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리즈]⑨ 한국·독일·일본의 3개국 치매 관리 포인트

기사입력 2014-07-17 10:08 기사수정 2014-08-04 16:51

고령화사회, 치매의 습격을 어떻게 대처했나

▲잉게보르크 튀르머 바이센호프병원 치매간호부장은 자신이 올해로 60세로 독일 총리와 나이가 같다고 소개하면서 독일에서의 치매 관리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나이를 먹다 보면 갖가지 질병에 시달린다. 시니어 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치매에 대한 화두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7월부터 경증 치매 환자들도 치매특별등급 5등급으로 인정받아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고령화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고령화사회를 겪으면서 다양한 노인 문제를 치러낸 독일과 일본에서 치매 문제는 어떻게 대처했고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고령친화건강정책학회와 고령자치매작업치료학회가 마련한 한국, 독일, 일본의 전문가 들이 한데 모여 각국의 치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정리해 봤다.

▲한국고령친화건강정책학회와 고령자치매작업치료학회가 마련한 '한국 독일 일본의 치매현황과 발전방향'의 세미나가 한독일 3국간의 치매관리 정보 교류를 하고 치매정책 발전에 기여하는 토대가 됐다. 사진=이지혜 기자

◇한국, 치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 있다

“전체 어르신들에게 치매에 대한 상식이 어느 정도 있는가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예/아니오 형식이었데, 정답률이 61.9%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두 항목이 있었다. 첫 번째, ‘옛날 일을 잘 기억하면 치매가 아니다’ 정답은 X였는데, 최근 일을 기억 못하는 것이 초기 치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답률은 26%였다. 두 번째, ‘치매는 불치병이다,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정답은 X였는데 정답률은 39%였다.”

이동우 상계 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의 치매에 대한 상식이 잘못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인식이 치매 치료의 조기진단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어르신들이 증상 초기에 치매 진단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는데, 다수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꾸 깜빡하는 현상이 일어나도 옛날 일을 잘 기억하니 아닌가보다 망설이다가 몇 년간 방치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국내 치매 분야의 가장 큰 화두인 조기 치매 발견과 치료가 진척이 되기 힘든 게 인식이 낮은 것과 그릇된 정보를 접해서 벌어지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혈관성 치매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뇨나 고혈압, 중년기 비만, 우울증, 신체활동 저하, 흡연, 낮은 교육 수준 등등을 잘 극복하여 치료를 잘하고 신체, 정신 활동을 꾸준히 하면 치매 발병률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치매 예방을 위해 정상인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권유한다고 한다. 고혈압, 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보건소에 있는 고혈압 당뇨 교실과 연계해서 지병을 잘 다스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한 치매 관리 강화 방안으로 중장기적으로는 통합적 치매 관리 시스템을 확산시키고 지역사회 복지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지역사회 연계를 위해선 보건소만으론 역부족이라 관내 병원과 연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 2007년부터 치매와 관련된 여러 가지 국가사업이 시작됐다. 서울시 25개구마다 치매지원센터가 생겼고 그걸 계기로 치매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활동영역을 넓혔다. 급기야 정부에서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012년에는 ‘치매관리법’이 시행됐다. 이를 통해 치매 환자가 받는 혜택이 늘었고 이 혜택을 받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진단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보건소와 연계해 국가에서 하고 있는 치매조기검진을 3~4년 동안 하고 있다.

치매조기검진보다는 경도인지장애나 정상 노인군에서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일, 치매 관리 시스템의 근간에 있는 환자에 대한 마음

잉게보르크 튀르머 바이센호프병원 치매간호부장은 자신이 올해로 60세로 독일 총리와 나이가 같다고 소개하면서 독일에서의 치매 관리 현황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1954년생인데, 내가 태어날 당시에 독일에는 노인이 1%밖에 없었다. 1972년도에 간호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는 노인이 2%였다. 왜냐하면 2차 세계대전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서 비율이 적은 것이다. 2010년이 돼서는 6%가 됐다. 내가 만약 80살이 되면 노인이 8%가 될 것이다. 2050년이 되면, 12%가 될텐데, 그때쯤 되면 노인의 1/3이 치매에 걸릴 수 있다.”

그녀는 요즘 독일에는 전두측두엽 치매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나 FTD(이마관자엽치매)인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아주 공격적이고 곧잘 광란적으로 변해 말릴 수가 없다고 한다. 이들은 무언가를 막 찾아다니며 집착하는데, 특히 알코올이나 담배, 마약 등을 찾거나 섹스에 강한 집착을 보이게 된다. 더군다나 언어장애까지 복합적으로 일으키기에 사회적인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거친 사례들이 있기에 독일에서도 치매를 간호하는 사람이나 보호하는 사람이 보통 교육을 받고 끈기를 가져서는 감당이 안되는 일이라고 튀르머 간호부장은 설명했다.

이어서 하일브론 지역에서의 사례를 통해 독일의 치매 관리 시스템이 소개됐다. 독일의 노인정신과병원에는 노인전문가, 간호사, 자원봉사자가 있다. 주간보호실에는 작업치료사나 간호, 보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간에는 그곳에 있다가 저녁에는 집에 간다. 그리고 병동에 가면 양로원이나 요양원이 있다. 하일브론 근처에만 48개의 양로원과 요양원이 있다고 한다.

