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댄스가수에서 액션배우까지… ‘비’ 괴롭힌 이 질환은?
- 2002년에 데뷔해 23년째 연예계 정상급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가수 비(정지훈)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시즌 비시즌’에서 "경추(목뼈) 5번 6번에 (디스크가) 있다"며 목 건강이 좋지 않다고 고백했다. 이어 “왼쪽 무릎은 연골이 없어서 '뚝뚝' 소리가 난다”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비와 같이 격한 액션 연기와 춤을 병행하는 연예인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피하기 어렵다. 목디스크는 경추 뼈와 뼈 사이의 디스크가 탈출하거나 파열돼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장기간 좋지 않은 자세도 원인이지만 교통사고나 낙상처럼 외부 충격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무릎에 강한 부하가 걸리는 행위를 반복할 시에는 무릎 연골 조직이 손상된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는 동작을 지속하면 무릎 연골뿐만 아니라 관절 주변 뼈, 인대, 힘줄 등에 이차적 손상도 피할 수 없다. 무릎이 자주 붓고 시린 증상이 특징이며, 심각할 경우 만성 관절염을 초래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목디스크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과 약침 치료를 포함한 한의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한의사가 직접 손으로 뼈와 근육, 인대를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으로 비뚤어진 경추와 주변 근육을 바로잡는다. 목 결림 해소에 효과적인 완골혈, 풍지혈, 견정혈 등에 침 치료를 실시해 목과 어깨 주변 근육을 이완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특히 무릎 치료에 약침이 효과적인 한의치료이다. 무릎 주요 혈자리에 한약재 유효성분을 정제한 약침을 놓아 염증을 해소해 무릎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 실제 약침의 염증 감소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연구팀은 골관절염을 유발시킨 쥐를 대상으로 신바로약침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바로약침 투여군이 비투여군에 비해 관절 내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E2’ 생성을 60.59%나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연 대전자생한방병원장은 “목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평소 목과 어깨 스트레칭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등 좌식 생활을 자제하고 평지 걷기, 가벼운 근력운동으로 무릎 주변 근육을 키우면 무릎 연골이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푹신한 운동화와 보호대 착용도 무릎 부상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 2024-10-02 14:33
-
- “혈관 막으며 건강을 위협”…‘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 당뇨병, 고혈압과 함께 3대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고지혈증. 혈액 속에 지방이 과도하게 존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상지질혈증이 정확한 용어다. 심뇌혈관 질환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전까지 눈에 띄는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으로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라고도 불린다. 고지혈증에 대한 궁금증을 홍준화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고지혈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콜레스테롤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알고 보면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홍준화 교수는 “콜레스테롤은 몸 안의 다양한 호르몬의 원료이며, 인체가 형성되고 유지되기 위한 필수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고지혈증은 혈액에서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HDL(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총콜레스테롤(HDL+LDL), 그리고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지혈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304만 명이 넘는다. 4년 전인 2019년(219만 명)보다 무려 38.4%가 늘었다. 환자는 50~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여성은 50대 이상에서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데, 이는 폐경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폐경 이후에는 혈중 지질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부족해 콜레스테롤이 상승하며, 관련 혈관 질환 역시 증가한다. Q.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A. 