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중장년 고용 부담 ‘임대’로 해법 찾는다

입력 2025-11-05 09:55 수정 2025-11-05 11:12

아사히신문사, 50대 이상 직원 4명 ‘임대’… 고령 인력의 경력 재설계 실험

50대 인재 외부 스타트업에 ‘임대’

임대 직원, 급여 걱정 없이 ‘도전’

복귀 후엔 본사에 새 활력 ‘수혈’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일본 대기업들이 인건비 부담과 인력 적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기 위해 ‘임대 제도’라는 새로운 해법을 찾고 있다. 사실 임대라는 제도는 프로스포츠 시장에서나 익숙한 개념이었다. 어리고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를 다른 팀에 잠시 맡겼다가, 성장한 후 다시 데려오는 형식으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 기업들이 이러한 새로운 인사제도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평생고용 제도 때문이다. 일본에선 기존의 고용 제도를 흔히 철로에 비유한다. 한 번 기차길 위에 오르면 종착역에 다다를 때까지 한 회사를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직은 ‘탈선’으로 표현될 정도로 대단한 일이 된다. 이렇다 보니 50대 이상의 중장년 직원이 많아지면서, 기업 내 연령 구성의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곳은 일본의 인재 파견회사 론딜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일 아사히신문사(朝日新聞社) 직원을 대상으로 ‘임대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중장년 직원을 대상으로 이러한 임대 제도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임대 제도는 직원이 원소속 기업의 신분을 유지한 채 일정 기간 스타트업에서 근무하고, 급여는 원기업이 지급하는 구조다. 중장년 직원 입장에선 고용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혁신 기업의 아이디어와 속도를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사히신문은 올해 9월부터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임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첫 회차에는 4명의 중장년 직원이 반년간 벤처기업에 파견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인적자본경영’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아사히신문사의 ‘중기경영계획 2026’의 일환이다. 회사는 직원이 자율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고, 기업이 그 도전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실현하기 위해 ‘사내 재교육’과 ‘사외 경력 전환 지원’의 두 축을 마련했다. 임대 제도는 이 중 후자에 해당한다.

아사히신문사 인사담당 임원 다나카 아사모로 씨는 “우리 회사는 전체 직원 3700명 중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라며 “회사가 일방적으로 레일을 깔아주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직원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회사는 그들이 나아갈 수 있도록 여러 ‘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 제도는 그 바람 중 하나이며, 직원이 외부에서 새로운 태도와 의식을 배워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급여와 고용관계가 원소속 회사에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참가자는 아사히신문사의 정규직 신분으로 급여와 사회보험 혜택을 계속 받으면서 외부 벤처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한다. 제휴 스타트업은 인건비 부담 없이 경험 많은 인재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고, 참가자는 안정된 수입을 유지한 채 ‘경계를 넘는 학습’을 경험하게 된다.

아사히신문 경영기획 유닛의 이이다 게이타 씨는 “50대 직원들이 ‘이 나이에 새로운 환경에서 통할까’ 불안해했지만, 벤처 현장에서 의외의 적응력을 보여주며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며 “돌아온 직원들이 ‘아직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동료에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본 기업들이 겪고 있는 ‘고령 인력 적체’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50세 이상 정규직 비중이 높아지고, 승진 정체와 생산성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적자원 재배치가 경영의 과제로 떠올랐다. 임대 제도는 경력직 인력을 외부에서 다시 훈련시키고, 돌아온 후에는 조직에 새로운 시각과 혁신 문화를 확산시키는 ‘순환형 인적자본 투자’ 모델로 평가된다. 특히 스타트업 측에서는 대기업의 노하우를 단기간 흡수할 수 있어 양측 모두 ‘이익을 보는 구조’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시도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비슷한 고민의 해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 255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54%가 “인사 적체가 있다”고 응답했고, 78.4%는 “중고령 인력의 근무 의욕과 태도가 기존에 비해 낮아졌다”고 답했다. 반면 국내 스타트업의 고민은 인력난이다. 구글이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스타트업 지원 ‘창구 프로그램’ 설문조사 결과, 벤처기업 대표 중 26%가 인재 확보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일본의 중장년 임대 제도는 국내 일자리 정책에도 참고할 만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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