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

기사입력 2017-07-18 20:12 기사수정 2017-07-18 20:12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어떻게 지내느냐고 안부를 묻다 보면 필자의 최근 활동을 말하게 된다. 며칠 후 있을 음악회, 해외여행 정보, 문화센터 입학 정보 등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 자기도 끼워달라며 사정하는 지인이 꼭 있다.

그러면 뒤늦었지만, 음악회 주관하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잘 알아 특별히 몇 장 더 부탁한다. 보통 15만원~20만원짜리 초대권이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해외여행도 인원 제한이 있어 인솔자에게 특별히 인원 추가를 부탁해야 한다. 보통 성의가 아니다. 문화센터도 선착순 인원 제한이 있고 마감일이 있다. 평소 바쁜 탓에 기억력이 깜빡깜빡하기도 해서 얘기 나온 김에 술자리에서 바로 담당자에게 연락해 부탁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초대권을 구해줬는데 연락도 없이 안 나오는 사람이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피가 마른다. 전화해보면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시간이 늦어 그냥 집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차가 너무 막힌다며 필자에게 신경질을 내며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람도 있다. 대중교통이 편한데 굳이 차를 끌고 오는 이유를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정중하게 못 오는 사유를 문자로 보내온다. 결과는 마찬가지다. 뒷수습을 하면서 초대자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그다음부터는 다른 사람 초대할 생각 안 하고 아예 혼자 간다. 믿을 사람은 필자밖에 없는 것이다.

해외여행도 그렇다. 술자리에서는 기대에 부풀어 현지 얘기로 꽃을 피웠는데 며칠 지나고 나면 마음이 변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못 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술자리에서 한 얘기들은 뭔가? 이번에도 뒷수습을 해야 한다. 인솔자는 필자를 믿고 다른 사람을 안 받았으니 필자가 다른 사람을 섭외해 채워야 한다.

문화센터 초대권도 마찬가지다.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라서 담당자에게 특별히 부탁해놓았는데 막상 그날이 되면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답이 없다. 나중에 연락이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인터넷 신청서에 사진을 넣어야 하는데 할 줄 몰라서 포기했다,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 다음 기회에 하겠다 등등 그 이유도 많다. 미안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해주고 싶지 않다.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알아서 찾으면 몰라도 도와줄 생각이 없다.

시니어들의 약속은 현역 때처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안 지켜도 그만이지만, 기분에 젖어 약속을 했다가 술 깨면 마음이 달라지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사람 앞에서는 아예 입을 다물게 된다. 만남도 기피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

“다음에는 꼭 불러달라”고 하지만 탈락이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음에도 또 펑크를 내거나, 초대자에게 고마움도 표시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자격이 없는 것이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기 마련이다. 목이 마르지 않은 사람에게 굳이 오아시스를 가르쳐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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