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연기자협회(이사장 최수종)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와 함께 인구감소지역의 숨은 명소를 관광 콘텐츠로 제작·홍보하는 ‘숨핫’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는 최근 이와 같이 밝히며 “‘숨핫’은 국민들에게 친숙한 연기자들이 인구감소지역의 관광 자원을 직접 체험하며 소개함으로써 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고, 나아가 해당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배우들이 직접 나선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개되는 숨핫은 충청남도 부여, 강원도 고성, 경상북도 봉화, 전라남도 강진 등 4개 지역이다. 부여는 홍은희·김용희·박주희(MBC 27기 공채 탤런트), 고성은 보이그룹 위아이(WEi) 멤버인 김요한·김동한, 봉화는 배우 이효정·이유진 부자, 강진은 배우 이장우·선한국 등이 출연한다.
최범호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사무총장은 “정부에서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숨핫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앞서 지역 선정위원회를 꾸렸고, 전문가분들이 지역을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영상 콘텐츠는 가족, 친구, 선후배가 함께하는 여행 콘셉트로 구성된다. ‘부여’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탈것(주행 열기구, 수륙양용버스 등), 사진 맛집 ‘고성’ 바다를 배경으로 즐기는 해양스포츠와 밀리터리 서바이벌 게임, ‘봉화’의 백두대간 자연 속에 녹아든 정자와 한여름의 산타마을, ‘강진’의 푸소농가 체험과 월출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차 오마카세 등 지역별 특색을 보여줄 예정이다.
최수종 이사장은 “연기자들도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가 우려된다”라며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연기자들의 재능을 이용해 지역관광을 활성화해보자는 아이디어로 ‘숨핫’이 시작됐다. 배우들의 참여가 선한 영향력으로 인구감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아가 살맛 나는 대한민국을 위한 관광 콘텐츠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지역을 살리는 따뜻한 숨결이 되도록 미력하나마 힘을 쏟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최범호 사무총장은 “최수종 이사장님과 함께 좋은 뜻에 동참하겠다는 생각에 많은 연예인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면서 “지역소멸문제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숨핫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유동 인구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콘텐츠는 7월부터 부여·고성·봉화·강진 순으로 유튜브 채널 ‘숨핫’ 및 문체부 SNS 등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유튜브 채널에는 최수종 이사장과 최범호 사무총장 및 부여와 고성 출연 배우들의 홍보 영상이 게재되어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테니스 열풍 뒤에는 이형택이 있다. 묵묵히 불모지를 개척해 씨를 뿌리고 꽃을 피운 인물이다. 올림픽 4회 출전,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 한국인 최초 ATP 투어 대회 우승, US오픈 16강 진출, 세계 랭킹 36위 등. 테니스 선수로 그가 이룬 기록은 기적에 가깝다. 선수 생활을 은퇴한 그는 현재 주니어 선수 감독으로 테니스와 함께하고 있다. 아홉 살 때 테니스를 시작하던 마음을 기억하며, 명맥을 이어줄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다.
테니스 열풍 뒤 고민
테니스 코트를 배경으로 화보 촬영한 소감이 어떠셨나요?
코트 색감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괜히 아이돌 된 기분도 들고, 좋았습니다. 하하. 요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지난해 12월 무릎 수술을 해서 재활 훈련을 하면서 주니어 선수 육성에 매진하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테니스 외적으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어 기분도 환기되고 재밌었습니다.
요즘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데 실감하시나요?
동호인, 그러니까 생활체육 쪽에서 테니스가 인기를 끌고 있죠. SNS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쁘고 멋진 옷을 입고 테니스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SNS에 사진을 게재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건강에 좋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요. 시니어분들에게도 테니스 운동을 추천합니다. 전신 운동, 유산소 운동이 되고 테니스를 하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체력이 안 따라준다거나 부상당할까 봐 너무 겁내지 마시고 한번 배워보세요.
이 인기는 앞으로도 이어질까요?
지금이 참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기를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다음 스텝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는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더욱 발전하려면 결국 엘리트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포츠 업계에서는 테니스가 10년 전 골프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얘기해요. 박세리 선수 이후 좋은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세계대회에서 이름을 알렸기에 발전할 수 있었죠. 지금 국내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이 100만 명 조금 넘는다고 하는데 300만 명 이상으로 커지려면 정현, 권순우 같은 선수가 4~5명 정도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현, 권순우 선수에 대한 애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두 선수 모두 본인의 의지로 해외 경기에 도전했고 멋진 성적을 냈죠. 정현 선수는 그랜드슬램 4강을 달성했어요. 지금은 부상으로 인해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권순우 선수는 최근 메이저 대회(프랑스오픈)에서 승리하며 활약을 보여줬죠. 선배로서 두 선수 모두 몸 관리 잘하고, 부상 없이 투어 생활을 오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너무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가 그러지 못했기에 선수 생활이 끝나고 좀 아쉽더라고요. 해외에 가서 맛집도 못 가보고 주변 관광도 못 즐기고 그랬죠.
빛나던 영광의 순간들
테니스 불모지에서 어떻게 선수가 되셨나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강원도 횡성군 오천면에서 자랐어요. 어느 날 저희 초등학교로 발령받아 오신 선생님이 테니스부를 창단하신 거예요. 멤버를 모집하기 위해 축구 테스트를 하셨어요. 축구를 잘하면 모든 스포츠를 잘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당시 선생님이 제 축구 실력을 좋게 봐주셔서 테니스부에 들어갔고, 그게 시작이 된 거죠. 그때는 정말 테니스에 대해 하나도 모르던 아홉 살짜리 아이였어요.
선수 생활 기록 중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많은 분들이 ‘타이브레이크의 기적’이라면서 2005년 국제남자챌린저테니스 경기를 얘기하시죠. 6대0에서 역전승을 거둔 스토리가 포인트 같아요. 당시 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 마음이 통했던 걸까요? 그리고 199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은 저에게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회사가 IMF로 많이 힘들었거든요. 제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선수 생활이 그때 끝났을 수도 있어요. 금메달을 따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투어를 시작했고 2000년 US 16강 진출도 가능했죠.
경기 때 특별한 징크스가 있었나요?
징크스는 아니지만 저는 식당에 가면 항상 앉았던 자리에 앉으려고 했어요. 경기하는 날이 아닐 때도요.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 자리에 앉지 못하면 괜히 아쉬운 기분이 들곤 해요. 생각해보니 징크스가 하나 있었네요. 어머니께서 관람하러 오시는 날에는 한 번도 경기에서 이기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오시지 말라고 했는데, 아마 서운하셨을 거예요. 그 징크스를 깨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끝날 때까지 깨지 못했죠.
테니스 경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건 결국 무엇일까요?
테니스는 매 순간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스포츠예요. 그렇기 때문에 멘털 관리가 중요하죠. 경기하면서 조급해지는 순간이 와도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덤덤해지려고 노력해요.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최선을 다하자, 긴장하지 말자고 계속 저 자신과 대화를 하죠.
지금도 테니스 황제
선수 시절과 비교해 체력이 떨어진다고 느끼시나요?
아무래도 근력의 질이 많이 다르죠. 힘도 떨어지고요. 그래서 평소에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려 하고 러닝도 하면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죠. 테니스장에 있다고 운동하는 건 아니에요. 지금은 선수가 아니고 지도자잖아요. 여러 명의 학생을 신경 쓰느라 바쁘죠.
요즘에도 축구를 즐기시나요?
축구는 체력 훈련 삼아 하고 있어요. 전에는 축구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데, ‘뭉쳐야 찬다’(JTBC 예능)를 하면서 정식으로 레슨을 받고 기술을 익혔죠. 축구장을 뛰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또 요즘은 골프를 취미로 즐기고 있어요. 사실 골프 프로 투어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여러 여건상 안 되겠더라고요. 이제 무릎이 좋아지면 야구, 마라톤 등 새로운 운동에 도전해보려고요.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니까요.
유튜브 채널 ‘머드Lee-이형택TV’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머드Lee’는 제 별명이고, 한마디로 말하면 테니스를 주제로 하는 채널이에요. 정보영 선수와 대결을 펼치는 영상(조회 수 200만 회 돌파)이 가장 인기가 많아요. 시청자들이 제가 경기하는 영상을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테니스 치는 분들한테만 재밌는 영상이라는 거죠. 그래서 다른 스포츠 즐기는 모습, 먹방, 일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려고 합니다.
