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모가 부여해준 특권

기사입력 2019-03-04 08:31 기사수정 2019-03-04 08:31

[동년기자 페이지] 동년기자들의 패션 단상

▲베레모를 쓴 황영태 동년기자(황영태 동년기자)
▲베레모를 쓴 황영태 동년기자(황영태 동년기자)

베레모(Beret帽)는 챙이 없고 둥글며 펠트로 만든 모자다. 원래는 프랑스와 스페인 접경지대에 사는 바스크족의 전통 모자였는데 세계 각국 군인들의 제식 모자가 되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던 어느 가을날, 베레모를 쓰고 사진 촬영을 하러 나갔다. 공원 벤치에 친구도 없이 쓸쓸히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사전 동의 없이 서너 컷을 찍는데 누군가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속으로 ‘아! 동의 없이 찍으니 한마디하려나보다’ 했다. 그리고 방금 찍은 사진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설명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는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카메라 모니터를 들여다보고는 뜻밖의 질문을 했다.

“예술 하시는 분인가봐요?”

난생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나는 당황스러워 “아~ 네” 하고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럼 그렇지. 내 눈은 정확해. 베레모가 잘 어울려 예술가인 줄 한눈에 알아봤지.”

낯선 사람의 말 한마디에 나는 졸지에 예술가가 되었다. 아니 베레모 예술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힘이 넘쳐났다. 그 후 어디를 가든 붉은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든 뒤 마지막으로 베레모를 꼭 쓴다. 베레모는 나를 예술가 위치에 올려놓고 예술가의 신분은 내 사진 촬영 활동에 적지 않은 면책특권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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