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의 단상

기사입력 2017-02-28 13:51 기사수정 2017-02-28 13:51

뒤돌아 앉은 남자의 허름한 모습

축 처진 남편 어깨 위로 지나온 삶이 얹혀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칼, 세월만큼 덥수룩한 모습

어쩌면 따악, 희망 잃은 노숙자가 따로 없다.

미울 만큼 미워

밉다가도 측은해지는 연민

이제는 포기도 안 돼 애써 끌어안아야 하는

친구를 넘어 가족이라는 천륜의 사랑을 담고

남은 생 함께 걸어가야 할

끝없는 동반자이기에

남은 정이 결코 아깝지 않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징그럽게 미워

한 방 속 시원히 날리고도 싶지만

앙칼진 마음만 종알종알 내뱉으며

덥수룩한 머리칼 시원스레 잘라낸다.

묵은 삶의 사연도 미련 없이 잘라버린다.

아무리 남의 편 같은 남편이라 해도

허름히 초라하게 늙어가는 것이 싫어

세어버린 머리칼에 검은색을 덧칠해본다.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

오늘의 삶 이렇게 평범해도

어쩌면 이것이 잔잔한 행복이리라.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기사

  • [카드뉴스] 11월 중장년 문화 달력
    [카드뉴스] 11월 중장년 문화 달력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우리동네 ESG센터' 1호점 개소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우리동네 ESG센터' 1호점 개소
  • 세상은 투자 빙하기… 혼자 활활 타오르는 ‘금 투자’ 이유는?
    세상은 투자 빙하기… 혼자 활활 타오르는 ‘금 투자’ 이유는?
  • ‘NO시니어존’ 선언한 스포츠시설에 인권위 “차별 행위” 판단
    ‘NO시니어존’ 선언한 스포츠시설에 인권위 “차별 행위” 판단
  • “소멸하는 지방 살리자”… 팔 걷고 나선 日 시니어들
    “소멸하는 지방 살리자”… 팔 걷고 나선 日 시니어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