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와 전화에 묶여 돌봄 조정 본업은 뒷전”

입력 2026-01-07 14:04

日 케어매니저 대상 조사 “행정이 본업 돼”… 10명 중 8명 “정보연계가 가장 부담”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재가 돌봄의 핵심인 케어매니저들이 과도한 행정 업무와 비효율적인 정보 연계로 인해 정작 ‘돌봄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결과 이용자와 마주할 시간은 줄어들고, 서류와 전화, 팩스가 하루 일과를 잠식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헬스케어·복지 플랫폼 기업 에스엠에스(SMS)가 재가 돌봄 분야 케어매니저 4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업무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 것은 ‘서류 작성 등 행정 업무의 복잡함’으로 응답자의 62.1%에 달했다. 이어 법정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 생활 지원, 이른바 ‘그림자 노동(섀도우 워크)’이 51.4%로 뒤를 이었다.

(SMS 제공)
(SMS 제공)

케어매니저는 일본 장기요양보험 제도에서 이용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돌봄 계획을 수립하며, 요양기관·의료진·가족을 연결하는 조정자다. 국내 제도로 치면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와는 다르다. 일정 경력 이상의 사회복지사, 간호사, 개호복지사 등이 국가자격을 추가로 취득해 활동하는 ‘요양 돌봄 총괄 전문가’에 가깝다. 이용자 한 명 한 명의 삶을 설계하는 역할이 본업이지만, 현실은 행정과 연락 조정에 쫓기는 구조다.

조사에 따르면 재가 돌봄을 담당하는 케어매니저의 40%는 여러 서비스 기관과의 정보 연계에 하루 1시간 이상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 수단은 여전히 전화와 팩스에 의존하고 있다. 전화 사용 비율은 95.3%, 팩스는 79.7%에 달했다. 이메일 사용률은 60% 수준이었고, 메신저나 채팅과 같은 비동기식 소통 도구 활용률은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케어매니저의 약 80%는 서비스 기관 간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담당자가 부재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64.5%로 가장 많았다. 같은 내용을 여러 기관에 반복 전달해야 하는 비효율도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케어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응답자의 94.8%는 법정 업무 외에 발생하는 섀도우 워크로 인해 부담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용자의 돌봄과 직접 관련 없는 생활 상담, 행정·금융 절차 지원, 안부 확인 등이 케어매니저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업무 효율화가 이뤄져 행정 부담이 줄어들면 돌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응답자의 약 40%는 ‘휴식 확보와 초과근무 감소 등 노동환경 개선’을, 비슷한 비율이 ‘이용자 본인과 가족과의 대화 시간 확대’를 꼽았다.

이번 조사는 일본 돌봄 현장의 문제를 다뤘지만,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오는 3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둔 한국 역시 돌봄 조정 기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의 사례라 하더라도 돌봄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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