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TV 예능프로에 배우 박중훈이 나와서 하는 말을 지나가다 잠깐 보았다. 연로하신 어머님이 정신이 맑으실 때 이런 말씀을 하신다고 한다.
"어린 사람 나무라지 마라. 네가 지나온 길이다. 나이 먹은 사람 흉보지 마라. 네가 갈 길이다."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저절로 터득된 말씀이 이토록 지당하다.
지역에서 함께 하는 이들의 사진동호회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발걸음 뜸하시던 분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럴 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분을 챙기는 댓글로 말을 건다. 그분이 팔순이 훌쩍 넘는 고령이어도 조금 더 어린(?) 회원들이 같은 모습으로 편하게 함께 활동하는 모습이려 마음 쓴다. 중요한 건 그분이 배려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애쓰면서 인품 좋으신 그분을 존경하고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대표 임원인 분은 아무리 바빠도 그분 사진작품에 친구처럼 늘 다정하고 예의 바른 댓글을 잊지 않는다. 그중에 행사나 모임이 있을 때가 있다. 고령의 어른께서는 혹시나 다른 회원들이 불편해할까 봐 뒷걸음질 치며 지레 빠지려 하신다. 이럴 때 대표 임원은 슬쩍 등 떠밀어 가능한 참여 시키며 무심한 척 그분을 먼저 챙긴다. 팀을 이끄는 처지에서 말없이 보여주는 속 깊은 마음을 회원들은 잘 알고 있다. 팔순의 선배 회원을 존중하고 격의 없이 잘 지내려 마음 쓰는 임원과 회원들의 모습이 훈훈하다. 당연한 듯 그렇게 지내왔는데 그게 흔한 일이 아니어서 때론 씁쓸하다.
물론 젊음과 늙음에서 생겨나는 차이는 분명 있다. 아니, 아주 많다. 요즘은 나이가 '깡패'인 세상이라고 말들 한다. 많아진 나이가 폄훼되고 당연한 듯 낮추어진 가치를 부여하는 걸 흔하게 본다.
나이가 적으면 적은 것으로, 또는 많으면 많은 대로, 완장을 찼으면 완장으로 자기 값을 표현한다. 오로지 나이와 자기만의 처지에서 그것이 마치 벼슬이나 훈장인 양 휘두르는 모양새를 보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역시 제대로 나이 먹은 분은 다르구나' 반대로, '그래서 이제껏 미생이구만….'
한 치 앞만 주시하는 편협한 삶을 경계한다.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편견 없이 사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무엇보다도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먼저 터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