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999’ 타고 아련한 추억여행, 갤럭시 오디세이전

기사입력 2018-09-07 12:59 기사수정 2018-09-07 12:59

[문화공감]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전주(前奏)만 들어도 무의식적으로 TV 앞에 앉던 만화 시리즈 ‘은하철도999’. 밥그릇 들고 앉아 눈이 빠져라 메텔과 철이의 우주 모험에 몰입했었다. 옛 기억 속 한 장면과 늘 함께하는 ‘은하철도999’가 시간을 거슬러 와 미디어아트전시 ‘은하철도999 갤럭시오디세이展: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로 탄생했다. 그런데 은하철도999 열차가 정차(?)한 곳이 조금 특이하다. 바로 용산전자상가 단지 한복판. 여주인공 메텔의 슬픈 표정이 인상적인 대형 옥외 광고판 아래로 빨려 들어가면 옛 추억 위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진 새로운 ‘은하철도999’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향하다 보면 메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지하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향하다 보면 메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추억의 만화가 미디어아트로

‘은하철도999’ 주제곡 첫 소절쯤은 1980년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유년기 전반을 관통하는 치명적인 매력의 아이콘이 ‘은하철도999’다. 서울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 내려 전자상가로 향하는 구름다리로 걸어 내려가다 보면 다다를 수 있는 용산 나진상가. 이곳이 ‘은하철도999 갤럭시오디세이展’이 열리는 공간이다. 예전 같았으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옆이 온통 전자제품과 게임기, 게임팩이었을 이곳이 지금은 은하철도999를 추억하는 곳이다. 마치 폐허 위에 쌓아놓은 간이천막 같기도 하고 나름 은하철도999와 콘셉트가 맞아떨어진다. 아카이브 섹션, 오마주 섹션, 체험 섹션으로 구분해 이야기를 배치하고 공간을 나눴다. 옛 기억을 끄집어내고, 현존 작가 10팀이 은하철도를 재해석했다. 작품 안에서 꿈꿨던 기계인간 세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게 꾸며놓았다. 전시장 중앙에는 모니터에 담긴 기계 백작(은하철도999, 1회에서 철이 어머니를 죽인 무리의 우두머리) 얼굴이 180도로 돌며 관객에게 위압감을 주며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80 노구에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마츠모토 레이지.(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80 노구에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마츠모토 레이지.(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80대 거장이 쌓아놓은 시간여행

관람은 ‘은하철도999’의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마츠모토 레이지 80주년 특별전’의 의미도 담긴 전시인 만큼 작가를 제대로 알고 작품을 감상하면 좋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아카이브룸’에서는 64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한 작가의 이력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레이지버스’라는 관계도로 정리했다. 은하철도999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른 작품 속 주인공으로도 나오는데 이들 스토리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등을 간단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놓았다.

마츠모토 레이지에 대해 간략하게 알고 난 뒤 ‘보딩 트레인’이라는 장소로 이동한다. 우리나라에서 은하철도999가 방영됐던 시기인 1980년대 초반 각 가정의 안방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앉은뱅이 자개 화장대 옆 작은 텔레비전에서는 은하철도999가 상영된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앉아 만화를 보던 옛 시절을 회상하는 공간이다. 실제로 구들장 위에 앉거나 누워서 TV를 보다 일어나는 관람객도 있다고. 이외 ‘캐릭터룸’, ‘만화룸’, ‘작가의 작업실’ 등에서 마츠모토 레이지 작품과 관련한 피규어, 만화, 도서, 음반, 게임 등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다. 메텔과 철이의 옷을 입어 보는 것은 물론, 과거에 그림을 낱장으로 그려 애니메이션 만화 작업했던 것처럼 그림을 그리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라면을 좋아하는 철이를 잠시 느껴보라는 의미에서 자판기 라면도 구비해놓았다. 자판기에 돈을 넣고 기다리면 실제로 라면이 끓여져 나온다. 유료 VR 체험도 경험해볼 만하다. 은하철도999에 탑승해 메텔과 철이와 함께 기계인간과 결투를 벌이는 일화에 직접 들어가 체험할 수도 있다.

▲셀화 작업 체험장.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셀화 작업 체험장. (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조 사장 애장품이 뭘까요?

관람을 하다 보면 종종 피규어를 비롯한 전시품에 ‘조 사장 애장품’이라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나진상가 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실제 ‘조 사장’이라는 사람이 개인 소장품을 전시회를 위해 내놓았다. 전시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던 조 사장과 전시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은하철도999’의 엄청난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시 동안 무상으로 일반에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 용산은 비밀리에 다양한 일본의 콘텐츠가 유통되던 곳이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사업을 했던 사람이라면 관련 자료 수집이 남들보다 쉬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옛 물건 수집에 일가견이 있었던 개인이 멋진 전시에 동참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미래에서 추억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하고 싶다면 용산 나진상가로 향해 보시라.

전시 안내

기간 2018년 10월 30일까지

장소 용산 나진상가 12-13동(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2-8)

대중교통 용산역 3번 출구

▲1980년대와 1990년대 흥행했던 공간과 콘텐츠와의 만남빈 상점을 활용해 이번 전시를 이끌어냈다. 대림미술관 출신 디자이너, 큐레이터, 상품기획자 등 6명이 의기투합했다. 기획은 ‘무브먼트 서울’이 했다. 1980년대 은하철도999에 대한 향수를 가진 세대로서 어린 시절 추억 소환에 힘을 기울였다. 예술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적 없던 나진상가번영회를 설득해 장소 확보를 했다.(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1980년대와 1990년대 흥행했던 공간과 콘텐츠와의 만남빈 상점을 활용해 이번 전시를 이끌어냈다. 대림미술관 출신 디자이너, 큐레이터, 상품기획자 등 6명이 의기투합했다. 기획은 ‘무브먼트 서울’이 했다. 1980년대 은하철도999에 대한 향수를 가진 세대로서 어린 시절 추억 소환에 힘을 기울였다. 예술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적 없던 나진상가번영회를 설득해 장소 확보를 했다.(사진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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