또한 하일브론에는 13개의 정보센터가 있는데 여기서 치매에 관한 조언과 상담이 이뤄진다. 외래환자 서비스는 대부분 종교단체가 있고, 구제사업을 하는 곳이나 사회국에서도 맡고 있다. 아니면 복지센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광범위하게 구축된 이러한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지탱해주는 또 하나의 지원군은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들이다.

마지막으로 마을공동체단위의 ZfP(Zentrum für Psychiatrie)클리닉이 소개됐다. 이는 우리 말로 전문적인 노인정신과병원을 의미하며 의료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환자를 위한 곳이다. 크게 치매 환자를 위한 병동, 우울증 환자를 위한 병동, 망상증 환자를 위한 병동, 낮병동으로 나뉘어 있는 ZFP는 처음에 오는 환자에게 무조건 진료와 약물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또한 밖에서 잠그게 되어 있어 나가지를 못한다.

물론 ZfP의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튀르머 간호부장은 ZfP 안의 모든 전문적인 사람들이 서로 협조를 해가면서 감독과 협조를 같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감독관들이 불시에 전화도 없이 가서 검사를 하며 의학적인 도움이라던가 처방, 진료 들을 정확히 하는지, 자금을 유용하게 쓰는가를 항상 검사하고 감독한다고 한다. 이곳의 가장 중요한 점은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치매에 대한 내용들을 수용하고 이해하려 하고,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 적당히 거슬러 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일은 치매 환자의 경우 하루 병원비가 400유로이고 요양시설은 1달에 3000유로 정도라고 한다. 독일은 요양병원의 인력 기준이 미달하면 건강보험 계약을 해지한다.

◇일본, 작업치료사(OT)의 미래에 대하여 말하다

▲이범석 군마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일본의 초고령화는 도심부의 극심한 고령화와 고령자세대의 증가, 치매 고령자의 증가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이범석 군마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가 밝혔다. 이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치매를 인지증이라고 하는 다소 넓은 범주의 개념 안에 포함시켜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치매 관련 시스템들을 보면 우선 개호(간병)보험이 있다. 개호보험은 고령자가 개호가 필요해진 이후에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지역에서 가능한 한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공적 보험이다. 이는 2000년부터 시작하여 본인 부담은 10%로 지정되어 있다.

시설적인 면으로 보면 개호노인보건시설에는 시설 기준으로 현재 100명당 1명의 치료사가 있으며 데이케어는 시설 기준 개호사가 10명당 1명이 있는 상황. 데이케어에서의 개호사는 일반적으로는 치료사가 겸직하는 형태라고 한다.

일본의 인지증 작업치료사(OT) 양성학교는 전체 약 180개교. 그러나 감소 추세이며 졸업생은 한해 약 5천 명 정도가 배출되고 있다. 국가시험 합격률이 80% 전후로 설정되어 취직이 쉬운 편인 게 메리트. 2013년 6월 현재 68,93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초봉 실수령액은 약 20만 엔 정도, 연봉은 300만 엔 가량이라고 한다. 결혼 5년만에 30년짜리 론을 통해 집 장만이 가능하며 애로사항이라면 이직이 어렵다는 것. 일본에서는 이러한 OT 인구를 위한 OT협회도 구성되어 있다.

일본은 요양보험에 지출되는 돈만 9조4000억 엔으로 사회보장 관련비의 32%에 달한다. 막대한 돈이 사회보장 관련비로 지출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고령화다. 3명이 1명을 돌봐야 하는 인구 구조는 일본의 그림자다. 전체 인구의 25%에 해당하는 고령자들이 겪는 각종 질환은 의료비를 증가시키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치매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치매 대처에 있어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바로 지표와 도표를 만들어 통계화하여 그 정보에 현장의 상황을 맞추려 하는 것이 그것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좋은 방침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의 시스템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철저한 제반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현장의 강점을 살리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삶의 질과 ADL(activities of daily living, 일상생활 능력)을 유지하는 게 같이 가야 하지만 관점은 ADL에 더 많이 둬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치매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ADL을 유지해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목표이고 대안이다.

인제대 작업치료학과 양영애 교수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ADL훈련을 전문적으로 하는 작업치료사의 역할이 앞으로 중요하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작업치료사의 인력이 많이 필요로 하고 있는 시점”이라 강조했다.

◇치매관리의 전문성 강화와 정책적 시스템 뒷받침 우선시

한국, 독일, 일본의 주제 발표를 통해 토론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치매 대처에 있어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바로 지표와 도표를 만들어 통계화하여 그 정보에 현장의 상황을 맞추려 하는 것이 그것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좋은 방침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의 시스템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철저한 제반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현장의 강점을 살리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 독일, 일본의 치매 관리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 및 문제점, 발전방안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치매 관련 전문성 강화가 필요한 점과 발전적 측면에서 정책적 제안이 요구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치매 전문 요양시설 및 주간보호센터의 프로그램 강화가 필요하다. 치매 대응형 요양시설 모델 및 프로그램 개발을 우선시 하여 작업치료사 등 치매 전문인력들이 시설 및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둘째, 작업치료사의 장기요양 서비스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치매 예방, 기능 평가 및 훈련 등의 영역에 역량을 가진 작업치료사가 장기요양서비스에 참여함으로써 치매환자의 전문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내의 방문재활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동일한 제도를 수행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에서 수행되고 있는 방문재활을 우리나라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의료서비스를 포함하지 않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서 일상생활활동 및 인지훈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방문재활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방문재활서비스를 시범운영하는 등 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완하는 정책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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