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집게의 용도변경

기사입력 2018-03-13 14:49 기사수정 2018-03-13 14:49

▲빨래집게의 용도변경(변용도 동년기자)
▲빨래집게의 용도변경(변용도 동년기자)
빨래집게, 빨래만 집으라는 법이 있는가? 빨래집게의 쓰임새를 바꿈으로써 스마트폰 카메라 셀카 촬영에 편의성을 주게 했다. 필자는 사진작가로 일반 카메라에 이어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 촬영 기법에 대해 강의를 한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기도 하여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들이면서 보다 편리하게 사진 취미 활동을 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 그런 방법의 하나로 집안에서 늘 사용하고 있는 간단한 빨래집게를 활용하여 셀카를 찍는 방법을 개발했다. 사용해본 어르신뿐만 아니라 젊은 층도 신기해하며 재미있어한다. “빨래집게의 용도변경”, 그 이야기를 쓰려 한다.

요즘 MeToo 운동이 나라를 들썩이게 한다. 성폭력과 관련하여 명성을 얻었던 많은 사람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 원인은 딱 한 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용도변경이 잘못되어서 생겨난 불상사가 아닐까? 선조들은 이런 가르침을 내렸다. “세 가지 끝을 늘 조심하라” 손과 혀 그리고 성기다. 이 세 가지를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구설(?)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그 세 가지를 잘못 사용한 셈이다. 쓰지 않아야 할 곳에 쓴 셈이다. 용도변경을 잘못해서 빚어진 일이다. 쓰지 말아야 할 용도로 사용한 결과다.

반면에 용도변경을 잘 하면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는 생활에 편리한 물건들이 많이 존재한다. 나름의 쓰임새가 정해져 있다. 생각의 틀을 바꿔보면 새로운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의약품 중에도 그 용도를 바꾸어서 유용한 약품으로 둔갑한 예도 그렇다. 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 촬영하는 기법을 가르친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진 찍기를 즐겨 한다. 자기를 촬영하는 셀카도 자주 사용한다. 셀카 촬영을 손쉽게 할 방법을 찾는 중이었다. 안사람이 바람이 부는 날 빨래 건조대에 빨래를 널면서 사용하던 빨래집게를 보는 순간 아이디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스마트폰을 고정하는 삼각대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직접 활용해보았더니 훌륭한 소품으로 둔갑했다. 빨래집게의 용도변경인 셈이다. 앞의 사진처럼 빨래집게 두 개를 스마트폰의 하단 양쪽에 빨래를 집듯이 집어 카메라를 똑바르게 세워 둘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설정에서 타이머로 전환하면 된다. 타이머를 2, 3, 5, 10초 등으로 정할 수 있다. 2, 3초는 짧다. 5초나 10초로 설정하고 셔터를 누르면 5, 10초 뒤에 사진이 자동으로 찍힌다. 빨래집게를 집어 세워 둔 곳에서 촬영할 피사체의 구도를 잡은 후에 셔터를 누르고 그 화면 속으로 촬영자가 다가서면 완성된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은 대체로 빠지거나 아니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찍는 경우가 다반사다. 빨래집게를 삼각대나 다른 거치대 대용으로 사용하면 편리하다. 집에서 손주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도 사용하면 유용하다. 물론 삼각대를 사용하면 되지만,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기에 불편하고 별도로 사야 한다. 빨래집게는 부피가 작아서 핸드백이나 가방 때로는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어 거추장스럽지 않다.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또다시 본래의 용도로 되돌리면 된다.

빨래집게는 작은 것보다 다소 큼직한 것이 스마트폰을 더 안전하게 고정할 수 있다. 서류를 집는 집게도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빨래집게의 용도변경, 생각의 틀을 바꾸는 일이다. 세상의 변화는 큰 데 있지 않고 손쉬운 일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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