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군터 홀토프, 26년간 온 세상에 발자국 남기다

기사입력 2014-11-06 11:09 기사수정 2014-11-06 11:09

아내와 메르세데스 30GD 타고 26년 동안 세계 일주

“여행을 하면 할수록 내가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적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26년 동안 같은 자동차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한 76세 독일인 군터 홀토프가 지난 10월 8일(현지시각)에 마침내 고향에 돌아왔다. 1989년에 부인과 함께 메르세데스 300GD에 몸을 싣고 세계 여행을 결심한 그는 그동안 215개의 나라를 방문했다.

그가 아내와 함께 자동차로 주행한 거리는 약 90만 킬로미터. 이는 지구 20바퀴를 돌고도 남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거리다. 군터는 자신의 애마인 ‘오토’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18개월 동안 긴 모험을 하거나 해발 5000미터에 달하는 히말라야 산맥의 산악 도로를 여행하기도 했다.

군터 부부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세운 철칙이 있었다. 최대한 절약을 해 여행을 하자는 것이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대신 차에서 자고, 음식도 직접 만들어 여행 경비를 줄였다. 바다를 건너야 할 때도 있었는데 이 때에도 애마 ‘오토’를 대형 화물선에 컨테이너 박스와 함께 옮겼다.

그러나 즐거울 수만은 없는 여행이었다. 시련이 불현 듯 다가왔기 때문이다. 2010년 여행을 함께 하던 중 그의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아내가 남긴 유언은 “자신이 하늘에서 지켜 볼테니 세계 여행을 멈추지 말라”는 것. 이 유언을 지키기 위해 군터는 슬픔을 뒤로하고 마음을 추슬러 여행을 이어갔다.

그는 위험한 곳에 가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독일 외교부의 도움으로 북한 방문을 하기도 했고, 쿠바의 독재자 라울 카스트로의 초청을 받고 공산주의 국가 쿠바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전쟁도 그의 여행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전쟁 중인 이라크도 방문했기 때문이다.

세계 여행 동안 부부의 든든한 발이자 집이 되어 준 ‘오토’는 그 어떤 자동차보다 세계 각국을 많이 다닌 차량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오토는 그에게 단순한 자동차 이상의 의미였다. 타이어에 펑크가 난적은 있지만 한 번도 고장이 난 적이 없었고, 작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가 직접 고쳐 여행을 계속했다. 그는 애마인 ‘오토’에 대해 “내 생에 다시 세계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같은 차를 타고 하겠다. 오토는 나의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그가 여행을 하면서 남긴 아프리카의 사막,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는 산악도로, 소떼가 점령한 브라질의 도로, 에펠탑이 올려다 보이는 파리의 도심, 코끼리와 함게 달려야하는 인도의 도로 등의 사진에는 26년간의 인생이 담겨있다. 50대의 처음에서 시작한 그의 열정적인 인생이야기다.

▲애마 '오토'를 타고 있는 군터 홀토프

▲26년 동안 그가 방문한 나라는 215개국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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