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장애아동의 건강한 성장 돕는 징검다리 되고파”

기사입력 2025-03-25 08:50 기사수정 2025-03-25 08:50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 지역복지사업단 서울명일유치원 정현주

국가유공자 가족으로 받은 혜택이 많아 항상 ‘나라에 받은 도움을 베풀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지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지만 운명처럼 가치동행일자리를 만나 그가 원하던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덕분에 그의 삶이 한 단계 올라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명일유치원입니다.”

아이를 등원시키는 학부모와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는 정현주 씨. 밝게 웃으며 아이와 눈을 맞추는 모습에서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어난다. 그는 명일유치원(서울시 강동구 소재)에서 이정희 특수교사를 도와 장애아동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가 어떻게 유치원에서 활동할 수 있었을까.

“국가유공자 가족으로 혜택을 많이 받았고,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연년생 손주들 육아를 하던 중에 딸이 가치동행일자리에 알려줘서 지원하게 됐죠.”

그는 젊은 날엔 내 아이를 키우고, 자식이 장성한 후엔 손주를 보느라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라도 하면서 나라로부터 받은 혜택을 보답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정현주 씨는 처음 가치동행일자리를 할 때에만 해도 ‘장애 아동이라고 뭐가 다를까. 아이들은 다 똑같지. 내가 아이를 본 경력이 몇 년인데...’ 하는 마음이 컸다며 너무 쉽게 생각하고 안일한 마음을 가졌던 것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장애아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그저 내 손주를 보는 것 마냥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어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진짜 할머니처럼 무한한 사랑으로 대했어요. 이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전혀 몰랐던 거죠. 무지에서 오는 용감함이랄까. 이제와 돌이켜보면 창피한 일이에요.”

아이를 보육하고 교육하는 데 있어 당연히 사랑이 최우선이지만 사랑이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무한한 사랑이 있었기에 아이들이 금세 경계를 풀고 그와 유대관계를 쌓을 수는 있었으나, 교육적인 방향으로 이끌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이 위험한 행동을 해도,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어떻게 안 된다고 하겠어요. 다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죠. 근데 그럴수록 선생님께서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제가 생각이 짧았던 거예요.”

‘아차’하는 마음이 들어 그날부터 장애아동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전문 서적을 사서 읽고, 선생님께 궁금한 것을 물어가며 익혔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면서 이정희 교사와 손발이 더 잘 맞아가고 아이들도 더 잘 이해하게 이르렀다.

이 교사는 “유치원에 4명의 장애아동이 있다. 아이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을 때가 많지만 혼자라 버거울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혼자였다면 채우지 못했을 영역을 정현주 선생님이 사랑과 연륜으로 보완해주신다”라며 정현주 씨가 있어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유아특수교사 1명이 4명의 장애를 맡게 되어 있다. 1명의 교사가 완벽하게 케어하기란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교사와 정현주 씨는 서로의 빈 자리를 채워주며 완벽한 케미를 자랑하고 있다.


같이가치, 오래도록 함께


정현주 씨는 일주일에 3~4번 명일유치원에서 중증장애아동 활동을 보조한다. 그가 전담하는 7세 아동은 의사소통은 물론, 혼자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있는 편이어서 처음에는 상호작용이 어려웠다. 그래도 정 씨의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이며 교류한 덕분에 조금씩 나아져 지금은 어느 정도 혼자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등 일상이 가능해졌다.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베풀며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그의 마음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는 “아이가 점차 경계를 풀고 다가오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늘 보던 선생님이 아닌 낯선 저를 기다리고, 좋아해준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라며 “가치동행일자리를 시작하고 나서 주변에서 예뻐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밝고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많이 웃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요. 아이들이 너무 귀하고 좋아서요. 이렇게 많이 웃으니까 표정도 바뀌고 예뻐보이는 게 아닐까요? 진짜 예뻐진 건 아니고요.”(웃음)

아이들, 특히 장애아동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크고, 불안도가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일유치원에서 오래 가치동행일자리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수줍게 웃는 정현주 씨.

“가치동행일자리는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아요. 이름처럼 ʻ가치’있는 일자리이면서 나라는 개인이 사회를 위해 동행할 수 있다는 보람을 주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살아있다는 생동감도 느끼고요. 자존감도 엄청 올라갔어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고요. 평생을 가정주부로 살았고, 연년생 손주를 10년 동안 양육했어요. 계속 애기들하고만 있어서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었는데 이제는 시야가 트인 기분입니다. 저는 아마 가치동행일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집에서 TV보면서 시간을 보냈을 거에요. 가치동행일자리를 하면서 일상의 루틴이 생겼어요. 저처럼 많은 중장년들이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서 보람을 느끼고 활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을 펼칩니다. ‘2024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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