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그리웠던 사나이는 꽉 막힌 도시생활을 접고, 설악산이 바라다보이는 탁 트인 곳으로 떠났다. 자연과 벗삼으러 갔지만 행복도 잠시였다. 돈 되는 일에 목마른 인간의 욕심이 푸르른 숨통을 조여 왔다. 올무에 걸린 듯 이곳저곳 상처 난 설악산을 위해 사나이는 발길 닿는 대로 찾아가 세상에 알렸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의 소원대로 설악산에는 바라던 평화가 찾아들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박그림 선생님!” 환경단체 녹색연합 공동대표 박그림(朴그림·69)씨가 내 앞을 지나갔다. 귀신에 홀린 듯
이상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전쟁영화다. 한국전쟁 때 미군에 의해 수백 명이 죽은 영동군 노근리 사건을 영화한 것이다. 문성근 등 알려진 배우들도 몇 명 출연했으나 딱히 주연 배우라고 꼽을 만한 사람도 없고 줄거리도 단순한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떼지 못하고 봤는데 그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자의 고향이 영동이라 출연 배우들의 말투가 정겨웠다. 1950년 7월, 평화로운 충청북도 황간의 한 작은 마을은 한국전쟁이 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했다. 노인들은 나무 그늘에서 한가로이 장기를 두고 있었
언제부턴가 필자는 메일로 ‘따뜻한 마음’이라는 글을 받고 있다. 주로 교훈이나 선행에 대한 이야기로 감동적인 내용이 많은데 특히 오늘 받은, 어느 젊은 부부의 이야기는 무뚝뚝한 필자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게 만들었다. 야근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온 아내가 있었다. 그런데 매번 침대의 자기 자리에 남편이 먼저 누워 있었다고 한다. 너무 피곤했던 아내는 그때마다 화를 내며 남편에게 비키라고 했고 남편은 배시시 웃으며 자리를 내어주었단다. 어느 날 아내가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겼다.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병실에
원룸 관리에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의 박승국 회장을 만났다. 서울 강남을 기반으로 한 주택임대관리 전문회사인 라이프테크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주택임대관리업을 ‘집사’라고 표현했다. “요즘엔 세입자들의 요구사항이 세밀하고 다양해졌어요. 특히 임대기간이 짧을수록 되레 요구사항은 더 많아요. 전구 하나 본인이 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 수많은 요구에 맞추다 보면 집사처럼 될 수밖에 없죠.” 박 회장은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시니어들에게 원룸은 좋은 투자처라고 단언했다. “갖고 있는 돈보다 너무 높은 곳을 보고
세상에 있는 재미난 일에는 물구경, 불구경, 싸움구경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사실 남 흉보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입만 움직이면 되는 흉보기는 앞의 재미거리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상사한테 엄청 얻어맞고, 위로하는 동료들과 뒤에서 상사를 욕하면 동료의식도 생기고 속이 좀 풀린다. 돌아가며 상사의 험담을 집어내다 보면 분위기는 어느새 초상집에서 화기애애한 잔칫집으로 바뀐다. 분위기 전환용으로 제 격이다. 흉은 남들하고 같이 보아야 제 맛이다. 혼자 흉을 보면 자
건강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야말로 건강 정보의 홍수다. 단순한 언론 매체의 보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사용되거나 홈쇼핑을 주목하게 하는 재료로도 쓰인다. 화자(話者)도 다양해졌다. 의사만이 말할 수 있다는 금기는 깨진 지 오래고, 나이 든 촌부부터 요리사까지 자신의 경험만을 근거로 이야기를 쏟아놓기도 한다. 특히 제품 판매와 같은 상업적 목적으로 과장되는 정보들은 특정 약재나 식재료를 과용하게 만든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과신이 되레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 특히 갱년기를 거치면서
전남 진도의 고군면 회동리에서 의신면 모도리까지 2.8km의 바다가 해마다 두 번씩 3월에 사흘, 4월에 나흘간 조수간만의 차(差)와 인력(引力)의 영향으로, 수심이 낮아지고 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한 시간 동안 폭 40여 미터의 길을 연다. ‘모세의 기적’에 비견되기도 하는데, 열리는 바닷길을 걸으며 갯벌을 체험하는 ‘바닷길 축제’가 올해는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아득한 옛날부터 그랬듯이, 어부는 이때를 놓칠세라 등짐을 잔뜩 지고, 어부의 딸은 봇짐을 머리에 이고 그 길을 가고 있다. 한쪽 바다는 격랑의 물결이 사납다
중국 절강성(浙江省) 소흥(紹興)에는 심원(沈園)이란 명소가 있다. 중국 남송시대 때 부자였던 심씨 소유의 아름답고도 거대한 정원인데, 이 정원 입구에는 계란 모양의 둥근 바위가 둘로 쪼개져 있는 조형물이 서 있다. 가서 살펴보면 ‘단운(斷雲)’이란 행서체 글자가 한 자씩 새겨져 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바로 부부간의 정을 뜻하는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끊어버린다는 뜻으로, 사랑하는 부부였지만 헤어지지 않을 수 없는 슬픈 사연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곳은 바로 중국 남송시대의 유명한 애국시인 육유(陸游, 1125~1210)의
