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직도 내외할 나이인가?

기사입력 2017-11-27 17:44 기사수정 2017-11-27 17:44

갑자기 연극 초대권이 2장 생겼다. 카페에 같이 갈 사람은 선착순으로 댓글을 달라고 했다. 며칠이 지났는데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아 결국 혼자 갔다 왔다. 카페 관계자들이 한마디씩 했다.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같이 가자고 해야 동행자를 구하지 그렇게 카페에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면 누가 댓글을 달 수 있겠냐는 말이었다. 개인 전화번호도 같이 게시했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공개된 장소에 같이 갈 사람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닌 모양이다. 아직도 남녀 간에 내외(內外)를 한다는 의미였다. 여러 명이 같이 가면 몰라도 단둘이 가게 되면 둘이 사귄다는 소문이 날까 무섭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녁 8시 공연이라 끝나면 10시 가까이 되고 집에 가기 바쁜 시간이다. 둘이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시간도 아니고 차 마실 시간도 없다. 내외하느라 모처럼 좋은 기회를 날린 것이다.

서로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생기면 공지를 통해 함께 갈 사람을 찾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카페 공지 외에도 주변 지인들에게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여러 반응이 나왔다. 일단 연극은 흥미가 없다고 했다. 영화처럼 입소문이 나 있는 화제작이라면 몰라도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연극은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공연장이 멀고 너무 늦은 시간에 하는 공연이라 싫다고도 했다. 영화관은 대부분 시내 중심가에 있고 집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데 대학로는 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끝나는 시간이 10시라면 귀가하기에 피곤한 시간이라고도 했다.

역시 둘이서 가는 것도 지적되었다. 여자는 내외하느라 꺼렸지만 남자들도 가기 싫은 이유가 있었다. 노래방에 남자끼리 가면 재미없듯이 무슨 재미로 남자끼리 연극을 보러 가냐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연극 관람이 목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평일 낮 시간에 연극을 공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직장인들은 일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올 수가 없다. 그렇다고 시니어가 많이 오는 것도 아니다. 연극이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많은 시니어가 동참해야 한다. 남녀 내외 문제도 그렇다. 이제는 초월해야 할 나이다. 그런데 시니어는 움직이기 싫어한다. 추운 날씨에는 나가기를 더 싫어한다. 연극도 좋아하지 않는다. 약속까지 해놓고 안 나타나는 이유는 가봐야 재미없을 거라는 짐작 때문이다. 문화생활도 취미가 있어야 즐기는 것이지 아무나 좋아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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