테니스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테니스는 제게 동반자예요. 죽을 때까지 계속 같이 가야죠. 끝이라는 게 없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경지에 다다르지 못했고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제가 올림픽을 4회, 16년 동안 출전했어요. 그런데 메달이라는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쉽다고 할 수도 있고, 그래도 잘 견뎠다고 위로받을 수도 있겠죠. 지금 저는 주니어 선수 육성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후배들이 좋은 길로 가는 것을 보면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겠죠.
Bravo Question - 나에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테니스에 대한 열정만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테니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내가 잘되고 성공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테니스라는 스포츠 자체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래야 좋은 선수들도 많아지고 선순환 발전이 이뤄지는 거죠.
어떻게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동행이 있다면 더욱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여행관이 맞지 않으면 ‘갈 때는 같이, 올 때는 따로’가 된다는 괴담(?)도 들린다.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나와 동행의 성향·취향을 계획에 적절히 반영한 뒤 실행해보자. 여행 말미에는 ‘잘 놀았다!’는 말이 절로 나올지 모른다.
결국 여행의 목적은 ‘환기’다. 나를 위협하는 그림자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 김영하 작가는 저서 ‘여행의 이유’에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기왕 어딘가 향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미리 짜인 틀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 패키지여행보다 내 취향과 상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자유여행은 어떨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 막막할 때 참고할 만한 몇 가지가 있다.
너, 내 동료가 되라! 여행 궁합 보기
가족여행에서 하지 말아야 할 십계명이 화제다. ‘부모님 버전’은 ‘아직 멀었냐, 음식이 달다, 음식이 짜다, 겨우 이거 보러 왔냐, 조식 이게 다냐, 돈 아깝다, 이 돈이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 이거 무슨 맛으로 먹냐,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냐, 물이 제일 맛있다’가 포함됐다.
‘자녀 버전’은 ‘똑같은 거 물어본다고 짜증 내기, 1시간 이상 외출 준비하기, 하루 종일 휴대전화 하기, 30분 이상 맛집 줄서기, 음식 사진 다 찍은 다음 먹기, 못 알아듣는 줄임말 쓰기, 사진 다시 찍어줘, 조금만 더 가면 돼, 다시는 같이 여행 안 올 거야, 엄마는 몰라도 돼’가 꼽혔다.
평소 잘 통하는 사이여도 여행지에서 생각지 못한 문제로 부딪힐 수 있다. 따라서 여행 전 서로의 성향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합의점을 찾으며 맞춰갈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동행이 없다고 해도 본인의 스타일을 파악해두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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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성향 체크리스트
겉핥기는 그만, 맞춤 테마 찾기
# 책방에서 얻는 감성: 한정된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명소를 둘러보며 ‘도장 깨기’(유명한 도장을 찾아가 그곳의 실력자들을 꺾는 것처럼, 특정 분야에서 어려운 장벽이나 기록 따위를 넘는 일) 하듯 다녀본 경험이 있는가? 몇 개국 몇 도시를 다녀왔는지 세어보는 재미도 있지만, 낯선 공간과 마음을 나누며 고유의 기억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나에게 맞는 테마를 잡아보길 권한다.
아직 목적지와 테마를 선정하지 못했다 해도 괜찮다. 여행 관련 서적을 소개하는 책방을 방문해 아이디어를 얻어보자. 뮤지컬 주인공의 대사 한 줄에 감명받아 해당 장소를 뒤따르는 이야기, 현지인들의 생생한 삶을 포착할 수 있는 마트와 슈퍼마켓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맛있는 상품을 발견하는 이야기, 유명 화가에 대한 단서를 수집하러 무작정 떠난 이야기 등 저마다의 가치를 찾는 과정을 엿보다 보면 어느새 묻어뒀던 로망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걸 느낄 테다. 고른 책을 한 손에 들고 여행 다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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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여행 책방(자세한 영업시간은 홈페이지 확인)
책방 여행마을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7길 57 지층. 월·목 정기 휴무. 여행 관련 독립출판물과 여행 에세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책방지기는 왕초보 여행 짜기, 맥주 마시며 여행 수다, 부루마블로 여행하기 등 관련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책을 만들고 싶은 이에게 한컴으로 책 만들기 수업, 꾸준히 글쓰기 모임을 통해 독립출판물 제작을 돕기도 한다. 캠핑 장비로 분위기를 낸 공간이 돋보인다.
책크인 :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29안길 29 2층. 영업일은 매달 상이. 매달 열흘간 여행을 떠날 정도로 진심인 책방지기는 여행사도 운영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상적인 카페 혹은 근사한 맛의 커피를 만나면 원두를 구매하고 돌아와 ‘이달의 원두’로 사용한다. 매달 세계 곳곳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와인도 판매한다.
공간인흑석 : 서울시 동작구 흑석로5길 94, 1층. 예약제 북카페. 시즌별·나라별로 새로 출간된 여행책을 전시 중이다. 러시아, 중국, 몽골, 스웨덴, 독일 등 해외 서적도 보유하고 있다. 2~4층은 게스트하우스 및 임대주택, 옥상에는 셀프 사진관이 마련돼 있다.
스페인책방 : 서울시 중구 퇴계로36길 29 기남빌딩 302호. 일요일 정기 휴무. 스페인 사진집과 여행 에세이를 꾸준히 펴내던 독립출판 제작자들이 연 책방. 스페인어 문화권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한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책과 원서도 있다. 명확한 테마가 있는 장소라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거나 다녀온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 AI가 안내하는 코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가기 위해 일정을 짜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 AI는 우리의 여행 코스를 구성해줄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원하는 방향과 인원수, 기간 등을 입력하거나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명소를 추천받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오류가 조금씩 있고 면밀하지 않기 때문에 참고만 하거나, ‘AI의 말대로’ 떠나는 여행을 시도해보는 데 의의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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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진다고? 작은 목표 세우기
장소 위주로 계획을 짜기보다 나만의 목표를 정해 챌린지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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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에 따른 추천 과제
인간관계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은 사람 : ‘여행 기간 타인에게 하루에 세 번 이상 연락하지 않기’, ‘일상과 관련 없는 현지인 친구 한 명 사귀기’, ‘한 시간씩 바닷가에서 멍때리기’
루틴을 잃어 건강을 되찾고 싶은 사람 : ‘하루에 만 보 이상 걷기’, ‘서핑·승마·스쿠버다이빙 등 레포츠 한 종목 배우기’, ‘간편식 끊기’, ‘7시간 이상 수면하기’
나쁜 습관을 고치고 싶은 사람 : ‘동네 반경 5km 안에서 생활해보기’, ‘전자기기 없이 살기’,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기’, ‘최소한의 돈으로 살기’
흔한 기념품보다 색다른 물건을 수집하고 싶은 사람 : ‘그 나라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향수 구매하기’(뿌릴 때마다 해당 장소를 떠올릴 수 있다), ‘여행지의 언어로 된 좋아하는 책 찾아보기’
국내에서 자유여행을 성공적으로 만끽했다면, 이제 해외로 향할 차례다. 저마다 마음속에 품어본 곳들이 있을 테다. 화보로만 봤던 광활한 대자연, 영화 속 주인공이 거닐던 이국적인 거리, 죽기 전 꼭 먹어야 한다는 세계 3대 디저트…. 로망으로만 간직했던 모든 것을 ‘자유’의 날개를 달고 펼쳐보자. 이제 막 해외 자유여행의 첫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실전 팁을 담아봤다.
도움말 김시일 여행퍼즐 대표(‘세계여행을 꿈꾸는 5070 초보 자유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저자)
비교적 이동 거리가 짧은 국내에 비해 해외의 경우 항공편 시간 등을 고려하면 지역을 먼저 정하는 것이 순조롭다. 어느 곳을 가느냐에 따라 일정 및 경비 등 여행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행사 패키지나 단체 관광 등 어떤 형태로든 해외 경험이 있다면 국가나 도시를 선택하는 폭을 더 넓혀도 된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먼 곳을 자유여행지로 택하는 건 안전하지 않다. 적어도 제주도라도 다녀온 뒤 가까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권을 경험해야 항공편 이용에 어려움이 없다. 이후 괌이나 사이판 등 영어권 국가도 한 곳 정도 다녀오면 해외여행에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이쯤 되면 전 세계 어디든 마음 동하는 곳으로 자유여행을 계획해봐도 괜찮다.
여행 중수라면? 먼 곳부터 도전!