주로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이 과다한 경우 혈관 질환을 유발합니다. 동시에 우리 몸에서는 과다한 콜레스테롤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HDL 콜레스테롤이 바로 그 역할을 하죠. 때문에 혈중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상태는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는 근거도 부족합니다. 너무 높을 때는 신장으로 배출되지 못한 HDL이 남아 있거나, HDL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Q. 고지혈증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고지혈증으로 혈관벽에 기름기가 쌓이면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이 제한되는 동맥경화증을 일으킵니다. 당시에는 증세가 전혀 없지만, 심혈관이 막히는 합병증이 발병하면 증세가 나타납니다.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으로 몸이 마비되고, 심장 혈관이 막히면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이처럼 합병증이 첫 증상이면서 사망률이 높아 고지혈증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세면대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세면대의 물이 잘 빠지지 않을 때는 체감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막히면 그제야 머리카락이나 노폐물을 빼내는 청소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청소할 수 없고 악화될 뿐입니다.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검진을 통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춰야 합니다. Q. 고지혈증과 당뇨병 동반 발병 환자가 많은 까닭을 알고 싶습니다. A. 대표적인 원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혈당을 몸속에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때 인슐린이 작용하는데, 저항성이 커지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러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기능이 더욱 약화돼 당뇨병이 진행됩니다. 또한 혈액 속에 증가한 인슐린은 남은 에너지원을 지방으로 축적하면서 고지혈증 발생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탄수화물 식사, 운동 부족, 과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당뇨병과 고지혈증 모두 악화됩니다. 특히 연령이 증가할수록 두 질환 모두 발병률이 높아집니다. 폐경 이후 여성은 혈관 질환 발병이 증가해 당뇨병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Q. 고지혈증 발병 사실을 알 수 있는 검진 방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혈중 콜레스테롤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국가 검진에서는 4년에 한 번 검사를 시행하는데 체중이 급변하거나, 다른 질병을 진단받았거나, 폐경이 도래하면 4년 이내라도 추가적인 혈중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검사 후 이상 소견이 있다면 관련한 혈관 합병증 동반 여부도 검사해야 합니다. Q. 고지혈증 약은 부작용이 심하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인가요? A. 운동, 식사 요법 등이 중요한 치료 방법이긴 하지만 대략 3~5%의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보입니다. 약물은 대체로 30~50%의 감소 효과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약물 30%, 운동 3%, 체중감량 3%, 총 36% 감소시키는 치료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표적인 콜레스테롤 조절 약물인 스타틴은 부작용이 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90% 이상 환자가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저용량 스타틴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합 치료법이 대두되면서 과거 고용량 스타틴을 사용할 때보다 부작용 빈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주치의와 상의 후에 결정하면 되겠습니다. Q. 비만인 사람이 위험도가 높은데, 어떤 식습관을 가져야 할까요? A.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적정량을 잘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식빵 3조각은 밥 한 공기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식사 후 빵을 간식으로 먹는 식습관은 비만과 고지혈증, 당뇨병 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됩니다. 또한 하루 커피 2~3잔은 고지혈증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경우 탈수를 유발해 칼슘 소실을 조장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럽이나 크림을 추가해 마시거나 비스킷, 케이크 등을 같이 먹는 경우가 고지혈증 유발에 크게 기여합니다. [도움말 홍준화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2024-09-30 08:19
-
- 무릎관절염 완화를 위한 스트레칭 방법은?
