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포비아(Phobia)

기사입력 2017-12-26 16:08 기사수정 2017-12-26 16:08

‘포비아(Phobia)’는 정신 분석학에서 공포증을 말한다.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지나치게 혐오하거나 두려워하는 현상이다.

‘관계 포비아’는 관계에 대한 거부반응을 말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 관계 때문에 상당한 노력을 한다. 인맥은 상당히 중요하다. 남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관계를 두려워한다는 관계 포비아 현상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웃집 사람과 서로 알고 지내는 것도 귀찮아하고 정상적인 인맥 형성도 거부한다.

필자가 관계하고 있는 커뮤니티도 그렇다. 같이 공부하고 졸업했으니 동문인데 졸업 후에 얼굴을 전혀 내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전화로 연락하면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필자가 아는 지인은 걷기를 좋아한다. 필자도 걷기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으므로 우리 커뮤니티에 들어오라고 하면 싫다는 것이다. 일부러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걷기 모임에 간다는 것이다. 매번 자기 소개하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언제라도 그만두면 그만이고 사람들과 잘 모르는 관계가 더 편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조사가 생겨도 모르는 척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낯선 사람 효과’라는 것도 있다. 매번 보던 사람보다 낯선 사람이 더 신선하고 호기심도 생긴다는 것이다. 한 커뮤니티에 너무 깊이 빠지게 되면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태기’라는 말도 있다. ‘관계+권태기’를 말한다. 관계에서 피곤하니 관계가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기피하고 낯선 사람을 계속해서 찾는 것이다. 같은 메뉴로 매일 먹을 수는 없으니 메뉴를 바꿔가며 먹는 것이 더 좋다는 논리이다.

대부분 이런 현상은 먹고 살만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남의 신세 질 일도 없고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이기도 하다. 자기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피곤해서 피한다는 것이다. 키이스 페라지라는 사람이 쓴 책 ‘혼자 밥 먹지 마라’에 보면 성공하려면 인맥이 중요하니 심지어 밥 먹을 때도 혼자 먹지 말고 같이 어울리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이미 성공했으니 남의 신세 질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정리할 필요도 있긴 하다. 휴대폰을 분실하면 그동안 저장되어 있던 명부가 사라진다. 큰일이지만, 차라리 그 기회에 사람 정리가 된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들은 연락을 할 것이니 그런 사람 위주로 새 명부를 짠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이 외롭긴 하지만, 혼자 사는 것이 더 편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 혼자 살다가 변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염려를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라는 것이다.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고 막상 닥치면 해결 방안이 생기기도 한다.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도 자격 여부와 별도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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