막연히 해외 자유여행을 꿈꾸면서도,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도전을 미루는 이가 적지 않다. 여행지는 그야말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은 곳이 달라진다. 때문에 딱 꼬집어 중장년이라고 해서 어디가 좋다는 건 없다. 다만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여행지 선정 시 고려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평소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인지 살펴야 한다. 가령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이 있는 지역으로 가야 하고, 전시회나 박물관 등을 즐긴다면 관련 명소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둘째, 평소 싫어하는 환경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일이다. 추위에 약하다거나, 벌레가 많고 습한 것을 유독 못 견디는 등 피하고 싶은 환경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일단 여러 후보지 중 몇 곳을 추리는 데 도움이 된다.
만약 후보지가 너무 많고, 게다가 대륙도 다양하다면 이런 고민을 해보면 좋다.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도 갈 수 있는 곳일까?’라고 자문해보는 것이다. 가령 가까운 일본의 경우 도전이 어렵지 않은 만큼 10년, 20년 후에도 여행하는 게 큰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언제라도 갈 만한 곳이라면 조금 미뤄도 괜찮다. 도전 의식을 갖고 일생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을 하루라도 빨리 다녀오는 게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다.
5070세대가 주 고객인 소규모 맞춤 여행사 여행퍼즐의 김시일 대표는 “가보고 싶은 나라가 없는 중장년은 거의 없다. 오히려 선택지가 너무 많아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때 고객 중에 여행 경험이 좀 있는 분들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무조건 멀리 가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은 나중엔 체력 문제로 가기 어려워지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 들수록 비행시간에 영향을 받는다. 더 늦기 전에 먼 나라부터 자유여행으로 도전해보고, 더 연로해졌을 때 가까운 나라에서 휴양하듯 보내고 오시면 좋다”고 설명했다.
‘패키지 상품’에서 여행 일정 힌트 얻기
어느 곳으로 갈지 결정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일정을 짜야 한다. 아무리 자유여행이라지만, 낯선 나라의 일정과 동선을 자율적으로 짜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때는 패키지 상품을 예시로 삼아보면 좋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여행사 대리점에 가서 여행 전단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또는 홈쇼핑이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도 된다. 그렇게 둘러보면 그 지역 일정에 대한 대략적인 규모나 항공편, 경유지, 주요 명소 등에 대한 갈피가 잡힌다. 가령 북유럽의 경우 10일 이상 상품이 많은데, 이는 여행사들이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최적의 여행 기간을 꼽은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일정을 잡는 요령이 필요하다.
패키지 상품 내 상세 일정을 보면 항공편이나 공항 정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항공편 예약 시 주의 사항은 출·도착 공항을 잘 확인해야 한다는 것. 대체로 나라마다 도시마다 여러 개의 공항이 있다. 때문에 일정 순서나 장소 등을 고려해 공항의 위치도 잘 살펴보고 예약해야 한다. 경유지 항공편을 예약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때도 내가 원하는 일정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참고하면 어떤 공항과 항공사를 이용할지 가늠할 수 있다.
김시일 대표는 “항공권을 예매할 때는 수화물 포함 여부도 잘 확인해야 한다.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 위탁 수화물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항공 금액과 수화물 비용까지 합쳐서 비교해야 정확하다. 항공권을 언제 사야 가장 싼지 물어보는 분이 많다. 물론 비성수기에, 최소 3개월 전에, 평일에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그러나 꼭 그렇게 구매하지 않았더라도 일단 항공권을 예매한 뒤에는 더 이상 알아보지 마시길 권한다. 계속해서 더 싼 항공권이 있는지 살펴보고 후회하는 건 시간 낭비다. 미련을 버리고 이후 일정에 집중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조언했다.
구글 지도 북마크와 스트리트뷰 활용하기
어디를 갈지 정한 뒤에는 관광지, 맛집 등 여행 스폿을 정리해야 한다. 해외여행 때 구글 지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잘 알 것이다. 일단 해당 여행지에서 가보고 싶거나 관심 있는 곳들을 모두 표시해본다. 구글 지도에서 특정 지역을 선택하면 상세 정보란에 북마크 모양의 ‘저장’ 아이콘이 나온다. 여길 누르면 ‘가고 싶은 장소’, ‘여행 계획’, ‘별표 표시된 장소’ 등 카테고리를 지정해 해당 장소를 저장할 수 있다.(새로운 카테고리 생성도 가능) 편의에 따라 카테고리를 분류해 여행 스폿들을 저장해둔다. 이후 지도에 표시된 것을 보면 여행 동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참고로 스폿 사이 거리가 너무 멀거나, 공항·숙소 등과 동떨어진 곳은 제외하며 정리해나가면 효율적이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찾다 보면 아무래도 시각적 자료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화보나 영상 등에 담긴 이국적이고 광활한 모습에 매료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갔을 때 사진에서 본 모습과 달라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여행사나 매체에서 노출하는 사진은 그 지역의 아름다움이나 경이로움을 극대화하여 담거나 보정 과정을 거친다. 또 내가 가려는 계절과 당시의 풍경이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내가 가려는 때에 맞춰 그곳의 꾸밈없는 모습을 파악하려면 구글 지도의 ‘스트리트뷰’를 활용하면 된다. 거리뷰, 로드뷰로 알고 있는 실제 거리 모습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특정 스폿을 선택하고 ‘레이어-더보기-스트리트뷰’를 차례로 누르면 된다. 추가된 창에서 ‘날짜 더보기’로 들어가면 특정 시기로도 살펴볼 수 있다. 가려는 날짜와 겹치는 시기를 골라 내가 상상한 모습이 실현 가능할지 가늠해보는 것이다. 때로는 화보보다 더 기막힌 풍경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으니 여러 스폿을 갈무리해야 할 때 참고만 하자.
김시일 대표는 “현지에서 스트리트뷰를 실행했을 때는 필요한 정보 확인 후 다시 기본 지도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위성사진이나 실시간 교통 정보 등 다른 기능을 활성화하면 데이터 사용량도 늘고, 휴대폰도 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인터넷이 안 되는 오지로 여행 간다면 미리 오프라인 구글 지도를 다운받으면 된다. 오프라인 지도의 경우 만료 기한이 있으니 여행 직전 내려받거나, 장기간 여행일 경우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비상 상황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측불허의 상황, 이 또한 즐겨야 ‘자유’
패키지여행과 달리 자유여행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예측불허 상황에 대한 염려다. 그런데 여행에는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버스가 연착된다거나, 도로공사로 인해 노선이 바뀌었다거나, 영업 중인 줄 알았던 식당이 문을 닫았거나,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도 있다.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지만,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나마 예방법이 있다면, 일정을 너무 빡빡하고 자세하게 짜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변수가 생겨도 꼬이지 않고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언제나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의연한 마음가짐이다.
김 대표는 “때론 가려던 식당이 문을 닫아 다른 곳을 갔다가 의외의 맛집을 발견하는 것처럼, 변수가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극복해나가면 더 많은 추억과 노하우가 생긴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또한 자유여행의 매력이다. 그래서 자유여행에 실패란 없다”며 “이런저런 난관을 잘 헤쳐나가되, 한 가지 참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건강 문제다. 일정이 있더라도 몸이 안 좋으면 욕심을 내려놓고 무조건 쉬어야 한다. 만약 컨디션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면 돈 아낄 생각 말고 곧장 귀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병 있는 중장년, 영문 처방전 함께 챙기기
각자 상비약을 챙기겠지만 만성질환 등 지병이 있는 경우라면 챙길 약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기내용 짐에는 비행 및 경유 시간을 고려한 양의 약만 챙겨야 한다. 나머지는 위탁 수화물에 넣어야 하는데, 이때 영문 처방전도 함께 준비하면 좋다. 지나치게 약물이 많으면 자칫 마약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현지에서 약을 분실하는 등 약이 더 필요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행자보험도 꼭 들어둬야 도난 사건뿐 아니라 현지 병원 치료로 발생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보상받을 수 있다. 보험사마다 가격이나 보장 범위가 다르니 개인의 컨디션에 맞는 보험을 잘 선별해 가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3박 4일 대중교통을 이용한 국내 여행 코스 짜기.’ 이런 미션이 주어졌을 때 막막한 심정이 든다면, 아직 자유여행 초보 단계다. 어디에 누구랑 갈지, 뭘 먹고 즐길지 등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의 밑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면, 다음 7개 질문을 가이드 삼아 따라가 보자. 이후 국내 자유여행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면 초보 딱지를 떼는 건 시간문제다.
