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버팀목인 당신들

기사입력 2018-02-06 11:14 기사수정 2018-02-06 11:14

[동년기자 페이지] 영원한 내 편!

느닷없이 옛날 일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 기억의 편린들을 더듬어가다 보면 즐겁고 행복했던 날보다 아팠던 상처들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길바닥에 나앉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딸들을 향한 시어머니의 사랑 때문에 며느리인 필자가 극심한 차별을 당했을 때, 또 그때마다 단 한 번도 아내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남편. 눈앞의 억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기를 수없이 반복했던 시절이다.

이럴 때 여자들은 대부분 친구나 지인을 만나 수다로 그 상처를 달래고 스트레스를 푼다. 그들은 함께 화내고, 욕하고, 흥분하면서 한마음이 되어준다. 그렇게 한편이 되어주는 게 우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필자도 결혼 초에는 친구들과 이런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푼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러나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어가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런 방법은 품격만 떨어뜨릴 뿐이라는 것을. 그 후로는 절대로 친구나 지인 앞에서 가정사를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고통 속에서 힘겨운 날들을 보낼 때마다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면서 필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필자의 두 언니들이다. 남편과 심하게 다투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언니들에게 당장 이혼하겠다고 하면, 큰언니도 작은언니도 이렇게 말했다.

“네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선물로 준 사람이니 좀 봐주면 안 될까?”

“하나님이 네 짝으로 맺어주셨잖니. 우리가 그 뜻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더 기다려보면 하나님의 뜻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또 딸들의 잘못은 감싸주면서 며느리인 필자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워 나무라는 시어머님과는 억울해서 더는 같이 못 살겠다고 하면, 이렇게 말했다.

“한 치 걸러 두 치라고, 며느리가 미워서가 아니라 딸들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 미처 며느리 입장을 헤아릴 여유가 없어서 그럴 거야. 시어머님보다 친정어머니에게 마음이 더 가는 우리들 입장과 같지 않겠니? 언니들 생각에는 네가 그렇게 이해하고 마음을 푸는 게 건강에도 좋고 네 마음도 평안해지지 않을까 한다.”

남편이 사업 실패를 해서 길바닥에 나앉게 되었을 때도 다른 사람들 같으면, 제 가족도 못 지키는 무능한 남편과는 이혼하는 게 낫다고 말해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언니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여 삶이 막막해도 너는 엄마니까, 네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어려울수록 부부가 힘을 합해야지. 네 남편이 고의로 사업에 실패한 것도 아니고 잘살아보려고 애쓰다가 그렇게 된 건데, 남편 심정은 지금 어떻겠니? 너도 힘들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네가 옆에서 위로하고 격려해주고 용기를 주면 좋겠다. 그런 게 부부가 아닐까?”

언니들은 단 한 번도 함께 화내고, 욕하고, 흥분한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늘 지혜로운 조언을 해주면서 필자를 한결같이 지켜줬다. 어릴 때는 언니들의 존재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언니들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세상의 모든 언니들이 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이 든 지금에서야 언니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으니 참 철이 없는 막내다. 그런데도 한 번도 언니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해본 적이 없다. 이제야 가슴 벅차게 마음을 전해본다.

“몇십 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버팀목이 되어준 언니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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