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래의 세대읽기] Z세대는 왜 ‘약함’을 드러낼까

입력 2026-03-16 06:00

시니어를 위한 트렌드 읽기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디즈니플러스의 예능 ‘운명전쟁49’는 무속‧사주‧타로‧관상 분야에서 활동하는 49인의 ‘운명술사’가 미션을 통해 타인의 운명을 맞추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들은 점사를 보는 과정에서 가족사나 우울증 병력 등 가까운 이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삶의 굴곡을 털어 놓으며 화제를 끌었다.

시니어세대에게 익숙한 생존 공식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로 축약할 수 있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강인한 사람으로 포장하는 것을 사회생활을 잘하는 정석으로 여겼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는 반대로 행동한다. 자신의 불안과 결점을 숨기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제일기획 산하 요즘연구소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취약할 권리(이하 보고서)’를 통해 ‘능동적 취약성’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Z세대에게 취약성은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기본값’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경제적 불안, 기술의 급속한 발전,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 속에서 성장한 이들에게 불완전함은 숨겨야 할 흠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 △기술 발전 △기성세대 △SNS 관계의 가벼움 등에 ‘반작용’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제일기획 요즘연구소)
(제일기획 요즘연구소)

완벽보다 ‘사람 냄새’가 매력

AI 기술이 일상화되면서, 완벽한 이미지와 정교한 결과물을 누구나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보고서는 이를 ‘과잉 완벽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이런 환경에서 Z세대는 오히려 가공되지 않은 모습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보정하지 않은 사진, 필터를 쓰지 않은 게시물, 공들여 고르지 않고 여러 장의 일상 사진을 한꺼번에 올리는 ‘포토 덤프’ 문화가 대표적이다. 정신과 진료 경험을 털어놓는 ‘멘탈 헬스 고백’도 있다. 약함을 인정하는 태도가 인간관계에 신뢰를 만든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정신과를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해왔던 시니어 세대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과거에는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사회적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는 ‘숨김’보다 ‘공유’를 택한다. 약점을 고백하는 행위가 오히려 자신만의 고유성과 진정성을 증명하는 전략이 된다.


‘진정성’을 넘어 ‘취약성’으로

보고서는 이에 따라 기업과 브랜드의 마케팅의 흐름도 변하고 있다고 짚는다. 1990년대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미지 만들기가 중심이었다. 2010년대는 신념과 행동의 일관성 유지, 즉 ‘진정성’이 중요했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브랜드가 자신의 약점과 한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취약성’이 신뢰의 기반이 된다는 전망이다. 단점을 감추기보다 드러내고, 개선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태도가 소비자와의 연대를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를 일본 전통 도예 기법인 킨츠기에 비유한다. 금이 간 도자기를 버리지 않고, 깨진 자리를 금으로 이어 오히려 더 돋보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상처를 숨기지 않고, 이야기로 만드는 전략이다.


시니어에게 이런 변화는…

이 흐름은 단지 마케팅의 유행이 아니다. 세대 간 소통의 단서이기도 하다. 손주가 SNS에 우울감이나 불안을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약해졌다는 신호라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찾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회사에서 젊은 직원이 실수를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책임감 없이 문제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행동일 수 있다.

시니어 세대는 오랜 시간 ‘버티는 힘’을 통해 사회를 지탱해왔다. Z세대는 ‘드러내는 힘’을 통해 관계를 만든다.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단단해지기 위함이다. ‘취약성’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불안하게 들린다. 그러나 오늘날은 약함을 감추는 사람보다, 인정하고 다루는 사람에게 더 큰 신뢰를 준다. 다른 세대를 향한 이해의 경험이 쌓일 때, 세대 간의 간극도 좁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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