도움말 이주영 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홍보이사, '셀프트래블 타이완'ㆍ ‘나홀로 여행 컨설팅북’ 저자)
[Q1] 얼마나 다녀올까?
자유여행 초보자들은 종종 여행 기간을 간과하곤 한다. 무작정 가고 싶은 지역과 볼거리 등을 늘어놓고 고민하다 보면, 결국엔 일정이 맞지 않아 계획이 어그러지곤 한다. 어디로 갈지 결정하기에 앞서 중요한 건 얼마나 갈 수 있느냐다. 여행 기간에 따라 지역뿐만 아니라 동행인, 교통, 숙박, 즐길거리 등도 영향을 받는다. 먼저 얼마 동안 다녀올지 정하고, 차차 다른 요소들을 결정하는 게 순조롭다. 기간에 제한이 없더라도 초보자가 긴 일정을 소화하긴 어렵다. 동행자 포함 자유여행이라면 적정 기간은 2박 3일이다. 특히 동행자와의 첫 여행이라면 그 이상 일정은 추천하지 않는다. 자유여행이라도 동행자가 있으면 본인 뜻대로만 일정을 꾸리진 못한다. 그러면서 종종 여행지에서 다툼이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단 한번 다녀와 본 뒤, 서로 여행 궁합이 잘 맞는다면 서서히 기간을 늘려가는 게 좋다.
Tip_나 홀로 여행이라면 3박 4일이 효과적이다. 혼자 떠났을 땐 그만큼 여유롭게 자유여행의 참맛을 느껴야 한다. 2박 3일의 경우 ‘출발 당일-떠나기 전날-떠나는 날’로 이어진다. 가는 걱정, 떠나는 아쉬움 없이 오롯이 온전한 여행을 단 하루라도 즐기려면 3박 4일은 돼야 한다. 그렇다고 일정을 너무 길게 갖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 중장년의 경우 홀로 떠난 기간이 길면 자칫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Q2] 누구와 갈까?
함께 떠날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따라 자유여행의 콘셉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과 어린 손주를 데리고 가는 여행은 같을 수 없다. 배우자와 단둘이 가는 여행과 부부 동반 단체 여행은 또 다르다. 동성인지 이성인지, 몇 명인지 등에 따라 숙소 구성이나 교통편 등도 고려해야 한다. 여행 지역을 고르고 누구와 갈지 정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동행자가 정해졌을 때 함께 갈 곳을 결정한다. 그밖의 요소들도 서로의 취향과 편의를 고려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 같은 지역이라도 누구와 가는지에 따라 여행의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Tip_자유여행 초보자끼리 떠나는 경우라면 3인 구성이 안정적이다. 단둘이면 각자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셋이라면 둘 이상의 의견이 같을 때 다수결로 선택하기 용이하고, 중재자 역할이 있으면 더 균형이 잘 맞는다. 4인까지도 괜찮지만, 5인 이상 구성인 경우는 숙소나 교통, 음식점 예약 등이 더 불편해 권하지 않는다.
[Q3] 어디로 갈까?
어디든 끌리는 지역이 있다면 그곳이 최적이다. 고향이나 추억이 있는 장소도 좋고, TV나 영화에 등장한 명소도 좋다. 초보자라면 관광 및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도시가 수월한 편이지만, 소도시를 차분히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이때 여행 기간이 2박 3일, 3박 4일 정도라면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는 일정은 피해야 한다. 자칫 이동하는 데만 모든 일정을 할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교통수단이 원활하지 않다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가급적 한 지역에서 머무는 게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Tip_특별히 시의성에 맞춘 지역을 살펴보고 싶다면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를 찾아보자. 국내 여행 정보가 워낙 방대해 오히려 헤맬 수도 있는데, 이때 메인 화면을 중심으로 보면 좋다. 메인에는 주로 그 시기에 가보면 좋을 지역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노출된다. 여러 곳을 도장 깨기 하듯 여행하고 싶다면 매년 리뉴얼되는 ‘한국관광 100선’ 지도를 내려받아 보자. 지도와 주요 관광지가 표시되어 여러 지역의 동선을 짤 때도 활용도가 높다.
[Q4] 어떻게 갈까?
여행지가 정해졌다면 다음은 교통편이다. 고속버스와 고속열차 중 선택 가능한 지역이라면 초보자에겐 후자를 추천한다. KTX, SRT의 경우 출발지와 도착지 구분이 어렵지 않고 현장뿐만 아니라 앱과 사이트에서도 예약된다. 고속버스는 익숙한 경로가 아니라면 서울 내에서도 터미널을 헷갈리거나, 지역 내에서도 도착지가 여러 군데인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몇몇 지역 터미널은 온라인 예약이 불가하고 현장 구매만 이뤄지기도 한다. 운전이 가능하다면 초보자에겐 자가용이 더 수월하다. 일일이 대중교통 경로를 알아보거나 짐을 들고 다니는 수고는 물론 교통수단의 제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장거리 여행이라면 일부는 항공이나 고속열차·버스로 이동하고 현지 렌터카나 공유차량 서비스를 이용하면 효율적이다.
Tip_아무래도 대중교통이 어렵고 불편하다면 택시 투어를 추천한다. 시간 단위로 원하는 코스를 택시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가령 6시간 동안 미리 정해둔 명소, 맛집, 숙소 등을 이동한다거나, 택시 투어에서 추천하는 지역을 둘러보는 식이다. 대체로 지역 기차역이나 관광안내소 등에서 택시 투어 서비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 또는 여행 택시 예약 앱인 ‘로이쿠’를 이용하면 택시 예약 및 추천 코스 확인이 가능하다. 금액대는 지역 및 기사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일반 택시보다 조금 더 든다고 보면 된다. 여럿이 이동한다면 비용을 나눠 내면 되니 가격 부담이 줄어 효율적이다.
[Q5] 무엇을 할까?
내가 가는 지역에 해당 기간에 즐길 행사나 축제 등이 있는지 찾거나 관광 명소 등을 정리하는 단계다. 때로는 이러한 요소에 이끌려 여행 일정이나 지역이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머드축제’에 가보고 싶어 7~8월에 보령에 가는 식이다. 이처럼 특별히 즐길거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면 지역을 중심으로 찾아나가면 된다. 앞서 언급한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나 각 시·군·구 홈페이지 등을 살펴보거나, 여행사 상품·서적 등을 참고해봐도 좋다. 여행 초보자들이 기억할 건 ‘욕심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즐길 생각에 너무 일정을 촘촘하게 짜면 동선이 어지럽기도 하고,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Tip_간편하게는 포털 검색창에 ‘지역명+문화관광’을 치면 각 지역 관광 안내 홈페이지가 나온다. 지역별 사이트마다 구성과 내용은 다르지만, 정확도 높은 여행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유용하다. 만약 온라인 콘텐츠 검색이나 활용이 어려운 중장년이라면 시·군·구 문화체육관광 부서 또는 지역 관광공사를 통해 지역 관광 팸플릿이나 홍보 책자를 우편으로 신청해 받아보면 된다. 발송 후 받아보기까지 얼마간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으니, 촉박한 일정이라면 관련 홈페이지 내 e-북이나 PDF 파일 등을 내려받도록 하자.
[Q6] 어디에서 잘까?
여행 시 예약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숙박이다. 경비 면에서도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로 무턱대고 숙소를 먼저 예약하는 이가 상당수다. 그러나 숙소야말로 최후에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단 숙소를 정했는데 알고 보니 관광지 등 볼거리와 동선이 안 맞거나, 주변 교통편이 난해하면 ‘아차’ 싶을 수 있다. 더욱이 앱이나 플랫폼을 이용해 특가로 예약한 경우 취소가 어렵거나 환불 수수료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급적 숙소는 일정이 정리된 이후 최적의 동선을 확인해보고 예약하는 것이 안전하다.
Tip_숙소를 예약할 때 주로 앱 등에서 리뷰를 참고한다. 이때 리뷰 페이지 상단 게시물이 ‘별점순’으로 나열된 경우가 많다. 해당 탭을 눌러 ‘최신순’으로 정렬해 리뷰를 확인하길 권한다. 별점이 높은 게시물은 홍보성이거나 해당 여행객의 취향에 잘 맞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과거에 비해 관리가 소홀하거나 서비스가 달라지는 곳도 적지 않다. 최신순으로 리뷰를 보면 현재의 상태 파악은 물론 부정적 의견도 고루 살펴볼 수 있어 숙소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Q7] 어떤 걸 먹을까?
