은 명분을 붙여 술잔을 따르는 친구가 많다.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 은퇴자가 과거에 많이 집착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지난날의 성과를 자신의 ‘성공’으로 착각하여 빛의 속도로 변하는 ‘내일’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만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주위에 조력자도 없다. 은퇴자는 스스로 더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한다. 성취에 대한 강박감, 자식에 대한 집념을 버리려야 한다. ‘먹는 것보다 잡는 훈련을 시키라’ 흔히 말한다. 자식들에게는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무조건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교훈도 함께 전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날은 앞만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열심히 살았다. 인생은 어차피 빈손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사회에서 받았던 은혜를 후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재능기부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하는 은퇴자가 많다.
- 2016-09-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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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의 하루를 만들어 준 최악의 하루
- 간혹 무심한 상태에 빠져 모든 결정을 우연에 맡길 때가 있다. 관성에 젖어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며 사는 삶이 잠시 한걸음 멈춰서 바라보면 그 또한 스트레스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낄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치밀한 계획보다 우연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때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번에 선택한 영화 가 그런 경우이다. 평소 영화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이한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는다. 그저 영화평이 좋은 영화를 감상하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를 보기로 한 것은 일탈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소위 작가주의 영화로 흔히 말하는 예술 영화로 분류되는 만큼 별로 재미가 없으리라는 선입견과 무엇보다도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다. 무슨 좀비 영화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 그러나 화면의 미장센은 수채화를 닮은 듯이 밝다. 도대체 최악의 하루가 될 것 같지 않은 시작이다. 주인공인 연극배우 은희(한예리)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서촌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가 묻는 곳을 굳이 함께 찾아줄 필요는 없는 데도 그녀는 애써 그곳을 찾아준다. 서촌의 골목 구석구석이 관객들의 옛날을 연상시키는 순간이다. 서촌 부근이 고향인 나에게는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어린 시절이 아련히 떠오르는 뜻밖의 보너스다. 잔잔한 풍경은 청량한 공기로 가득 찬 남산으로 이어진다. 장소가 바뀌며 은희는 약속했던 곳에서 남자친구 현오(권율)를 만나며 최악의 하루 서막이 열린다. 현오는 무의식적으로 은희를 다른 여자 이름으로 부르는 실수를 범하며 갑자기 둘 사이는 금이 간다. 그런데 더 뜬금없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현오와 은희 앞에 그녀의 전 남자 친구인 유부남 운철(이희준)이 나타나면서 갈등은 제곱으로 증폭된다. 얽히고설킨 관계는 거짓과 배신 그리고 애증의 드라마처럼 뒤범벅이 된다. 서로 내뱉는 변명의 말들로 상황은 더욱 지리멸렬해진다. 그 중 너무 상투적이어서 인상 깊은 대사는 운철의 뜬금없는 말이다. “나는 행복해지지 않기로 했어요.” 이혼한 전 부인과 재결합하기로 했다는 의미이다. 그럼 대체 무엇 때문에 그 자리에 나왔다는 말인가. 각자 모두 진실했다고 주장하지만, 인생은 이리도 지리멸렬하다. 인생은 그렇게 부질없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홍상수 감독이 떠오른다. 비록 지금 그 자신은 영화와 현실을 구별 못 해 그 틈새에 끼어 방황하고 있지만, 그의 영화는 우리 삶의 일상성 속에 내포된 우연과 모순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결국, 모든 게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우연’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나침반인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김종관 감독은 은희의 대사를 통해 이렇게 부르짖는다. “진실이 뭘 까요? 사실 전 다 솔직했거든요.” 순간순간 진실했는데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이고 말았을까? 중간중간 했던 하얀 거짓말들은 모두 상대를 배려한 최선이었는데 말이다. 영화의 섬세한 터치와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리얼한 시도가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아이러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커피 잔의 모양이 달라지고 장면마다 은희의 머리 모양이 변하는 연출은 삶이 우리 생각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암시하려는 듯하다. 