- 60대 이상 시니어들에게 여름은 썩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비가 자주 오는 시기에 무릎관절 통증이 악화돼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기예보를 보지 않고도 “오늘 비가 오겠구나”라며 자신의 무릎 통증에 따라 날씨를 예측하는 어르신들도 있을 정도다. 비와 무릎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비 내리는 날에는 상대적으로 외부 기압이 낮아져 무릎관절 내부의 압력이 높아진다. 이는 관절 내 활액막에 분포한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서 염증과 통증 발생 위험을 키운다. 게다가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기의 찬바람에 무릎이 노출되면 관절 주변의 연부 조직이 경직되고 혈액순환이 저하돼 무릎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60대 이상 시니어들은 ‘무릎관절염’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연골은 관절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뼈와 뼈 사이로 들어오는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데, 고령일수록 퇴행성 변화로 인해 무릎 주변의 인대와 근육이 약해지고 연골이 닳아 무릎관절염의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무릎관절염 환자는 163만 8152명으로 전체 환자(203만 9298명)의 약 80%에 달한다. 무릎관절염 초기에는 무릎을 움직일 때 뼈가 어긋나는 느낌과 함께 관절에서 소리가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무릎에 체중이 실릴 때마다 통증이 심해지며, 많이 활동한 날에는 열감과 부기, 뻣뻣함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심각한 경우에는 잠을 잘 때도 통증이 느껴져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흔히 ‘무릎이 시큰하다’는 통증이 무릎관절염의 주요 증상이다. 활동량이 많은 여름에는 주로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양반다리로 앉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 관절염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조속히 전문의에게 진료받기를 권한다. 초기에 치료하면 중기나 말기로 이어지지 않고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한의학에서는 무릎관절염에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포함하는 한의 통합 치료를 실시한다. 침 치료를 통해 무릎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줄여 통증을 완화하고, 한약재 유효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은 통증의 원인이 되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모과를 주요 한약재로 하는 숙지양근탕 처방을 병행해 연골 손상 부위의 회복을 촉진한다. 약침의 염증 감소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연구팀은 골관절염을 유발시킨 쥐를 대상으로 신바로약침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바로약침 투여군이 비투여군에 비해 관절 내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E2’ 생성이 60.59%나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뼈를 구성하는 요소인 소주골의 부피도 40%나 늘어났다. 해당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중의학’(Chinese Medicine)에 게재됐다. 무릎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등 좌식 생활을 자제하고 평지 걷기, 가벼운 근력운동으로 무릎 주변 근육을 키우면 무릎 연골이 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푹신한 운동화와 무릎 보호대 착용도 예방에 효과적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60대 이상 시니어들의 사회 활동량이 이전보다 대폭 증가했다. 지식과 부를 축적하고 사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노년층을 일컫는 ‘욜드족’(Young + Old)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건강한 욜드족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면 무릎 건강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 2024-09-25 10:28
-
- 맨발 걷기, 중장년 사이 ‘광풍’… 정말 ‘만병통치약’일까?
- 요즘 야트막한 산이나 공원, 운동장 주변에 가보면 주인 잃은(?) 신발이 종종 눈에 띈다. 여러 켤레가 벤치 아래 줄지어 놓여 있거나 나무에 열린 열매처럼 대롱대롱 걸려 있다. 누군가는 눈이 휘둥그레질지 모르지만, 맨발 걷기에 푹 빠진 사람들에겐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이들은 왜 ‘맨발의 청춘’을 자처했을까?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걸까? 맨발 걷기는 단순히 걷기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땅과 직접 접촉하는 과정에서 오는 효과를 기대한다. 주로 걷는 곳은 도시공원의 숲길이나 해변 모래사장, 완만한 산책로다. 방송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 혈액순환, 치매 예방 등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지며 주목받고 있다. 맨발 걷기를 시작하고 나서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증언도 적지 않다. 딱히 무엇을 살 필요도 없고, 인근 강가나 공원에서 가능하다. 그러니 ‘밑져도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입문할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앞다퉈 맨발 산책길을 조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맨발 걷기 효능을 지지하는 논리가 유사과학이라거나,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과연 뇌 건강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전문가를 통해 알아봤다. 운동은 뇌를 변화시킨다 “운동하세요. 하루 10분이라도 걸으세요.” 살면서 의사에게 한 번쯤 들어본 말일 테다. 