앞선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해둔 상태라면 맛집을 정하는 건 비교적 수월하다. 동선 내에서 취향과 입맛에 맞는 곳을 고르면 되기 때문이다. 유명 음식점이라도 나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우연히 간 식당에서 기가 막힌 요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너무 맛집에 연연해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음식이든 새로운 곳에서 경험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다. 패키지여행이라면 쉽지 않지만, 자유여행에서는 맛집에 대한 선택권이 다양하다. 때론 젊은이들이 줄 서는 식당도 들러보고, 전에 먹지 않았던 디저트도 맛보면서 자유여행의 매력도를 한층 끌어올려 보면 어떨까.
Tip_특정 지역이나 명소 인근의 맛집을 찾을 때 포털사이트에서 ‘지역명 또는 명소+맛집’을 검색하면 된다는 건 익히 알 것이다. 이 또한 괜찮은 방법이지만, 여행 일정을 짤 때는 같은 단어라도 지도 앱에서 검색해보길 권한다. 그러면 지도 화면과 함께 맛집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해당 화면에서 예약이나 리뷰 확인도 가능해 더 유용하게 쓰인다. 가끔 현지에서 가려던 음식점이 폐업했거나 대기가 지나치게 길어 당황스러운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도 지도 앱을 켜서 ‘지도중심’ 탭을 이용하면 현재 위치 기준 주변 맛집을 거리순으로 파악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여행에는 나이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시니어들은 여행을 가도 될지 눈치를 본다. 늙어서 주책맞아 보이는 건 아닐까, 장기간 집을 비우면 손주는 누가 보살피나 등 걱정이 잇따른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여행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여행자 양성 교육을 무료로 펼치고 있다. 1964년생 이상의 시니어라면 특히 주목해보자.
교육의 이름은 ‘꿈꾸는 여행자’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서 주관한다. 총 7주간 교육생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여행 계획을 수립하고, 조별로 실습 여행을 다녀온 후 결과를 공유한다. 디지털 기기 활용법도 배우며, 전문가 강연도 듣는다. 2018년 시작돼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실 수료생은 2296명이다. 또한 총 7주간의 정규 교육 과정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는 △시니어 강사 과정(6월) △여행 인플루언서 과정(8월) △테마형 여행가 과정(9월) △영상 제작 과정(10월) 등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여행 커뮤니티 꿈꾸다
꿈꾸는 여행자 교육 위탁 운영사는 라이프맵(구 여행대학)이다. 정상근 대표는 2008년 ‘80만 원으로 세계여행’이라는 책을 낸 여행 작가이기도 하다. 책 제목처럼 80만 원만 들고 호주로 떠난 그는 그곳에서 1000만 원을 모아 1년간 자급자족하며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우리의 부모님인 시니어는 왜 이렇게 자유여행을 하지 못할까’라는 안타까움을 느꼈단다. 시니어를 위한 여행 교육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꿈꾸는 여행자는 시니어의 삶의 질 개선과 국내 관광 활성화가 목표다. 특히 정상근 대표는 시니어가 은퇴 후 겪는 상실감, 우울감에 주목했다. 근본적으로 그들의 삶에 ‘나’ 자신이 없어 비롯됐다고 생각했다. 정 대표는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평생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시니어들은 여행마저 자신을 위해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좋아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즐기길 바랐다”고 말했다.
사실 시니어들 스스로도 자유여행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돈 또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 정상근 대표 역시 시니어들이 왜 두려워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왜 여행을 많이 하지 못했고, 무엇이 해결되면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그 결과 가장 큰 원인은 ‘함께할 사람이 없어서’로 도출됐다. 이에 따라 꿈꾸는 여행자는 지속 가능한 여행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조별 활동 위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1기 교육생 중 일부는 현재까지 만남을 이어간다고 한다.
시니어가 바라는 여행
꿈꾸는 여행자는 시니어가 여행 취향과 선호를 발견하고 주도적인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상근 대표는 시니어들이 원하는 여행의 특징으로 “교육과 연계된 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짚었다. 여행지에 숨은 역사적 배경을 알아보거나, 하나의 분야를 깊이 탐구하는 여행을 하거나, 여행 후 자신에게 무언가 남기를 바란다. 또한 취미를 확장해 여행으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많다.
‘여행은 경험’이라고 말하는 정 대표는 “이동을 수반하는 모든 행위는 여행이 될 수 있다”면서 “평생 여행과 담쌓고 살았는데 갑자기 많은 돈과 에너지를 들여 여행을 가기란 쉽지 않다.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어딘가 떠나보는 것을 시작으로 삼아도 좋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리산 등산을 목적으로 남원에 간다면, 그 김에 인근 맛집에서 식사하고 광한루도 보고 오면 그게 여행이 된다는 것.
결론적으로 꿈꾸는 여행자 교육의 장점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자유여행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가 생기고, 여행 전문가가 되어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과정은 궁극적으로 행복과 연결된다. 정상근 대표는 “시니어의 여행은 존중되어야 한다. 꿈꾸는 여행자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가의 사전적 정의란 일하지 않는 모든 시간을 말하더라고요. 액티브 시니어들이 여가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투자하는 게 당연한 문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여가를 보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수강생 한 분이 ‘우리 세대가 자식에게 물려줄 것은 돈의 유산이 아니라 경험의 유산임을 증명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참 의미 있고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꿈꾸는 여행자’ 수료생, 박수택 생태환경 평론가
“새 쫓는 여행, 배움의 미학”
2018년 SBS 기자로 은퇴한 박수택 평론가는 ‘꿈꾸는 여행자’ 교육을 들은 후 여행가로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그는 워낙 환경과 관광 쪽에 관심이 많았다. 환경 전문기자로 유명했으며, 방통대에서 중국어, 환경·보건, 관광학 등 3개의 학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꿈꾸는 여행자 교육을 통해 그는 자신의 관심사를 녹여 자연 여행을 해야겠다는 해답을 얻었다. 특히 새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전국과 해외 곳곳을 돌며 탐조(探鳥) 여행을 펼치고 있다.
“꿈꾸는 여행자 교육을 들으면서 공부가 많이 됐어요. 나만의 여행에는 테마가 있어야 하며, 공정 여행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죠. 공정 여행이란 여행지의 자연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을 말합니다. 돈만 쓰고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여행과는 다르죠. 볼·먹·잘·놀·살·탈거리, 이 6가지가 알찬 여행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수택 평론가의 새에 대한 사랑은 실로 대단하다. 새의 발자취를 쫓는 그는 동년배 시니어들에게도 자연 여행을 추천한다. 친구, 친척, 환경단체 활동가, 탐조클럽 회원 등과 여행을 떠난 적도 많다. 주로 습지 여행으로, 국내 이천과 순천, 일본 훗카이도 구시로, 중국 장쑤성 옌청 등에 다녀왔다. 그는 “사람들과 같이 보고 느끼면 여행이 더욱 재밌다. 동시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므로 생태관광 안내인 역할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탐조 여행을 하면서 자연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거죠. 그동안 우리 시니어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경제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잖아요. 이제는 미래 세대가 살아야 할 바탕인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연 속에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행복합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이 계속 보존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여행을 하면서 단순히 소모적인 즐거움만 누리려 하지 말고, 의미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전국 200여 개 시·군·구를 죽기 전에 다 가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박수택 평론가. 김정호의 호를 따와 ‘고산자 계획’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까지 100여 개 지역을 다녀왔으며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여행은 배움’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배울 것이 무궁무진하니 가슴이 뛴다.
“자발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주도해서 여행하면, 그 과정 자체에서 스스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새 이름을 새롭게 아는 것, 새로운 습지를 발견하는 것, 그 자체가 배움의 즐거움이 되는 거죠.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날아오는데, 번식지 찾기가 좀처럼 어려워요. 하지만 한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독수리는 몽골에서 오는 것인데, 그곳이 어디인지 가보고 싶어요. 이처럼 하나를 알면 두 개를 알고, 두 개를 알면 네 개를 알게 되고… 가지치기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통해 글을 쓸 수도 있고, 자신이 프로그램을 짜서 사람들을 안내하는 일을 할 수도 있겠죠.”
