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27

어느 하루의 단상

입력 2017-02-28 13:51

뒤돌아 앉은 남자의 허름한 모습

축 처진 남편 어깨 위로 지나온 삶이 얹혀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 세월만큼 덥수룩한 모습

어쩌면 따악, 희망 잃은 노숙자가 따로 없다.

미울 만큼 미워

밉다가도 측은해지는 연민

이제는 포기도 안 돼 애써 끌어안아야 하는

친구를 넘어 가족이라는 천륜의 사랑을 담고

남은 생 함께 걸어가야 할

끝없는 동반자이기에

남은 정이 결코 아깝지 않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징그럽게 미워

한 방 속 시원히 날리고도 싶지만

앙칼진 마음만 종알종알 내뱉으며

덥수룩한 머리칼 시원스레 잘라낸다.

묵은 삶의 사연도 미련 없이 잘라버린다.

아무리 남의 편 같은 남편이라 해도

허름히 초라하게 늙어가는 것이 싫어

세어버린 머리칼에 검은색을 덧칠해본다.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

오늘의 삶 이렇게 평범해도

어쩌면 이것이 잔잔한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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