어느 날 우연히 우리 아파트 북 카페에서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한눈에 크게 공감하는 이유는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짓는 일이었다. 에서 비록 일주일이라는 단어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조용한 시골에서 흙집을 짓고 노년을 맞이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기 때문이었다. 필자도 지난 시절, 시계만 들여다보며 정신없이 살아왔다. 앞만 보며 쉴 새 없이 달려왔기에 이제쯤은 쉬엄쉬엄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야말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번뇌로 가득하고, 고고한 척하며 창백한 지식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우산을 펴 들거나 비옷을 꺼내입고 또는 신문으로 머리를 가린 채 걸음을 서두른다. 하지만 작가는 노트와 펜을 들고 빗속으로 걸어들어 간다. 그리고 웅덩이를 바라본다. 웅덩이를 채우는 빗물과 가장자리에서 튕기는 물방울을 하나하나 관찰한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다가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라는 소제목을 보고 숨이 멎을 듯이 깜짝 놀랐다.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강력하게 그리운 이름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필자는 해방촌 꼭대기, 어수룩하고
우리 아파트 뒤편의 산책로는 개울을 따라 2km나 이어져 있다. 시니어들의 운동량으로 최적이라는 왕복 4km 걷기 산책길은 동네 사람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걸으러 오는 명소가 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개천이 이어지고 유명한 절도 지나니 구경하기 좋고 경치 따라 걷다가 삼삼오오 벤치에서 담소를 즐기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도 흐뭇하게 해준다. 요즘 필자도 틈나는 대로 모자에 선글라스로 중무장하고 열심히 걷고 있다. 운동하러 나선 길이어서 대체로 앞만 보고 빠른 걸음으로 갔다 오기 때문에 양옆에 펼쳐지는 사계절의 풍경을 감상할 여유를
본인 동의 없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금지됐다. 그런데도 얼마 전 경기 오산의 한 고등학교가 부모의 직업과 월 소득은 물론 월세 보증금 액수까지 적으라는 학생생활기초조사서를 배포했다가 학부모들의 몰매를 맞고 이를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전쟁 정전 후 어려운 시기에 초등학생이 된 우리 세대에게 ‘가정환경조사’에 대한 아픈 기억이 많다. 성인이 된 후에야 전기가 들어온 산간벽지 내 고향은 문화시설이라곤 어느 집에도 없었다. 따라서 모두가 빈칸으로 조사서를 제출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선생님도 모든
마음자리 넓히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은 여전히 불교 쪽, 아내는 기독교 쪽으로 기웃거린지 이제 몇 개월 남짓 되었다. 어떤 이 들은 한 집안에 종교가 난립한다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히려 공평하고 종교의 자유가 동등하게 있으니 차라리 평화가 깃들었다. 몇 달 전부터 필자는 전혀 상상치 못하던 일을 책임지게 되어 그 역할이 매우 무거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둥둥 떠밀려 그 자리에 올랐지만, 후회스러울 만큼 감당키 힘든 일들은 마구 펑펑 터져 나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새로운 삶의 황무지에
은퇴자들을 유혹하는 투자처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상가나 원룸,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투자에 목돈이 들긴 하지만 투자를 위한 대출도 쉽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에 비해 감수해야 할 위험도 낮기 때문이다. 또 심각한 노동이 필요없다는 점 역시 시니어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익형 부동산 중 특히 은퇴자에게 원룸이 갖는 장점은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로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금은 고민스러운 시기다. 정부가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어릴 적 살던 정릉의 마당 넓은 집 사랑방에는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있었다. 부모님이 책을 좋아하셔서 많은 책을 채워 놓으셨다. 엄마 아버지가 책을 많이 읽으시니 우리 세 딸도 책을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필자가 오늘날 요만큼이라도 지식과 감성이 있는 건 아마 이때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일 것이어서 감사하다. 많은 장르의 책이 있었고 그중 근대문학과 현대소설 작품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장 한편에는 러시아 문학작품이 꽂혀 있었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건 러시아문학 작품은 어렵다는 편견의 느낌이다. 대부분 러시아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