이처럼 운동이 노화를 늦추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희진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와 운동이 인지력을 높여주고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2005년 나이 든 생쥐에게 운동을 시키자 학습 능력이 향상됐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뇌를 조사해보니 해마에서 신경 생성이 활발하게 일어났음이 확인됐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성체에서도 신경 생성, 즉 뉴런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내용이 1990년대에 밝혀졌는데, 운동은 이를 더 활발하게 만들어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운동 가운데 걷기는 중장년층, 고령층이 부담 없이 시작하기에 적절하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연구팀은 중년기(40~64세)부터 땀나고 숨 가쁠 만큼 강도 높은 걷기를 일주일에 최소 40분 정도 하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김희진 교수는 특히 고령자의 경우 처음부터 강도가 너무 센 운동보다 가벼운 산책을 권한다. 신체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1분에 50~100m 속도와 어깨너비 1.5배 정도 보폭으로 하루에 6000~7000보 걷는 게 적당하다고 한다. 수렵·채집 환경과 유사한 맨발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라이크렌과 뇌과학자 진 알렉산더는 운동과 뇌 건강의 관계를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적응능력 모형’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진화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농업이 시작되기 전 고대 인류의 생활양식이던 수렵·채집 활동과 비슷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몸과 뇌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수렵·채집과 유사한 활동으로 맨발 걷기를 꼽았다. 더불어 우리 뇌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의 능력은 극대화하고, 그 반대라면 퇴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발은 뇌에서 가장 먼 신경이기 때문에 ‘살아 있음’을 알려야 하는데, 맨발 걷기가 꽤 괜찮은 방법이다. 맨발로 땅을 딛으며 적당한 자극을 부여해 신경과 혈관에 생존 신호를 보내고, 뇌로 다시 혈류를 전달하는 원리다. 물론 무턱대고 시작해서는 안 된다. 발에 상처가 있거나 근골격계가 안정적이지 않다면 맨발 걷기를 피해야 한다. 치매가 일정 수준 진행된 환자는 균형감각과 이동성이 저하돼 낙상 위험이 높다. 또 과하게 걸으면 근육 손실 우려가 있다. 대개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 흡수율이 떨어져 근육이 잘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뇌를 사용하며 걷는다면?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머리를 쓰면서 걸어볼 수 있다. 물론 맨발 상태에서는 지형 변화에 대비하고, 넘어지지 않게 받쳐주는 신발이 없어 긴장해야 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뇌를 사용하게 된다. 더 나아가 평행봉 위에 있다고 여기며 균형 잡기에 집중한다거나, 손뼉 치고 노래 부르며 걷는 식으로 진행하면 좋다. 김 교수는 “간혹 활동량이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며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와 아닌 상태일 때 얻을 수 있는 운동 효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에게 맞는 걷기 방식을 찾고, 편안한 마음으로 10분이라도 걷는 게 뇌 건강을 챙기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2024-09-24 08:28
-
- 치매 유발하는 수면장애, “중년도 안심 못해”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문안인사를 드릴 만큼 우리는 예로부터 ‘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9만 8819명으로 110만 명에 달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22년 기준) 그 가운데 60대가 23.0%(25만 829명)로 가장 많았고, 50대 18.9%(20만 7698명), 70대 16.8%(18만 4863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잠 때문에 고통받는 중장년의 뇌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인의 수면이 위험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수면의 질과 양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수면 솔루션 브랜드 레즈메드(Res Me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수면의 양과 질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50%, 55%로 각각 답변했다. 미국·일본·중국·인도 등 12개국 평균 답변은 각각 35%, 37%로 한국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답변은 59%로 12개국 응답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반대로 ‘상쾌하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수면의 질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가중된 스트레스와 걱정’(60%), ‘잦은 전자기기 및 화면 사용’(41%), ‘불안과 우울감’(29%) 등이 꼽혔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60대 수면장애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60대는 하던 일에서 은퇴하고 여러 신체질환이 생기는 등 일상의 변화로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시기”라며 “생리적 변화와 스트레스가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뇌 건강에 영향 미치는 수면장애 수면장애는 잠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잠자는 동안, 그리고 주간 생활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의미한다. 수면장애의 종류로는 대표적인 불면증과 함께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우울·불안·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삶의 질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신체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다양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수면장애는 심뇌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끼쳐 치매를 유발한다. 