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1

아내

입력 2017-01-16 20:13

아내

얄궂은 인연을 운명으로 받아들여

떨리는 손 끝을 마주잡은 사이

어머니도 누이도 아닌 촌수

세상에서 제일 가깝다가도

붙잡을 수 없게 멀어지는 여자

이 무슨 악연일까 얄미울 때도 있지만

내가 뒷바라지해온 김 씨 집안 식구들과

내가 길들여온 남매 자식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껴안아 주는 여자

그러고 보니 지금껏 나와 가장 많이

찌개 냄비 속에서 숟갈 부딪쳐 온 여자

내가 채워주지 못한 허전한 가슴을

저 혼자 쓸어 담고 메꿔 온 여자

약으로 처방할 수 없는 섭한 마음을

이불 돌돌 말고 돌아누워 삭힌 여자

무정한 내가 그래도 버팀목이었을까

아까워 내다버릴 수 없는 원수였을까

돌봐줘야 할 불쌍한 전우였을까

다가올 앞 세월도 같이 할 여자

검버섯 피어나는 살 비벼 갈 이 여자를 위해

계약직 비정규직 일터로 아침 열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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