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사는 것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

기사입력 2020-04-27 09:10 기사수정 2020-04-27 09:10

오스카 와일드가 쓴 장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보면 영원한 젊음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주인공이 등장한다.

“내가 언제나 젊고 이 그림이 대신 나이를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을 위해서라면 세상에 내가 바치지 못할 게 뭐가 있을까. 내 영혼이라도 기꺼이 내어줄 것이야.”

도리언 그레이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영원한 젊음을 갖게 되지만 헨리 워튼 경을 통해 환락과 타락에 빠져 결국 파멸에 이르고 만다.

비단 도리언 그레이 뿐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젊음이 영원하길 원한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주름살을 제거하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조금 더 젊어 보이는 화장, 젊어 보이는 스타일에 신경을 쓴다. 나이보다 어리게 봐주면 기분이 좋다. 어쨌거나 나이 드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므로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우리에게 ‘데미안’으로 잘 알려진 작가 헤르만 헤세는 ‘늙음은 젊음만큼 좋은 인생의 숙제’라 했다. 이 숙제를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헤세는 이 인생의 숙제를 아주 훌륭하게 해냄으로써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도 아름다움과 기쁨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신학교에서 두 번의 퇴학, 자살 기도 등 질풍노도의 청년기를 보냈고, 이혼과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마흔 살이 될 때까지 불안하고 평탄치 못한,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러나 나머지 생의 절반은 달랐다. 스위스 시골 마을에서 독서와 정원 가꾸기로 보낸 노년의 삶은 평화로웠다. 인세와 유명세를 가져다주는 글보다는 그리고 싶은 그림, 쓰고 싶은 글을 썼다. 자연을 사랑했고 뛰어난 자연 관찰자였던 헤세는 그림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그렸다. 엽서에 작은 그림을 그려 넣어 받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했다. 그러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글도 깊어졌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잡초를 뽑고 낙엽을 모으고 채소밭을 늘리며 땀 흘려 일했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내 거주지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된 시기부터 늘 특별하게도 아름답게 살아왔다’

아름답게 사는 것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었음을 잊고 살았다. 이건 젊을 때보다 나이 들어 더 수월한 일일 것이니 이제부터, 특별하게,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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