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당시에는 필요했던 보험이 노후에는 필요 없어지기도 하고, 노후에 필요한 보장 내역이 생기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건강 관련 위험이 커지는데, 수입은 줄기 때문에 보험금이 부담돼 계약 해지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무조건 새로 나온 보험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므로, 보험을 점검할 때는 본인의 상황을 살펴 똑똑하게 해야 한다. ‘위험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보험, 리모델링할 때 주의할 점들을 소개한다.
◆보험 가입 전 점검 사항 6가지
첫째, 계약 유지 가능성을 고려한다. 현재 자신의 소득과 보험료 납입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서 장기간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가입하는 것이 좋다.
둘째, 목적에 맞는 상품을 고른다. 보험은 위험 보장을 하는 보장성 보험과 목돈 마련이나 노후 대비 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성 보험으로 나뉜다.
셋째, 보험료를 꼼꼼히 살핀다. ‘커피 한 잔 값으로 평생 보장’ 등의 문구에 혹해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년 이상 납부하면 자동차 한 대에 맞먹는 큰 금액이 된다. 따라서 꼼꼼하게 보장 내역과 보험료를 비교해 가입해야 한다.
넷째, 보장 범위와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를 보자. 보험료만큼 중요한 사항이다. 보험 상품은 약관에 따라 구체적인 보장 내용이 정해진다. 하지만 약관은 내용이 방대하므로 상품설명서를 통해 어디까지 보장이 되는지, 어떨 때 보험금이 나오는지, 어떤 상황에서는 보험금 지급이 안 된다는 것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만약 상품설명서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설계사에게 설명을 들어야 한다.
다섯째, 갱신 여부를 살펴보자. 대부분 보험 상품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험료가 바뀌는 ‘갱신형’과 한 번 가입하면 계약 종료 시까지 보험료가 똑같은 ‘비갱신형’이 있다. 갱신형 상품은 처음에는 저렴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구조다. 특히 60세가 넘어서도 만기까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수입이 없어 보험료가 부담될 수 있는데, 이때 보험 계약을 중도해지하면 보장을 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가입 시기가 아니라 가입자가 고령자가 되었을 때 예상되는 보험료 수준이 얼마일지 보험료 예시표 등으로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보험회사 지표를 들여다보자. 보험가격지수는 상대적인 보험료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예를 들면 각 보험회사의 암보험끼리 비교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지 낮은지를 알려준다. 보험가격지수가 80이라면 같은 상품 평균 가격보다 20% 저렴하다는 뜻이다. 물론 가격은 저렴해도 보장 범위가 좁을 수 있으니 위에서 언급했던 조건들도 같이 봐야 한다. 그 외에도 보험회사가 상품에 대해 잘 설명하고 판매했는지를 나타내는 불완전판매비율, 보험금 청구를 얼마나 하지 못했는지 나타내는 보험금 부지급률, 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을 얼마나 했는지 볼 수 있는 소송공시 등의 지표를 살펴보자. 이 지표들은 낮을수록 건전하다고 볼 수 있다. 네 가지 지표는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험 해지 전 확인해야 할 2가지
2022년 6월 생명보험회사 해약환급금은 3조 원이었는데, 같은 해 10월 6조 원으로 두 배 늘었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보험 계약을 중도해지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하지만 보험은 장기간 유지를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에, 중도해지하면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된다. 따라서 보험 해지 전 계약을 유지할 방법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첫째, 급전이 필요하다면 보험계약대출이나 중도인출이 가능한지 알아본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보장은 유지하면서 대출 심사 절차 없이 해약환급금의 일정 범위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건 장점이지만, 이자연체 등으로 대출 원리금이 해약환급금을 넘어서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또한 대출 이자가 발생하므로 다른 금융기관 대출과 비교해보자. 중도인출은 별도의 이자는 없지만 보장금액이나 해약환급금이 줄어들 수 있다.
둘째, 보험금 납부가 부담이라면 보험료 자동대출납입, 납입유예, 감액완납 등의 제도가 있는지 확인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대출 이자가 발생하거나, 해지환급금이 줄어들거나, 보장 금액이 축소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아보고 고려하도록 하자.
◆위험 우선순위 고려한 보험 리모델링
보험 가입의 구조나 기능을 개선해 위험관리 가치를 올리는 보험 리모델링은 변화된 상황에 맞춰 위험관리 전략을 점검하고 다시 세우는 일이다. 보험료를 낼 여유가 있다면 모든 위험을 관리하면 좋겠지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치명적인 위험(개인·가정을 파산으로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손실위험)을 먼저 대비해야한다. 내가 준비한 보험이 치명적 위험을 보장하지 않거나 부족하다면 보험 리모델링을 고려해봐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조건적인 보험 해지와 새 상품 가입이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종신보험은 가입 당시 예상 기대 수명 등을 기준으로 하는데, 같은 금액을 넣더라도 과거 상품과 최근 상품의 기대 수명이 달라 최종적으로 수령하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