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부부의 환희

기사입력 2016-06-17 09:49 기사수정 2016-06-17 10:13

▲아들이 우리에게 보낸 효도 편지. (성경애 동년기자)
▲아들이 우리에게 보낸 효도 편지. (성경애 동년기자)
아주 오래된 부부는 아주 오래된 추억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가수 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들 노래의 가사를 읽어본다.

1절=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 /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그런 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은 아니야 /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찾는다면 / 우리가 느낀 실증은 이젠 없을 거야

2절=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을 하지 / 가끔씩은 서로의 눈 피해 다른 사람 만나기도 하고 자연스레 이별할 핑계를 찾으려 할 때도 있지 / 하물며 이미 아주 오래된 부부는 의무감으로 같은 집에 살기는 하지만

필자 부부도 그냥 오늘 하루도 평안하다는 핑계로 어제가 오늘 같더라도 안 좋은 별일만 없으면 감사한 일이지 하고 무덤덤하게 하루를 지내는 오래된 부부의 일상이었다. 많은 나이 든 부부처럼 일과를 묻는 것도 안 하고 설렘은 더욱 멀어진 지 오래. 사랑으로 시작한 인연이 정으로 살다가, 법으로 살다가, 그냥 의리로 살면서 서로를 불쌍히 여기면서 의미 없이 사는 듯한 인생이 돼버렸다.

미니자서전을 작성해보려고 삶의 흔적으로 꺼내는 과정에서 생각도 꺼내고, 사진과 메모지도 꺼내는 과정에서 크레파스로 혹은 사인펜으로 삐 둘 빼둘 쓴 두 아이의 효도를 약속하는 귀여운 그림과 함께 쓴 편지가 보인다. 사랑하고 효도한다는 단어가 이어진다. 아이들 키울 때 힘들었을 텐데 이런 순간순간이 있어 힘든지 모르고 살아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함께 사진을 돌려보면서 감동한 날이다. 수십 년 만에 다시 본 신혼 때 모습과 아이를 함께 키우던 우리의 젊은 모습을 만난 것이다.

큰아이를 임신하고 아이를 기다리는 임신 막달에 앨범을 미리 사놓고 맨 앞장에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면서 작성했던 내용을 보면서 눈물이 나고, 어린 두 아이를 그토록 많이 안아주고 좋아하신 이미 돌아가신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부부는 가슴이 먹먹해진 하루였다. 아이를 목말 태우면서 환하게 웃는 남편의 사진을 함께 보면서 ‘여보 이랬었네요. 멋진 인생이었어. 기운 냅시다. 파이팅’>을 입으로 외치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오늘 하루였다.

▲필자 부부가 신혼여행 가서 찍은 사진,.(성경애 동년기자)
▲필자 부부가 신혼여행 가서 찍은 사진,.(성경애 동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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