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슬플 때도 울지 않는다새의 몸짓을 내밀하게 관찰해 보라 새가 운다고 하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새는 슬플 때도 울지 않는다 다만, 무엇에도 묶여 있지 않는 가벼운 몸이라는 것을, 가벼운 몸으로 이 세상의 구석구석을 볼 줄 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임을 소리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날개를 접고 진득한 고독 속으로 침잠하는 새는 울지 않는다 다만, 가고 오는 시간이 깃털의 흔들림처럼 가볍다는 것, 그리고 이 세상 어딘가에 가변운 몸을 눕힐 수 있는 평안의 섬이 있다는 것을 소리로 알리고 싶은 것이다
시집 <따뜻한 손> (2013.시와문화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