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의 첫 방문지는 바우스카의 룬달레 궁전이었다.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 따 만들었다는데 규모만 작을 뿐 정말 비슷했다. 아름다운 궁전도 그랬고 뒷마당의 정원도 그랬다. 댄스를 알고 나서 보니 과연 궁전 내부가 그 옛날 귀족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그리고 화장실이 없다는 베르사이유 궁전과 같이 오렌지 나무를 심어 놓은 정원에 숨어 볼일을 봤겠다는 실감을 할 수 있었다.
다음 코스는 유르밀라 해변이었다. 발트해가 바로 보이는 휴양지라서 근사한 집들이 많았다. 다만, 큰 기대를 했던 발트해는 모래는 아주 작은 입자라서 좋은데 굴 썩은 냄새가 진동하여 해변을 걷다가 곧바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아직 낮 기온이 22도 정도라서 수영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다음에 가본 곳이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였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이다. 피터 대성당, 상인들이 700년간 사용했다는 검은 머리 전당, 라트비아의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 정복자 스웨덴의 문, 돔 성당, 구 시청사 등을 돌아 봤다. ‘한자동맹’이라 하여 학창시절에 얼핏 들었으나 ‘한자’의 뜻이 ‘상인의 친구’라는 뜻이란다. 상공업이 발달한 무역도시라서 무역상인들의 역할이 중요했던 모양이다.
리가에서 유람선을 타고 강 한쪽의 구 시가지, 반대편의 신 시가지를 감상하는 코스도 있었다. 우리 일행 30명만 타고 있어서 아늑한 분위기였다.
라트비아의 스위스라는 시굴다, 라트비아의 허파라는 체시스를 둘러 봤다. 라트비아를 지배했던 독일기사단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독일과 발트 3국 사이에 폴란드가 위치해 있는데도 독일은 틈만 잇으면 폴란드를 침공했으니 발트 3국도 독일의 영향력이 컸다는 얘기이다.
발트 3국의 특산품으로 호박이 있다. 소나무의 송진이 열과 압력을 받아 굳어져 만들어진 천연 보석이란다. 자연산이라 조금씩 색이 달랐다. 싼 것은 10유로 목걸이부터 크기와 모양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그 옛날 소나무가 많던 육지가 바다가 되었는데 그때 가라앉은 소나무들이 호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발트 3국의 호박은 바닷물에 뜨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열이 나도록 문지르면 한약재 냄새가 나는 것도 특징이라고 했다.
이날 밤은 변두리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방이 넓고 다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넓은 세미나 실이 있었다. 낮의 룬델라 궁전을 떠올리며 귀족들 춤을 춰보자며 모였다. 30명 중 남성들은 피곤하다며 빠졌고 여성들만 모인 자리에서 비엔나 왈츠를 가르쳤다. 전진하며 회전하면서 발 모으고 후진하며 역시 회전하면서 발을 모으면 되는 간단한 춤이다. 전진 스텝은 잘 했다. 그러나 후진 스텝이 조금 어려웠는지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것만 빼고는 모두 무난히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