숙박·식사·항공·관광·체험에 이르는 여행의 전 과정을 정해주는 패키지여행은 분명 편리한 면이 있다. 자유여행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에 준비할 것도 고민할 것도 많다. ‘자유여행은 청년, 패키지여행은 중장년’이 공식처럼 여겨진 이유다. 하지만 최근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구글 지도를 켜고 배낭을 멘 채 가본 적 없는 도시로 떠나는 중장년이 늘고 있다.
중장년은 어떤 여행 방법을 가장 선호할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의 ‘선호하는 여행 행태에 대한 조사’(2023)에 따르면 50대 이상은 국내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도시 지역보다는 자연 지역을, 3박 4일 이상의 장기 여행보다는 단기 여행을 선택했다. 휴식 여행보다는 보러 다니는 여행을 원했으며, 입맛에 익숙한 음식도 좋지만 해외라면 현지 음식도 먹어보고 싶어 했다. 국내의 경우는 자유로운 일정을 중요시 했고, 해외는 다양한 체험을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자유여행에 대한 선호도다. 그동안 패키지여행은 중장년이 선호하는 여행 방식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조사를 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자유여행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패키지여행 선호도도 높아지지만, 비율로 보면 자유여행이 패키지여행보다 인기가 있었다.
여행 작가이자 여행 강사로 활동하는 이종원 상상콘텐츠연구소 소장은 “저가 패키지는 옵션이 많아 선택하다 보면 결국 비용이 늘어나거나 원치 않는 쇼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쇼핑 투어’가 이슈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합리적인 여행을 원하게 됐고, 자유여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털사이트 카페 등 여행 커뮤니티에 각종 정보가 많아 자유여행 설계도 비교적 쉬워졌다”며 “동남아는 물론이고 유럽, 남미 등에도 배낭을 메고 자유여행 하는 60대가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여행 업계는 소비력 있고 인구수도 많아지는 중장년층의 수요를 반영해 다양한 자유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는 항공사, 항공편, 호텔 등의 조건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내맘대로’ 상품을 선보였다. 여행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중장년 맞춤형 조합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가이드맨은 자유여행과 패키지의 장점을 조합한 단독자유여행패키지만을 취급한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않아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면, 이런 여행사의 자유여행 혹은 세미자유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고 말했다. 편한 패키지여행을 뒤로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자유여행은 그 자체로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면 어느새 자유롭게 여러 도시를 누비고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이종원 소장은 “기본적으로 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내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상대적으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많은 중장년에게 자유여행은 패키지여행보다 더 나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익숙지 않은 지역으로의 여행은 설레기도 하지만 우여곡절도 겪게 된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 여행의 매력이다. 중장년의 자유여행은 조금 느리고 약간 불편할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생기는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떠나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유여행은 시간이 많은 중장년에게 추천할 만하지만 그만큼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따라서 4060이 자유여행을 떠나기 위해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모아봤다.
◇자유여행 떠나기 위해 알아야 할 7가지
1. 혼자보다는 여럿이 떠나자
4060 여행자라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여행을 즐기는 편이 좋다. 가족도 좋고 가까운 지인도 좋다. 다만 여럿이 떠나는 자유여행을 계획할 때는 역할 분담하기를 추천한다. 교통편, 숙소, 식사 등을 나누어 찾는 것이다. 그래야 자유여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모두가 공감하며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따지기보다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줄 수 있다.
2. ‘시간’을 적극 활용하라
은퇴 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시간’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자. 어느 여행지든 주말이 더욱 붐비기 마련이다. 자연을 좋아한다면 평일에 ‘자연휴양림’ 위주로 전국 투어를 해볼 수 있다.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휴양림도 평일을 이용하면 문제없다. 해외 항공권 역시 저렴한 티켓을 노려볼 수 있다. ‘얼리버드 예약’처럼 출발 한참 전에 나오는 할인 티켓은 경쟁도 치열하고 아무래도 젊은이들과의 속도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많아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건 은퇴 후의 특권이다. 보통 출발일 2주 전쯤 판매하는 ‘땡처리 항공권’이나 항공사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미판매분 티켓’을 노려보자.
3. 자유여행에도 ‘투어’ 상품은 필수!
원데이 투어나 시티투어 상품을 활용하면 체험의 묘미를 살릴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지자체를 통해 시티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보통 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출발해 하루를 보내는 상품으로, 2박 3일 국내 여행이라면 하루 정도는 시티투어를 활용해 시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해외여행 역시 원데이 투어 상품을 적절히 섞어보자. 원데이 투어 상품은 패키지 상품으로 가기 어려운 곳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외국인들도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색다른 매력이다. 본인이 머무는 호텔에서 출발해 일정을 마친 뒤 다시 데려다준다는 점에서 편리함도 있다. 원데이 투어는 추가 옵션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4. 구글 지도와 친해지자
자유여행을 계획할 때 구글 지도 앱은 필수다. 야놀자, 호텔스컴바인 등 여러 숙소 예약 플랫폼을 통해 묵고 싶은 곳을 10개 정도 고른 뒤 구글 지도에서 다시 검색해보자. 지도에서는 각 플랫폼별 숙소가 한 번에 나오므로 업체들이 예약 경쟁을 하기 때문에, 개별 플랫폼에서 찾는 것보다 더 저렴한 경우가 있다. 또 다양한 사람들의 실사용 리뷰를 볼 수 있다. 숙소의 질을 확인하고 싶다면 ‘화장실 사진’을 유심히 보는 게 좋다. 아무리 좋은 필터를 사용해도 화장실은 속일 수 없기 때문. 해외여행이라면 구글 지도가 내비게이션 역할도 해주고 스트리트뷰 기능으로 목적지를 미리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구글 지도를 수시로 들여다보며 여러 기능에 익숙해지는 게 좋다.
5. 앱을 적극 활용하자
스마트폰에 여행 준비에 도움이 되는 앱을 깔아 수시로 들여다보자. 호텔·체험권·픽업·여행자 보험 등 여행 정보는 KLOOK(클룩), 와그, 마이리얼트립, KKday 등의 여행 플랫폼에서 둘러볼 수 있다. 항공 티켓은 skyscanner, playwings, 와이페이모어, 땡처리닷컴, 인터파크 투어, 항공사별 자사앱 등을 활용하자. 먹거리는 트립어드바이저, 다이닝코드 등에서 후기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6. 여행 정보는 커뮤니티에서
자유여행 코스를 구성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다녀왔는지 미리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포털사이트에서 ‘가고 싶은 지역 + 네이버 카페’라고 검색한 뒤 이용자가 가장 많은 카페에 가입해 둘러보자. 숙소, 볼거리, 식사, 쇼핑까지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여행하는 데 어느 정도 예산을 사용했는지도 참고할 수 있다.
7. 체력 안배하기
어느 여행지를 가든 체력 안배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봤다면 특히 나의 ‘여행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5박 6일 여행이라면 3일은 체험형 여행 코스를 구성하되 2일은 쉴 수 있도록 안배해야 한다. 남미, 실크로드 등 체력이 필수인 여행지라면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필요한 정보를 얻으며 체력을 기르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 떠나도록 한다.
도움말 이종원 상상콘텐츠연구소 소장(한국여행작가협회 작가)
◇이종원 소장의 여행 꿀팁
- No Tip, No Option! 자유여행이든 패키지든 여행사를 통해 준비할 때는 ‘노 팁, 노 옵션’ 상품을 선택하자. 처음 계약 과정에서 고른 것 외에는 추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 숙소를 너무 외딴 곳으로 정하지 말자. 도심에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정해야 저녁 시간에 걸어서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못했다면 모텔·호텔이 모여 있는 곳을 탐색해보자. 숙소가 많은 곳은 가격 경쟁이 붙기 때문에 쾌적한 숙소를 저렴한 가격으로 얻을 확률이 높다.
- 관광지에서는 맛집을 찾기 어렵다. 국내라면 군청, 시청, 경찰서 등의 주변에 맛집이 숨어 있다.
- 대중교통으로 국내를 여행한다면 내일로 패스를 활용해보자. 11만 원이면 7일간 무제한 탑승이 가능하다.
- 해외여행을 준비한다면, 공항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여행자보험과 환전이다. 보험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환전은 주거래 은행이 가장 저렴하다. 꼭 필요한 현금만 준비하고 트래블로그나 트래블월렛을 사용하자. 수수료 없이 신용카드처럼 사용하거나 현금을 찾는 데 이용할 수 있다.
