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둔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은 뻔뻔하게 밝히고 화끈하게 즐기며 일도, 사랑도, 섹스도 뜨겁게 하고 싶은 40대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에는 ‘어린 남자와 만나는 골드미스’, ‘당당하게 원하는 도발적인 주부’, ‘딸 몰래 연애 하는 싱글 맘’이라는 세 캐릭터가 등장한다. 시사회를 다녀온 한 관객은 “시대가 많이 바뀌기는 했다. 예전 같으면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얘기했을 텐데, 이제는 그녀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속 주인공 같은 여성이 우리 주변에 있다면 우리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동안 여성들은 ‘여자는 성적 욕구를 절제할 수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성적 충동을 덜 느낀다’ 등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지 않은 사회적 관념들로 억압받아왔다. 그들은 성욕을 드러내는 일이 마치 자신이 비정상적이거나 건전하지 못한 사람처럼 여겨지기에 자신들의 욕구를 숨기려 들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여자는 육체가 하는 말을 억누르고 사회의 인식에 맞춰 자신을 드러내는데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성의 성욕에 대해 다룬 책 『욕망하는 여자』(대니얼 버그너(Darniel Bergner) 지음·김학영 옮김)에서는 여성의 성적 욕구는 남성보다 부분별하고 충동적이라 표현한다.
성(性) 과학자 메러디스 시버스(Meredith Chivers)는 한 실험에서 동성·이성간의 섹스 장면, 보노보(영장목 성성이과의 포유류)가 교미하는 모습, 남녀 각각의 자위 영상 등을 여성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질 박동 폭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피시험자들은 이성과 동성 간의 섹스뿐만 아니라 보노보의 교미 장면에서도 성적으로 흥분하는 양상을 보였다. 더 놀라운 점은 해변을 걷고 있던 조각 같은 미소년 남자보다 보노보의 교미에서 혈류 측정기의 강도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여성의 성 충동은 가히 잡식성이라고 할 만큼 무작위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피시험자 여성들이 직접 기록한 키패드 결과는 혈류 측정기의 분석을 반박했다. 여성들은 자신의 질이 보여주는 결과와 달리 정신적으로는 훨씬 덜 흥분했으며, 보노보의 교미 장면도 무관심했다고 응답했다. 육체가 하는 말을 정신이 부정한 것이다. 같은 실험에서 남성 피시험자들의 경우, 보노보의 교미에 자연경관을 감상할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객관적 결과와 주관적 결과가 일치했다.
이 책에서 심리학자 테리 피셔(Terri Fisher)는 강요된 왜곡과 강제적인 구속에 무게를 두었다. 그는 “성적인 사람, 즉 어떤 사람이 성욕을 드러내도 괜찮다는 것은 사회가 부여한 하나의 자유를 의미하며 그러한 자유는 여성보다는 남성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여자의 No는 진짜 싫다는 의미가 아니다’는 식의 관념들이 침대위에서 여성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작용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여성의 성욕에 대한 케케묵은 고정관념을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