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땜에 친구와 의 상한다] 피아노 못 사줘 잃게 된 우정

기사입력 2016-07-06 16:19 기사수정 2016-07-12 12:52

▲필자의 결혼식 사진. 아내의 친구가 피아노 반주를 했다. (조왕래 동년기자)
▲필자의 결혼식 사진. 아내의 친구가 피아노 반주를 했다. (조왕래 동년기자)
아내는 시골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서울서 다녔다. 사춘기이고 객지에서 외롭게 보내던 처지라 단짝처럼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있었다. 훗날 아내는 필자와 결혼하고 아내 친구는 은행원을 하다가 전직하여 건설회사 경리책임을 맡아보는 사람과 결혼했다.

아내 친구는 피아노를 잘 쳐서 필자 결혼식에 피아노 반주를 해주기도 했고 집에서 아이들 피아노 레슨도 했다. 남편이 술 먹고 오는 날에는 피아노로 유행가를 쳐서 노래 한 곡 뽑도록 하기도 했다. 그 집에서 피아노는 보물 1호라 할 만큼 애틋한 물건이었다.

신혼 초에는 필자, 아내, 아내 친구와 남편이 식사도 여러 번 했다. 아내 친구네가 지방에 건설공사 경리책임자로 나가 있을 때는 필자 부부가 놀러 가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끼리 친한 것이니 남편끼리는 아내를 따라다닌 정도여서 사실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도 모르고 아내들이 수다를 떠는 동안 조용히 옆에서 죽치고 앉아 술이나 마시는 정도였다.

그 당시 필자는 17평짜리 아파트 전세를 사는 형편이었고 아내 친구네는 분당에 아파트(평수는 기억이 안남)를 분양받아 살고 있었다. 겉으로 는 부유하게 보였으나 아파트 분양대금을 은행에서 융자받고 친척들한테 빌리기도 해서 빠듯하게 살아가는 형편이란 걸 나중에 짐작만 했다. 그 당시는 모두 집 살 때는 빚을 지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내 친구 남편이 다니던 건설회사가 부도가 났다.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되자 아파트를 팔고 단독주택 2층으로 전세를 들어가게 되었다. 아내 친구는 자기가 쓰던 피아노가 남의 손에 넘어가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니 필자보고 사 달라고 했다. 필자도 봉급을 재형저축에 들어 금전적 여유도 없었고 무엇보다 작은 아파트라 커다란 피아노를 둘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피아노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필자 부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내 친구는 아내에게 커다란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다.

그 후 아내 친구는 아내에게 모든 연락을 끊어버렸다. 전화해도 받지 않고 집에 찾아가니 “내가 널 찾을 때까지 오지 말라”고 했다. 아내는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풀어지겠지 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아내 친구는 다시는 아내를 찾지 않고 있다. 너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연락처도 모르고 백방으로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길이 없다. 필자 부부 결혼식 앨범을 넘기면 피아노를 치고 있는 아내 친구 사진이 있다. 사진 속의 아내 친구는 마냥 행복하게 웃고 있다. 이 사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허전하다.

필자는 아내 친구를 아내에게 찾아주고 싶다. 만약 찾게 된다면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피아노를 못 사준 것에 대해 진정으로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다.

‘이제 용서할 만큼 세월도 흐르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좁은 방에 피아노를 두면 잠자리가 불편하다고만 생각했지 그 피아노에 당신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샀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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