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연극 <메디아>의 아이게우스役 배우 남명렬

기사입력 2017-03-09 08:47 기사수정 2017-03-09 08:47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메디아>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재탄생한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여자 메디아, 그녀의 조력자 아이게우스 역을 연기한 중견배우 남명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남명렬(국립극단 제공)
▲배우 남명렬(국립극단 제공)

작품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그리스 비극은 연극의 시원(始原)입니다. 인간의 감정들이 정수(精髓)만 모여 극대화되어 있습니다. 국립극단으로부터 출연 제안을 받고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메디아를 이혜영이라는 매력적인 배우가 연기한다니 더욱 첫눈에 사랑하게 되고, 그 격정에 휘말리는 아이게우스라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아이게우스’를 연기하며 가장 고민한 부분은?

아이게우스는 메디아를 보자마자 격정에 휘말립니다. 메디아의 유혹도 느끼고요. 기승전결 없이 메디아를 향한 욕망이 시키는 대로 직진하는 존재죠. 앞뒤 설명 없는 욕망의 발화(發火)를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왕의 품위를 유지하며 유혹에 몸을 떠는 존재를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네요.


중견배우 이혜영(메디아 役)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이혜영 배우와는 처음으로 연기하는데요, 지금까지 보여준 카리스마만큼이나 연습에 열정적이고 열심입니다. 연기하는 그 눈만 바라봐도 내가 할 연기의 감정이 활활 타오릅니다. 말이 필요 없이 눈빛만으로도 교감할 수 있으니 환상적 호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습장에는 후배들, 특히 젊은 여배우들이 많습니다. 젊은 에너지를 맘껏 충전하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애서(愛書)가로 알고 있는데, 이번 작품에 임하며 읽은 책이 있다면?

그리스 비극을 책으로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함축하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죠. 등장인물 간의 관계, 그들은 어떤 역사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존재하는가를 정리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떤 책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고 인터넷과 가능한 책 자료를 두루 참고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어선지 자꾸 잊게 되네요. 난감합니다. 작품과 관계없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입니다.


어떤 중·장년에게 권할 수 있겠는가?

연극은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년 시절의 선택과 결정은 때론 무모하기도 하고 좌충우돌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청년의 특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중·장년의 선택과 결정은 청년 시절의 그것과는 사뭇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디아의 비극을 보며 ‘나는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무겁게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질문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일 겁니다.



>>배우 남명렬

제50회 동아연극상 남자 연기상, 제6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 수상. 연극 <슬픔의 노래>, <코펜하겐>, 영화 <더 킹>, <장수상회>, 드라마 <용팔이>, <미생> 외 다수 출연.


▲연극 <메디아> 포스터(국립극단 제공)
▲연극 <메디아> 포스터(국립극단 제공)

연극 <메디아>

장소 명동예술극장

일정 4월 2일까지

연출 로버트 알폴디

출연 남명렬, 이혜영, 하동준, 박완규, 손상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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