치매란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한다. 가장 흔한 유형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전체 치매 사례의 약 70%에 이른다. 뇌경색·뇌출혈 등의 혈액순환 장애가 원인이 되는 혈관성 치매는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질환을 말한다. 초기부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감퇴이며, 병이 진행되면서 추상적 사고, 문제 해결, 적절한 결정 및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저하된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는 “우리가 아주 깊은 잠을 자는 서파수면 상태일 때 뇌를 청소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때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독성물질이 제거되는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수면장애가 있으면 잠에서 자꾸 깨기 때문에 단백질이 몸에 축적되고,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해 결국 치매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장애 가운데에서도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특히 치매 발병률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이란 수면 중 상기도(코, 입, 목)의 일부나 전체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고 이에 따라 공기 흐름이 감소하거나 멈추면서 호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은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심뇌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므로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 또한 높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 단계에서 꿈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심한 잠꼬대를 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50대 이상 남성에게서 우세하게 나타난다. 자면서 말하기, 웃기, 노래하기, 발로 차기 등 다양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박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뇌줄기라고도 하는 뇌간에 퇴행성 변화가 오고, 나중에는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숙면해야 할까? 숙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한편,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슬립테크(Sleeptech)가 주목받고 있다. 수면과 기술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장비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슬립테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수면 분석은 사용자의 수면을 다양한 센서를 기반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스마트 워치나 웨어러블 기기가 해당한다. 수면 유도는 빛, 사운드, 온도 등을 통해 잠잘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수면질환 관리는 수면 관련 질환을 개선·치료하는 서비스로 교정기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은 2019년 110억 달러(약 13조 9200억 원)에서 2026년 321억 달러(약 40조 62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는 2017년부터 슬립테크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역시 슬립테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AI수면 분석 플랫폼 기업 에이슬립과 협력, 올 하반기 수면 측정 기술을 탑재한 갤럭시 탭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열대야 꿀잠온도’라는 에어컨 전용 앱을 출시했고, SK텔레콤은 AI 비서 ‘에이닷’ 앱을 통해 수면 패턴을 수집·분석한다. 이렇게 수면을 돕는 기술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컨트롤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기형 교수는 “스트레스가 많으면 수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악순환이 된다. 너무 자려고 노력하면 잠이 더 오지 않는 법이다. 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라면서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자고, 식사하고, 운동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삶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기상 시간이라도 일정한 것이 좋고, 햇빛은 꼭 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커피와 술, 수면제 섭취는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잠이 안 온다는 중장년들이 가끔 있다. 잠을 못 자면 인지기능도 떨어지고 멍해지니까 치매가 아니냐고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알코올은 잠을 유도하는 것은 맞지만, 유지시키지 못한다. 잠을 길게 잘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은 뇌 손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수면제에 대해서는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연관 없다는 결과보다 많다. 특히 벤조디아제핀 계통은 치매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를 요한다. 수면제는 한 달 이내로 짧게 먹기를 권장하며 장기 복용은 옳지 않다”고 주의를 남겼다. ◇에스옴니 유재성 대표 “잠은 만병통치약? 수면 코치 필요” “드디어 불면증과 작별했어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모이는 유튜브 채널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 숙면 여행자 가운데 유명 연예인들도 있으며, 구독자가 74만 명을 돌파했다. 