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하모니, ‘어느 멋진 날에’

기사입력 2017-08-18 16:54 기사수정 2017-08-18 16:54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장 포토 존에서(박혜경 동년기자)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장 포토 존에서(박혜경 동년기자)
어제 그제 쏟아진 폭우로 그리도 무덥던 여름이 막을 내린 듯 선선한 날씨가 되었다.

아침저녁 시원해도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 곡식이 영글 수 있도록 한낮에는 뜨거운 햇볕이 쨍쨍해야만 할 것이다.

오늘은 한낮에도 그리 덥지 않아 쾌적한 기분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갔다.

좀 늦은 시간인 오후 8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집을 나섰다.

공연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저녁 시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앞 분수대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화려한 분수 쇼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의 멋진 물의 향연을 감상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번 공연은 서울 그랜드필하모닉과 함께 바리톤 김동규와 국악 소녀 송소희, 베이스 손태진의 멋진 콜라보레이션 무대이다.

서울 그랜드필하모닉의 음악 감독 겸 상임 지휘자 서훈 씨는 연주 사이사이 알기 쉽게 음악 해설도 곁들여서 대중성 있는 프로그램 구성은 물론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이날은 주말이 아닌데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일, 이 층 넓은 좌석이 꽉 찼다.

출연자들의 시원한 성량을 기대하며 한여름 밤을 즐길 준비가 된 사람들인 것 같이 보인다.

시간이 되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먼저 서울 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서곡이 연주되었는데 이 오케스트라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로 구성된 창립 23주년의 역사와 실력을 겸비한 국내 정상급 교향악단이라 한다.

첫 연주가 끝나자 성악가 김동규씨가 무대에 등장했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많이 보아 온 분이라서인지 낮 설지 않고 우리 이웃 아저씨처럼 푸근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무대 매너도 매우 노련해서 관객과의 소통도 매끄럽게 잘 했다.

이런 저런 제스춰로 인사를 하는데 옷자락을 펄럭이는 게 투우사를 연상하게 했다.

역시 첫 노래는 오페라 카르멘 중 ‘투우사의 노래‘ 였다.

그러면서 관객에게 자신이 옷자락을 펄럭일 때마다 “올레~”하고 외쳐달라고 주문했다.

시원하고 화통한 울림으로 노래가 시작되었고 옷자락을 펄럭일 때마다 관객들은 모두 “올레~”하고 외쳤다.

성악가와 관객이 한마음이 되어 즐기는 멋진 공연이 펼쳐졌다.

필자도 옷자락이 펄럭일 때마다 “올레~”소리치며 즐거웠다.

두 번째 들려준 노래는 필자마음을 울렸다. 에디뜨 피아프의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의 샹송으로 필자가 매우 좋아한 음악인데 김동규 씨의 성악 발성에 에디뜨 피아프의 애절한 음색이 오버랩으로 다가와 필자 마음을 흔들었다.

두 번째 출연자 송소희는 반짝반짝 눈부신 드레스로 무척 예뻤다.

등장하자마자 “배 띄워라~”청량하고 강한 울림이 귓전을 때렸다.

어린 나이에 어쩜 저렇게 성량이 풍부하고 우리 가락을 잘하는지 감동적이었는데 노래가 끝나자 아주 조그만 소리로 속삭이듯 인사를 해서 청중을 웃겼다. 좀 전의 노래할 때와 너무나 다른 목소리였다.

그저께가 광복절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아리랑’이 더욱 처연하고 감동으로 다가왔다.

세 번째 출연자는 베이스의 매력적인 보이스 손태진씨로 얼마 전 TV프로인 팬텀싱어에서 최종 우승을 해서 이름을 알린 분이다.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주었다.

각자 노래도 좋았지만, 세분이 함께한 콜라보 무대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가장 좋았던 건 ‘볼라레’나 ‘싱싱싱’ 등 잘 알고 있는 노래를 관객과 함께 부르며 즐긴 공연이었다는 점이다.

이 곡에는 관객 모두 일어나서 손뼉 치며 몸을 흔들고 노래를 따라 불러 열광의 무대를 함께 했다.

클래식과 국악이 어우러진 감미롭기도 하고 격정적이기도 했던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다.

타이틀처럼 한여름 밤 ‘멋진 어느 날’이 된 이 날을 필자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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