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어항 이야기

기사입력 2017-08-07 10:16 기사수정 2017-08-07 10:16

▲작은 어항이라도 관리가 필요하다(박혜경 동년기자)
▲작은 어항이라도 관리가 필요하다(박혜경 동년기자)
이사한 아들네 집에 가보니 전에 살던 집에서는 못 보았던 어항이 거실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귀여운 손녀가 조그마한 손으로 필자를 어항 앞으로 이끌며 “할머니, 아빠가 물고기 사왔어요, 예쁘죠?” 하며 자랑이다. 하긴 우리 아들은 늘 강아지나 금붕어 등을 키워보고 싶어 했다. 그러나 결혼 전에는 필자가 반대했고 결혼 후에는 마누라가 싫다고 해서 이루지 못했다. 남편이나 아들이나 마누라의 입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아 좀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평소 며느리가 큰 집으로 옮기면 물고기를 길러도 좋다고 했단다. 이번에 집을 늘려나간 아들은 ‘이때다’ 하며 갖고 싶었던 어항을 설치한 것이다. 크기는 작아도 산소 공급기와 물 순환 기구, 온도계 등 설치 비용이 꽤 들었다고 한다. 아들이 어릴 때 어항을 한번 설치한 적이 있어 그 비용이 얼마쯤 될지 짐작이 됐다.

필자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지금은 저렇게 깨끗하고 맑은 물에 초록 수초가 살랑거리고 자그마한 색색의 물고기가 유영하므로 보기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항 유리벽에 이끼가 생기고 물이 탁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손녀에게 예쁜 어항을 보게 해줘야 할 텐데 걱정스럽다. 무엇이든 생물을 기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어항도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 그러니 아들이 앞으로 어항을 잘 관리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들이 어렸을 때 잘 보살피겠다며 물고기를 기른 적 있다. 내키지 않았지만 너무나 갖고 싶어 해 허락을 했다. 물고기를 기르면서 신기한 모습도 봤다. 필자는 그때까지 물고기는 알을 낳아 부화시키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구피’라는 색이 고운 작은 물고기는 새끼를 낳았다. 어느 날 보니 어항 안에 아주 조그만 새끼 물고기들이 잔뜩 생겼다. 너무 신기하다며 즐겁게 들여다봤는데 다음 날 보니 새끼들이 온데간데없이 거의 다 사라지고 몇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아들은 어미가 먹이로 착각하고 잡아먹은 거라며 새끼 보호통을 어항 위쪽에 설치했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어미와 새끼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아들 말대로 새끼 보호통에서 어린 구피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신기했다. 어느 정도 컸을 때 통에서 풀어놓았더니 어미와 새끼 물고기가 잘 어울려 지냈다.

작은 물고기였지만 집 안에서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건 가슴 뛰고 신선한 일이었다. 구피는 번식력이 왕성해 새끼를 자주 낳았고 아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어린 새끼를 분양해주기도 했다. 어떤 아저씨는 구피 새끼들을 분양받으려고 우리 동네까지 오렌지 주스를 사 들고 오기도 했다. 인터넷의 물고기 동호회에 들어가면 각종 물고기를 기르는 사람이 매우 많다고 한다. 서로 물고기를 교환하기도 하고 정보도 나눈다는데 참 재미있는 세상이다.

한동안 어항 청소 등 관리를 열심히 하던 아들은 그 뒤 입시에 매달리게 되면서 물고기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졌다. 작은 어항이지만 손이 보통 가는 게 아니었고 청소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물갈이를 자주 해주지 않으니 유리벽에 녹조가 생겼고 물도 탁해져 더는 예쁜 장식품이 되지 못했다. 환경이 좋지 않아서인지 물고기도 다 죽어버렸다. 그때 필자는 다시는 생명이 있는 걸 기르진 않겠다고 결심했다.

지금 아들네 집에 들여놓은 어항은 참 깨끗하고 보기에도 좋다. 어항이 가습기 역할도 한다니 관리만 잘하면 좋은 실내 장식품이 될 것이다. 이제는 물고기를 보며 즐거워하는 귀여운 손녀 손자를 위해서라도 항상 깨끗한 어항으로 관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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