- 장거리 여행이라면 이동 시간도 활용해보자. 특히 10시간 이상 가야 하는 해외라면 비행기 안에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 테마기행’ 등의 방송 중 가고자 하는 여행지 편을 봐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외국어를 몰라도 해외여행에 전혀 지장 없다. ‘구글 렌즈’와 ‘파파고’ 앱을 미리 설치한 뒤 떠나자. 관광지의 안내판은 구글 렌즈로 찍으면 자동 번역되고, 주문할 때는 파파고 앱을 이용하면 자동 음성 번역이 가능하다.
- 오지 여행은 전문 여행사를 통해 준비하자. 실크로드, 히말라야 등은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남미는 한 달 정도 시간을 들여 둘러보는 것이 좋다. 따라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50대 이상 여행객을 대상으로 남미, 아프리카, 몽골 등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작은별 여행사’와 같은 전문 여행사 이용을 추천한다.
●Exhibition
◇고인물전(古人物展)
일정 6월 30일까지 장소 화정박물관
화정박물관이 소장한 초상화나 옛사람을 소재로 한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회화, 공예품 등 약 90점을 볼 수 있으며,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 ‘Portrait’(초상화)에는 한국과 중국의 초상화가 전시됐으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본다. 조선시대 문신 이정영 초상과 프랑스 화가 프라이가 그려 1899년 영국 잡지 ‘베니티 페어'에 실린 고종황제의 캐리커처 등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은 ‘Ideal Life’(이상적 삶)로 ‘서원아집도’, ‘동파입극도’ 등을 통해 속세를 떠나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알아본다. 세 번째 ‘Extraordinary Life’(특별한 삶)에서는 ‘여동빈’, ‘포화대상’ 등 신선이 된 인물이나 신비한 능력을 가진 승려 이야기를 다룬 그림을 볼 수 있다. 마지막 ‘Into the Real Life’(실생활 속으로)에서는 ‘어촌도’, ‘어제경직도’ 등 당시의 생활상을 묘사한 작품, 그리고 ‘삼국지’와 같이 당대 인기를 누렸던 대중문화 작품을 알아본다. 화정박물관 측은 “종교와 문화, 사상 등 인간의 관심사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필립 파레노 : 보이스
일정 7월 7일까지 장소 리움미술관
전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의 국내 첫 대규모 전시회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파레노의 대표작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신작 ‘막’(膜)으로 야외 데크에 설치된 높이 13.6m의 타워 구조물이다. 42개의 센서는 기온, 습도, 풍량, 소음, 대기오염 등 외부 환경 정보를 수집해 새로운 언어 ‘∂A’(델타 에이)를 만든다. 이 언어는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를 학습한 AI를 통해 전시장 곳곳에서 들린다. 전시 기획자인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파레노 개인전은 ‘보는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공연과 같다. 작품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는 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Book
◇변방에서 중심으로(문재인·김영사)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2년 만에 첫 회고록을 펴냈다. 책은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대부분을 보좌했던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질문을 던지고 그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동,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남·북·미 판문점 회동 등 재임 당시의 외교사적 사건을 문 전 대통령의 시각으로 서술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관련된 주요 결정의 뒷배경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한다.
더불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파트너였던 지도자들(김정은, 트럼프, 아베)와의 물밑 협상 과정과 그들에 대한 평가 또한 최초로 공개한다. 외교·안보 성과뿐 아니라 아쉬움과 한계, 성공과 실패 요인, 정책에 대한 공과 판단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책은 ‘미국의 손을 잡고’, ‘균형 외교’, ‘평화 올림픽의 꿈을 이루다’, ‘그리고 판문점’, ‘결단의 번개 회담’ 등 총 13장으로 이뤄졌다. 출판사 김영사는 “현재 국제 및 남북 정세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과 조언을 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조건에서 ‘대한민국에 외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줄 것이다”고 밝혔다.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이서원·나무사이)
30년 동안 3만 명을 상담해온 저자는 50대에는 자신이 가장 편하고 좋아하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38가지 통찰을 제시한다.
◇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최재붕·쌤앤파커스)
‘포노 사피엔스’ 저자가 말하는 AI 시대 이야기로, 산업·분야별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팬더스트리’(팬덤+인더스트리)의 부상을 예측했다.
◇전국 맛집 가이드북(한국여행작가협회·상상출판)
한국여행작가협회 소속 작가 20명이 전국 팔도를 여행하며 직접 맛보고 엄선한 맛집 300곳의 정보가 담겼다. 맛있는 여행을 계획해보자.
●Stage
◇햄릿
일정 6월 9일 ~ 9월 1일
장소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손진책
출연 전무송, 이호재, 박정자, 손숙, 정동환, 길용우, 김성녀, 길해연, 강필석, 이승주, 루나 등
연극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로,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해랑 선생의 연출로 1951년 첫선을 보인 뒤 관객과 꾸준히 만나고 있다. 신시컴퍼니의 ‘햄릿’은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16년 초연됐으며, 2022년 재연을 거쳤다. 2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공연에서도 연극계 원로 배우와 젊은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60년 경력의 최고령 전무송을 비롯해 24명의 배우가 출연하며, 연기 경력만 900년에 달한다. 손진책 연출은 “햄릿의 통시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더 감각적이고 격조 있는 현대의 햄릿을 선보이려 한다”며 “경륜 있는 배우들이 주축을 이루는 만큼 그들의 존재감과 연기력이 빛나는 무대를 만들겠다”라고 전했다.
◇메노포즈
일정 6월 13일 ~ 8월 25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연출 이윤표
출연 문희경, 유보영, 조혜련, 서지오, 이아현, 김현숙, 류수화, 주아, 민채원, 신봉선
중년 여성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뮤지컬 ‘메노포즈’가 2018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메노포즈(Menopause)란 폐경을 뜻하는데, 근래에는 월경을 완성했다는 의미에서 ‘완경’으로 해석되는 추세다. 우연히 백화점 란제리 세일 코너에서 만난 네 명의 여성은 옥신각신하다 완경이라는 공통된 고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문직 여성, 한물간 연예인 등 살아온 삶은 다르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고통을 함께 나눈다. 그 과정을 통해 중년 여성에게 ‘완경기는 완성된 여자로서 또 다른 시작’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프랑켄슈타인
일정 6월 5일 ~ 8월 25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왕용범
출연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 박은태, 카이, 이해준, 고은성 등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다.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다. 철학과 의학의 천재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는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이 캐스팅됐다. 박은태, 카이, 이해준, 고은성은 빅터의 조수 앙리 뒤프레와 괴물 역을 맡는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한국 공연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공연의 완성도와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사실 인간관계의 본질은 같다. 1936년에 출간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지금까지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셀러에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시대를 거듭할수록 사회적·문화적 변화와 함께 사람들 사이 소통 방식과 관계의 범위 등 많은 것이 달라졌다.
새로운 사람과 만났을 때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한 번에 완화할 수 있는 한국 사회 속 ‘필승 전략’이 있다. 학연, 지연, 혈연이다. 우연히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걸 알았을 때 주변 맛집, 교내 명소, 동아리 등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다 보면 금세 친해진 기분이 든다. 지연이나 혈연은 말할 것도 없이 서로를 이끄는 매력 중 하나다.
속상한 일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세 요소 중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상대와 거리를 좁히긴 쉽지 않다고 여긴다. 공통점을 찾거나 재미있을 만한 주제를 꺼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 내다 결국 출신 성분으로 다시 돌아가고 말 때도 있다. 그러나 최근 인간관계의 지평이 흔들리고 있다. 흐름을 파악해 또 다른 필승 전략을 찾아 적용해보는 건 어떨까.
◇취향을 통한 ‘모임 속 모임’
전염병이 도래하면서 3여 년 동안 사람들의 교류가 일시적으로 단절됐다. 서로 간 소통의 빈도와 강도는 단박에 복구되기 어려웠다. 그 사이 취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2023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나이, 사회적 지위, 의례 강요와 같은 견고한 전통적 기준을 통한 관계 맺기를 탈피하고자 하는 정서가 짙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취향이 비슷하면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 있다고 말한 비율이 84.7%에 달했다.
일부는 익숙한 관계와 개인의 취향이 결합한 모임을 선호하기도 한다. 자신의 과거를 고려한 동창회나 회사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취향 맞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 한다는 의미다. 직장 내 살롱문화(책, 와인, 스포츠, 맛집)가 그 예다. 수평적 형태만 유지된다면 한 번의 모임으로 사내 인맥 관리와 취미를 동시에 취할 수 있다. 가벼운 경험 공유 소재 외에 자신의 가치관과 사회적 의미(비건, 환경보호, 정치 성향)를 공유하고자 하는 모임도 생기고 있다.