우리가 때마다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모든 모습도 결국 거짓 없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 순간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연의 힘에 이끌리고 만다. 마지막으로 은희가 료헤이를 다시 만나 빛이 환한 숲길로 들어서는 것은 해피엔딩을 바라는 관객에 영합한 건지 아니면 감독의 낙관적 태도 때문인지 모르나 그 또한 새로운 우연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 같다. 최악의 하루가 지난 후 이 정도 꿈도 못 꾼다면 인생이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우연한 만남이 빛과 같은 소통을 낳았다. 영화 투자받기도 어려운 시절 자신만의 색깔로 꿋꿋이 영화를 만들어가는 감독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2016-09-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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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 뮤지컬 애호가가 아니라도 ‘브로드웨이 42번가‘라는 제목은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된 후 5,000회 이상의 장기 공연, 토니상 9개 부문 수상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기념비적 뮤지컬로 세계적으로 유명해 졌고 우리나라도 1996년 초연 이래 2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으며 무대에 올려졌다. 이번에 국내 초연 20주년을 기념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다시 공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로열석의 티켓이 생겨서 친구와 보러 가기로 했다. 먼저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생각하면 현란하고 숨 가쁘게 펼쳐지는 탭댄스가 그려진다. 수십 명의 무희들이 일사분란하게 타닥타닥 타다닥하며 굴러대는 발소리는 참으로 유쾌하고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어서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공연 날을 기다렸다. 무대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이었는데 가보니 공연장이 필자 맘에 딱 들었다. 항상 공연을 가게 되면 좌석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소극장도 그렇지만 세종문화회관이나 큰 규모의 공연장도 앞자리 사람의 머리에 무대가 가려져 이쪽저쪽 사이로 관람하느라 신경 쓰인 적이 많았는데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아도 좌석의 경사가 커서 앞사람에 가려 공연 보는 게 힘들 염려는 전혀 없었다. 모자를 즐겨 쓰는 필자는 연극이나 영화관에 가면 뒷사람에게 영화가 시작되면 모자를 벗을 테니 안심하라고 미리 말해 준다. 앞자리 사람의 머리와 모자 때문에 화면이나 무대가 가려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배려를 안 할 수가 없다. 토월극장에서는 필자와 필자친구 모두 모자를 벗지 않고 관람할 수 있어 좋다고 웃었다. 역시 뮤지컬의 시작은 막을 반쯤만 걷고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수십 명의 다리로만 연기하는 탭댄스였다. 야망과 능력이 출중한 연출자, 이미 한 물 갔는데도 거만한 여주인공, 그 여주인공의 복잡한 남자관계, 청순 발랄한 새내기의 출현, 삼각관계와 오해, 여주인공의 발목 부상으로 공연이 중지될 위기, 이로 인해 예상치 않게 행운을 잡아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새내기 등 뻔한 내용이지만 익숙한 음악과 경쾌한 춤이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다이내믹한 탭댄스,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로 펼쳐지는 브로드웨이42번가에 이번엔 탤런트 송일국 씨와 이종혁씨가 더블 캐스팅 되었다. 여주인공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뮤지컬 배우 김선경 씨와 최정원 씨다. 오늘 무대엔 송일국 씨와 김선경 씨가 열연을 펼쳤다. 송일국 씨도 노래를 두 세곡 했는데 역시 전문 뮤지컬 배우와는 많이 달랐지만 연기를 잘하니 보기에 괜찮았다. 송일국 씨는 ‘줄리안 마쉬‘라는 뮤지컬 연출자로 분했다. 브로드웨이 최고의 연출자 줄리안에게 ‘프리티 레이디’라는 작품은 꼭 성공시켜야 할 중요한 공연이다. 그는 여주인공으로 도로시를 캐스팅하면 1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장난감회사 사장 에브너의 제안에 이제는 한물간 여배우인 도로시를 주인공으로 정한다. 자신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고 자만한 그녀는 거만하기만 하다. 브로드웨이 댄서가 되려고 시골에서 상경한 페기는 두려움에 주춤거리다 오디션 기회를 놓치지만 그녀의 춤을 본 안무가가 재능을 발견하고 코러스로 채용한다. ‘프리티 레이디’ 연습중 주인공 도로시가 넘어져 부상을 당하고 도로시의 부상이 페기 때문이라고 오해한 줄리안은 그를 해고시킨다. 실망한 페기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기차역에 가는데 도로시 역할을 대신할 사람은 페기뿐이라는 단원들과 뒤늦게 오해를 푼 줄리안이 설득에 나서 공연은 무대에 올려 질 수 있게 된다는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계속되는 무더위에 지쳤던 몸과 마음이 신나고 즐거운 음악과 춤을 감상하며 다 사라진 듯하다. 어쩌면 주연 조연 모두 탭댄스와 연기를 그리도 잘 하는지 그들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아직도 수십 명이 똑같이 맞춰 발을 구르던 탭댄스의 타닥타닥 경쾌한 리듬이 귓가에 맴돌고 있다.
- 2016-09-02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