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좌모와 아메리칸 빌리지에서의 하루

기사입력 2017-06-22 10:13 기사수정 2017-06-22 10:13

▲코끼리의 코 모양으로 침식된 류큐 석회암의 단애와 그 위에 넓은 잔디밭이 있는 곳. 류큐왕 쇼케이가 '만 명이 앉아도 충분한 벌판'이라고 하여 만좌모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이현숙 동년기자)
▲코끼리의 코 모양으로 침식된 류큐 석회암의 단애와 그 위에 넓은 잔디밭이 있는 곳. 류큐왕 쇼케이가 '만 명이 앉아도 충분한 벌판'이라고 하여 만좌모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이현숙 동년기자)
그곳으로 가는 길은 분위기가 있다.

안개처럼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주어 아득한 바다가 마음을 더 흔든다. 그리고 빗방울 송골송골 맺힌 초록의 만좌모 벌판이 눈에 가득 들어와서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바다까지 보여주니 더 말해 무엇하리.

눈 앞의 바다에선 유유자적 뱃놀이도 한다. 멀리 해안선을 따라 멋진 리조트에서 쉬며 제대로 휴식하면 더 좋겠다. 그 드넓은 바닷가 들판에 들꽃과 기암괴석도 함께 한다. 필자의 만좌모 여행은 여기까지가 좋았다.

이런 절벽의 바위 하나 보러 무더위에 예까지 올 일인가 싶었다. 물론 기나긴 세월 속에 침식된 코끼리 형상은 볼만하지만 엄지 척 올려주고 희귀한 비경에 탄성을 지르며 강추할만한 곳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름 그대로 만좌모답게 많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일본 오키나와현. 코끼리의 코 모양으로 침식된 류큐 석회암의 단애와 그 위에 넓은 잔디밭이 있는 곳. 류큐왕 쇼케이가 '만 명이 앉아도 충분한 벌판'이라고 하여 만좌모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오키나와의 나하공항에서 만좌모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여 걸리는 거리다. 나하의 버스터미널에서 운행되는 버스로는 약 1시간 반정도 걸린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풍경에 신나기도 신기하기도 하고 기분전환도 하면서 가끔 느끼는게 있다. 어딘가 느낌이 비슷하게 연상되고 비교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다.

▲만좌모(이현숙 동년기자)
▲만좌모(이현숙 동년기자)

만좌모의 코끼리 바위를 보면서 몇 년 전 <호주의 왓슨베이>에서 보았던 절벽이 생각났다. 마치 빠삐용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탈출을 꿈꾸던 곳일 것 같은 절해고도의 그곳. 그곳에서 남태평양을 경관을 바라볼 수 있고 오랜 침식과 퇴적으로 겹겹이 형성된 틈이 많이 생겨서 갭(gap) 바위라고도 한다는 곳. 그 두 곳이 겹쳐져서 생각나는 바위였다.

만좌모를 떠나 아메리칸 빌리지로 가는 길의 파인애플 농장에서 파인애플도 먹고, 파인애플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이것저것 둘러보며 느릿느릿 놀다 쉬다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하에서 직접 아메리칸 빌리지로 가려면 버스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는데 40분 정도 걸린다.

▲아메리칸 빌리지(이현숙 동년기자)
▲아메리칸 빌리지(이현숙 동년기자)

아메리칸 빌리지는 80년대 초 까지 미군시설이 있던 곳이어서인지 이런 특성을 살려 면세점 등의 상권이 형성된 곳이어서 지갑 두둑하신 분이라며 여행가방에 담아올 만한 것들이 좀 있다. 누구라도 눈에 들어오는 아메리칸 빌리지의 상징인 대관람차는 일본 영화에 나와서 유명세를 탔고 멋진 저녁노을을 볼수도 있어서 인기다. 그 옆으로 있는 선셋 해변을 즐길 수도 있고 쇼핑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필자는 이곳에서 다리를 쉬면서 저녁을 먹었다.

▲아메리칸 빌리지(이현숙 동년기자)
▲아메리칸 빌리지(이현숙 동년기자)

예쁜 집들도 많고 미군들이 주둔했던 곳이어서인지 스테이크가 유명하다는데 구미가 당기지 않아 나는 vegetable curry를 먹었다. 구운 가지와 채소가 듬뿍 들어있어서 보기만 해도 먹음직했고 맛도 good~. 파스타에도 아낌없이 해산물이 올라있어서 이 또한 좋았다.

내내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함께했던 여행자의 하루가 간다. 점점 검푸른 밤이 내린다.

머릿속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놀았던 하루. 여행이 주는 효과가 이런 게 아닌가.

뒤엉킨 머리를 말끔하게 헹구어서 돌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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