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1

미끈 6월

입력 2026-06-01 06:00

[권두언]

▲조성권 미래설계연구원장.(©송삼용 화백)
▲조성권 미래설계연구원장.(©송삼용 화백)


6월은 상반기 마지막 매듭이다. 2분기 마지막 달이다. 다음 달이면 하반기다. 한 해는 절반을 접고, 삶은 방향을 다시 묻는다. 그래서 6월은 언제나 바쁘다.

선조들은 그걸 ‘미끈 6월’이라 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 6월은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또 “메뚜기도, 뻐꾸기도 6월이 한철”이라 했다. 한철은 기회이자 유통기한이다. 머뭇거림은 소멸이다.

녹음은 짙어지고, 씨앗은 싹을 틔워 눈에 띄게 자란다. 자연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이 말한 것처럼 “6월은 가능성이 잉태되는 계절”이다. 가능성은 준비가 아니라 실행에서 태어난다. “오뉴월 하룻볕도 무섭다”라는 우리네 속담도 같은 뜻이다. 단 하루의 볕에도 생명은 급격하게 자란다. 6월은 그렇게 짧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시간이다.

6월부터 여름이 시작된다고 본 선조들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달이라고 인식했다. 겨울에는 춥다고, 봄에는 미세먼지와 변덕스러운 날씨를 핑계로 미뤄온 일들이 있다. 운동도, 여행도, 사람 만남도 그저 마음에만 두었다. 그러나 더 늦추면 된더위가 온다. 이어 장마가 길을 막는다. 6월은 그사이에 놓인 가장 미끈한 통로다.

시니어에게 6월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다. 활동은 체력으로 이어지고, 체력은 고립을 밀어낸다. 실제로 외출과 이동은 5월에 정점을 찍고 6월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하지 이후 더위와 장마에 가로막힌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여야 한다. 늦추면 계절이 대신 결정을 내려버린다.

5월과 10월보다 개수는 적지만 6월은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라 불릴 만큼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법정기념일이 집약된 달이다. 현충일과 6.25가 한 달 안에 들어 있다. 삶을 지켜낸 시간과 희생이 이달에 겹겹이 쌓여 있다. 무거운 달이다. 그 무게가 우리에게 “지금 무엇을 미루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아쉬운 감 장수 6월부터 한다”라는 말도 있다. 성급함에 대한 경계이면서 동시에 이미 팔아도 될 만큼 자랐다는 신호다.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다. 이제는 내놓을 차례다. 6월은 생각하는 달이 아니라 행동하는 달이다. 그리워만 하던 길을 실제로 걷는 달이다. 미뤄둔 약속을 꺼내고, 닫아둔 문을 여는 시간이다. 움직임이 곧 생명력임을 증명하는 시간이다.

서울교통공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의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6월은 지하철 무임승차 인원이 가장 많은 달에 속한다. 시니어들의 외출이 그만큼 잦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끈한 6월은 길지 않다. 6월은 우리에게 “지금, 움직여라”라고 짧고 단호하게 요구한다. 제때 움직이는 일은 시니어에게 삶의 보약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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