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문단 칼럼] 효소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 노봉수 교수

기사입력 2014-05-07 16:47 기사수정 2014-05-08 08:10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노봉수 교수

오늘날 효소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는 것도 옛날 사람들은 그 무엇으로만 알았다. 처음 효소가 이용된 것은 술의 발견으로 올라간다. 곡식을 저장해둔 창고에 물이 새고 쌀독 항아리 같은 저장용기에 물이 스며들었지만 그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지 모른 체 사냥을 다니고 오랜 시간이 지났을 때 이상한 냄새가 나서 손으로 찍어 먹어보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맛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술이 발견되고 이어서 맥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공기 중에 떠도는 미생물이 만들어 내놓는 효소의 작용이 일어나 것이다.

조금 다른 예로 아프리카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미인주라고 하여 밥을 씹은 후 뱉어서 모아 오랜 시간 놓아두었더니 나중에 술로 발효가 되어 이런 방법을 이용하여 술을 만들어 먹는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이 또한 입안의 침 속에 있는 효소의 작용이 미쳐 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효소라는 사실은 모르지만 그 무엇의 중요성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효소는 사람의 침 속에도 있고 소화기관에서도 다양한 효소들이 만들어진다. 과일이나 채소 속에서도 효소가 있는데 이들 효소에 의해 생명체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과일이나 채소 또는 동물의 내장에서 효소를 얻어 사용하였다. 20세기 초 영국의 비어드 박사는 도살된 지 얼마 안 된 송아지로부터 효소액을 많이 만들어 내놓는 췌장을 착즙하여 얻어내 그 효소액을 환자의 환부에 직접 주입하여 치료하기도 하였다. 불치의 병으로 알려졌던 것들이 치료가 되면서 유럽의 의학계는 발칵 뒤집어 졌고 많은 의사들이 도살장으로 달려가서 췌장을 확보하여 시도하였으나 만족할 만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잘못된 정보라고 판단한 학회의 과학자들은 비어드박사를 학계로부터 퇴출하고 말았다. 하지만 효소의 특성을 몰랐던 일반 의사들은 그저 아무 소나 췌장을 확보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활동성이 활발한 어린 송아지의 췌장을 선택한 비어드 박사와는 다른 선택을 하였기에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효소의 활성, 즉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효소는 생명력이 있는 것이지만 활동력이 어느 시점에 활발한 것인가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요즈음 시중에서 판매되는 액상효소제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발효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효소의 활성이 매우 높지만 그 시점을 지나면 점차 감소하게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 효소의 활성의 거의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이런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동물이나 식물로부터 효소를 얻어내는 데에 한계가 있고 또 보관상에도 문제가 있어 많은 과학자들이 어느 계절이나 어떤 지역이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효소를 얻기 위해 미생물을 키워서 이 미생물이 만들어 내놓는 효소를 사용하게 되었고 또한 그 미생물에서 얻어낸 효소도 액상 상태보다는 분말 상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품, 의약품 산업이 발전하면서 냉동건조기술이 보급되었는데 이는 얼음상태에서 물을 거치지 않고 바로 수증기로 날려 보내는 방식의 건조 방법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향기가 많은 커피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기도 하는데 효소제조에 적용을 하면 효소의 활성이 대부분 살아남아 있고 또한 냉장고에 잘만 보관하면 2~3년 동안 사용할 수가 있는 방법이다.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효소나 연구용으로 활용되는 효소들은 대부분 냉동건조 과정을 거쳐서 만든 효소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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