◇찐친과 겉친 사이
‘2024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무조건 인맥을 확장하려는 욕구는 줄고, 좁고 깊은 관계를 통해 관계의 효율을 추구하는 추세다. 일부는 SNS도 폐쇄형식으로 운영한다. 최근 개인 SNS의 공개나 운영은 대체로 이미 ‘잘 아는 관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었고(65.8%), 해당 관계끼리만 소통을 시도하는 편이었다.(65.3%) 반면, ‘찐친’ 외에는 필요할 때만 찾는 일회성 관계로 여기기도 한다.
‘티슈 인맥’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목적과 친밀도, 중요도에 따라 의도적으로 색인을 붙여 분류하는 ‘인덱스 관계’를 소개했다. 이명수 연세라이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온라인 만남이 익숙해진 만큼 다양한 관계를 맺게 될 기회도 급격히 늘었기 때문에 목적을 기반으로 인맥을 관리하는 경우가 나타난 것”이라며 “다만 활동 기록이나 메시지 답장 시기가 실시간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서로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상식? MBTI
“MBTI가 어떻게 되세요?”는 처음 본 사람에게 서먹함을 깨는 용도로 빠지지 않고 사용된다. 최근 온라인에 간이 검사법이 확산되면서 광풍이 불었다. MBTI는 심리학자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개발된 성격 유형 검사다. 여러 문항을 통해 외향(E)과 내향(I), 감각(S)과 직관(N), 사고(T)와 감정(F), 판단(J)과 인식(P) 4가지 지표 중 각각 어떤 특성에 가까운지 분류한 뒤 해당 지표를 조합해 총 16가지 유형 중 하나로 성격을 구분한다.
SNS나 유튜브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MBTI 유형별 연애·공부·관계법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주목받는 지표는 T와 F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고 흐름과 반응 양상에 큰 차이가 있다. 만약 친구가 “나 우울해서 미용실 가서 머리했어”라고 말했을 때 T 유형은 “어떤 스타일로 했어?”, F 유형은 “무슨 일 있는 거야?”로 반응이 나뉜다고 한다.
이명수 원장은 “MBTI는 원래 팀 프로젝트를 할 때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협업 능력을 높이고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며 “타인과 대화할 때 나라는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 상대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재미로 파악해볼 수는 있지만 그 특성 안에만 갇히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녹기 전에’는 아이스크림에 시간의 철학을 접목해 세계관을 확장하는 디저트 가게다. 녹싸(녹기 전에 사장)는 녹기 전에, 늦기 전에 만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매개로 연결된 사람들이 시간을 음미하길 바란다. 신간 ‘좋은 기분’에는 흐르는 순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일과 삶의 태도를 단단히 한 그 만의 경험을 스쿱 가득 담았다.
외관부터 요상하고 의미심장하다. 간판 대신 멈추지 않는 시계와 하루하루 넘기는 형태의 달력이 걸려 있다. 재고 관리가 자신 없어 매일 다른 아이스크림으로 진열장을 채우고(그렇게 탄생한 메뉴만 350가지 이상이다), 디자인에 서툴러 로고조차 새기지 않은 컵과 포장 용기는 오히려 상징이 됐다. 내부 곳곳엔 시간을 주제로 한 책들과 흘러넘치는 아이스크림 모형이 비치돼 있다. 메뉴 순위가 궁금할 이들을 위해 “10.아이스크림의 9.맛 선호도는 8.인기의 7.문제가 6.아니라 5.각자가 가진 4.취향의 3.문제 2.입니다 1.쌀”이라는 재미난 설명도 붙어 있다. 남다른 분위기의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다.
이곳의 주인 녹싸는 팀원들과 아이스크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을 도모한다. 공식 SNS 계정에 손님들이 남기고 간 사연이나 방명록을 라이브 방송으로 소개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녹기 전에 주주총회’를 연다. 물론 이외에도 악필대회, 사생대회를 열거나, 숲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한 달에 한 번씩 함께할 누군가를 모집해 나무를 심으러 가기도 한다. 정체성을 물으니 “여기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흐물흐물한 곳이에요. 아이스크림은 핑계죠”라 대답한 이유가 있었다.
흐르는 시간과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가 탄생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어릴 적부터 줄곧 시간에 대한 화두를 껴안고 살았다. 머리를 맞대고 듣는 벽시계 초침 소리가 좋았고, 짧은 시간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긴 시간은 단순히 재단하기 힘든 감동이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공상은 ‘죽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는가’라는 고민으로 끝났다. 살면서 의존할 만한 안식처는 즐거운 기억뿐이라는 확신에, 한평생 질린 적 없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하고 많은 디저트 중 ‘흘러서’ 시간을 알려주는 아이스크림은 삶과 미래, 죽음에 대해 넌지시 교훈을 준다고, 세상에 기여할 일이 지금보다 훨씬 많을 거라 생각했다.
“2017년 종로구 익선동에서 호기롭게 장사를 시작했지만 빠른 상권 변화에 부침을 겪었습니다. 옆에 크레페·호떡 등 다른 디저트 가게가 생길 때마다 크게 영향을 받았고, ‘핫플레이스’ 특성상 일회성 방문이 대부분이라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느껴줄 단골손님이 없었어요. 매출이 떨어지니 자신감이 바닥나 한동안 가게 안쪽에 숨어 있었죠. 새벽 4시까지 닥치는 대로 콘텐츠 기획, 마케팅, 브랜딩, 디자인 분야의 책을 읽었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하는 멋진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독서 생활의 말미에는 ‘아, 결국 동력을 얻으려면 책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인간인지 먼저 들여다보고, 현장 경험으로 체득해야 하는구나!’ 깨달았어요. 그러던 중 2022년 마포구 염리동이라는 동네로 이사했고, 접객의 의미에 더욱 집중하게 됐습니다.”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
많은 점주가 접객 업무를 단순노동으로 여긴다. 점원도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때우거나, 경력 쌓기와는 무관한 스쳐가는 일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자기 시간의 일부를 할애하는데도 소모적이라고만 여기며 하루를 보내기 십상이다. 그러나 녹싸는 접객이 제조자의 세계와 손님의 세계를 매끄럽게 이어주고, 주파수를 맞추는 섬세한 작업이라 말한다. 신간 ‘좋은 기분’은 원래 가게의 또 다른 얼굴이 되어줄 동료를 구하며 해주고 싶은 말을 모아 쓴 글이다. 100쪽이 넘는 별난 채용공고는 입소문을 타면서 책으로 출간됐다.
“과거에는 오히려 제품을 전달하는 사람의 역할이 더 컸어요. 이 제품으로 당신의 삶이 얼마나 윤택해질지 납득시키려면 누군가 친절히 설명해줘야 했죠. 점점 개인의 기분과 역할은 도외시되고 흘러넘치는 물건 자체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키오스크나 로봇으로 대신하는 풍경도 꽤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저는 오래 지속됐던 것들의 힘을 믿습니다. 직접 인사를 건네고, 상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접객 일도 마찬가지에요. 다만 나를 갉아먹는 상태에서 서비스하지 않으려면 걷고, 목욕하고, 책을 읽고, 불멍을 하는 등 일과 삶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번잡함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일의 목적과 가치를 분명히 하고 내면의 근육까지 단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덕분에 ‘녹기 전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찾는 일상의 거처가 됐다. 어떤 기준으로 아이디어를 좁히거나, 뾰족한 마케팅으로 일부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특정 연령만을 대변하기에는 아이스크림이 모든 세대가 전 생애에 걸쳐 즐기는 디저트라서다. 오늘도 그는 6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조금 퉁명스러운 단골손님이 오면 ‘스푼은 2개, 집에 가는 길은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사실을 바로 떠올린다.
“아이스크림 매장 접객은 찾아온 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바라보고 유지해주는 일입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항상 눈에 생기를 띠는데, 그 흐름을 해쳐선 안 돼요. 가게 주인과 직원이 올바른 가치관과 의식을 부지런히 공유해 값진 매장 경험을 겪도록 힘써야 하죠. 그러다 보면 누군가 ‘진정성’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을까요. 그저 소박하게 자리한 가게 정도로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간판 대신 걸린 시계를 보며 동네 주민들이 시간을 확인하고, 오가며 마음 나눌 편한 공간이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