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12월까지 치매 관련 기사를 연재합니다.
치매 환자에게 식단은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치매 환자는 흔히 편식, 과식, 불규칙한 식사를 반복한다. 이러한 식습관은 결국 영양 불균형을 가져와 인지기능 저하를 가속화하고, 근력 약화와 탈수, 우울감까지 동반한다. 반대로 균형 잡힌 식습관은 뇌와 몸의 건강을 지키고,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힘이 있다.
우리 사회는 치매를 단순히 약물로만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생활 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식단과 영양은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치매 환자를 위한 체계적인 영양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가영 서울시 송파치매안심센터 영양사는 “치매 관리에서 영양은 운동, 인지 활동과 함께 반드시 갖춰야 하는 세가지 축”이라며 “환자와 가족이 함께 식습관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매 환자에게 영양이 중요한 이유
이가영 영양사는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단백질, 좋은 지방, 항산화 성분, 비타민과 미네랄을 골고루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사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뇌와 근육, 면역을 지켜주는 영양 관리가 필요하다”며 영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단백질은 근육량 유지에 필수적이다. 근육이 줄면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지고 낙상 위험이 커진다. 불포화지방산,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은 신경 세포막을 구성해 뇌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C·E, 셀레늄, 베타카로틴 등 항산화 성분은 뇌세포를 활성산소로부터 보호해 노화를 늦추며, 비타민 B군은 뇌혈관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통계적으로도 영양 불균형은 치매 환자에게 흔한 문제다. 치매 환자는 흔히 편식, 과식, 불규칙한 식사를 반복한다. 달거나 짠 음식의 섭취가 늘면서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악화되는데, 이것이 곧 치매 증상과 직결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매 환자의 43.7%가 체중감소를 경험했고, 이로 인한 근감소증 유병률도 일반 노인보다 1.5배 높았다. 탈수 역시 빈번하다. 치매 환자는 갈증을 잘 인지하지 못해 수분 섭취가 부족해지는데 이는 의식 혼미, 변비, 집중력 저하로 이어진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혈당 변동성이 치매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노인성 치매 환자 코호트 연구를 통해,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리면 뇌혈관 손상과 함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촉진하기 때문에 인지 저하를 앞당길 수 있음을 밝혀냈다. 중앙치매센터는 비타민 D, 마그네슘, 셀레늄 같은 미세 영양소 결핍 또한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파치매안심센터는 ‘내 머릿속 네모 밥상’이라는 영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치매 환자와 가족이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식습관 개선을 돕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론 교육과 실습을 결합해 어르신이 직접 식재료를 만지고 맛보며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송파구의 특별한 실험 ‘내 머릿속 네모 밥상’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송파구만이 영양사를 채용해 치매 환자를 위한 영양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간호사나 사회복지사가 영양을 간단히 언급하는 경우는 있어도, 전문 영양사가 직접 커리큘럼을 만들고 실습까지 병행하는 곳은 송파구가 유일하다.
‘내 머릿속 네모(NeMo) 밥상’은 신경(Neuro) 의 네(Ne)와 기억(Memory)의 모(Mo)를 결합한 단어이자, 식판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프로그램은 월별 주제에 따라 진행된다. 7월에는 식습관 점검과 ‘식품구성자전거’를 활용한 균형 식단 교육, 8월에는 식품 구매 및 보관법, 9월에는 컬러푸드 체험을 진행했고, 10월에는 마인드 식단 안내, 11월에는 건강한 조리법과 식품위생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 교육뿐 아니라 실습도 포함된다. 우유빙수, 건강샌드위치, 두부면파스타, 천연다시다팩 등 불을 사용하지 않고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해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한다.

마인드 식단이 필요해치매 환자라고 모두 연하식(삼키기 쉽게 만든 음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경도인지장애나 비교적 치매 초기 단계 환자에게는 저작을 유지하는 식사가 뇌 자극과 영양 흡수에 더 이롭다.
이가영 영양사는 “연하식이 필요한 치매 환자도 있지만 경도인지장애나 비교적 인지기능이 유지된 환자들도 고려해야 한다. 치아 상태나 저작 불편을 고려해 견과류를 갈아 넣거나 조리법을 바꾸는 등 맞춤형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강한 식단이 중요하다고 해서 급격하게 변경하는 것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평소 즐겨 먹던 음식과 식사 환경을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 강조되는 것이 바로 마인드(MIND) 식단이다. 이는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식(DASH)을 결합한 방식으로,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발병 위험을 30~53%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이 영양사는 “마인드 식단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뇌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식습관”이라며 “중장년층이 지금부터 실천하면 치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인드 식단의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 흰쌀밥 대신 현미밥을 선택하고, 간식으로는 과자 대신 견과류와 과일을 곁들이며, 샐러드에는 올리브오일을 드레싱으로 사용한다. 미국 러시대학 연구에서는 마인드 식단을 성실히 지킨 집단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53% 낮췄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스로 식단 구성이 어려울 땐 가족과 함께 가까운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조언을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가영 영양사는 “치매 관리를 이야기할 때 지금까지는 영양을 소홀히 다뤘지만, 영양이야말로 치매 진행을 늦추는 핵심 수단”이라고 직언했다.
치매 환자의 영양 관리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뇌와 몸, 일상과 가족을 지탱하는 핵심 전략이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항산화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고, 마인드 식단을 실천하는 작은 변화가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높인다.
자주 먹어야 하는 식품 10가지녹색 잎채소, 기타 채소류, 베리류, 견과류, 올리브오일, 통곡물, 생선, 콩류, 가금류, 적포도주(소량)
줄여야 하는 식품 5가지
붉은 육류, 버터·마가린, 치즈, 단 과자류, 튀김·패스트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