채널을 운영하는 슬립테크 스타트업은 ‘에스옴니’로, 유재성 대표(브레이너 제이)는 ‘국내 1호 수면 코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의생명과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원에서 수면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 국제 공인 수면 코치 자격을 보유했다. “다이어트할 때 트레이너 선생님이 계시듯이 수면도 코치가 필요해요. 살이 찌는 이유는 식습관, 스트레스 등 다양하죠. 잠도 똑같아요. 수면 환경, 스마트폰,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잠을 못 자게 만들죠. 그렇기 때문에 1:1 케어로 원인을 찾고 수면을 방해하는 문제들을 없애주는 수면 위생 교정이 필요합니다.” ‘브레이너 제이의 숙면 여행’은 명상, 수면 사운드, 동조화 사운드 등을 통해 숙면과 마음 건강을 가이드해준다. 콘텐츠는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며, 전문가의 자문도 받는다. 분당차병원에서는 불면증 및 이명증을 가진 환자들에게 에스옴니의 수면 콘텐츠를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에스옴니는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국제성모병원 수면의학연구소 등과 함께 수면 건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매년 구독자를 대상으로 잠 못 자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합니다. 항상 1위는 심리적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잠을 청하면,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져버려요. 특히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심장이 뛰고, 체온이 올라가고, 호흡도 가빠지고, 걱정과 불안이 가중되죠. 2위는 생활 습관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러다 보면, 어떤 뉴스 정보나 SNS로 지인들 소식을 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또 받기도 합니다. 결국 스트레스와 또 연결이 되네요.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멘털을 키워야 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반응을 가장 빠르게 안정시키는 방법 중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명상이 있습니다. 명상은 현재의 순간에 몰입을 하는 마음 챙김이나 편안한 상상과 함께 심신을 이완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해외에서는 의학의 영역으로 보기도 하죠. 음악 감상, 반려견과의 산책 모두 명상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일상 속에서 명상을 해보라고 말하는 겁니다.” 에스옴니는 다양한 창구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4월부터는 SK브로드밴드와 MOU를 맺고, Btv의 시니어 고객을 위한 전용관인 ‘해피시니어’에 수면 건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유 대표는 “수면장애로 인한 노인성 질환 환자가 너무 많아졌다. 어르신 대부분이 TV를 보면서 잠든다고 하는데, 우리의 콘텐츠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토털 수면 솔루션 앱 ‘솜니아’를 정식 출시했다. AI 수면 코치가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시니어에게 ‘숙면’은 매우 필요하지만, 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유재성 대표는 이를 매우 안타까워하며 “잠을 잘 자면 살도 빠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치매 같은 뇌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숙면이 돈 없이도 누릴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중장년분들이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 꿀팁을 드리자면, 첫 번째 낮잠을 자지 않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로 햇빛을 많이 쬐어주세요. 산책은 밤이 아닌 낮에 하는 게 좋고, 운동량을 늘려보세요. 세 번째는 자기 1시간 전에는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자다가 도중에 깨서 화장실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5분이나 10분이라도 매일 꾸준하게 명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매일 밤 숙면으로 행복을 가꾸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 2024-09-19 08:42
-
- 뇌 영양제 먹으면 정말 기억력 좋아질까?
- “암보다 더 무서운 게 뭔 줄 알아요? 치매예요.” 고령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치매 발병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가운데 치매치료제나 인지·기억 관련 영양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인이 뇌 영양제를 먹는다며 ‘나도 처방해달라’고 병원을 방문하는 고령자가 늘었단다. 2020년 8월 보건복지부는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를 사용하면 약값 부담률을 30%에서 80%로 올린다는 내용의 관련 법령 일부 개정 고시를 발령했다. 치매 환자가 아님에도 뇌 영양제라고 불리는 콜린 제제를 처방받겠다면 본인부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제약사들이 집행 정지를 청구해 아직 급여 축소가 시행되지는 않았고, 그 사이 2023년 콜린 제제 처방 시장 규모는 6226억 원으로 2019년 대비 55.2% 늘었다. 콜린 제제는 뇌 허혈성 병변을 지닌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을 높이는 보조 약물 역할을 하며, 치매 초기거나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환자에게 일부 제한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평생 젊은 뇌’ 저자 손유리 서울정형외과신경과의원 원장은 “치매 환자가 치료제와 함께 콜린 제제를 복용했을 때 인지기능 개선을 보였다는 연구가 있어 치매약 복용 시 함께 처방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상인에게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즉 치매 환자가 아닌 사람이 먹었을 때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콜린 제제는 과도하게 섭취하면 화학물질의 농도 상승으로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받아 복용해야 하며, 주변 사람들이 추천했다는 이유로 무작정 처방받아 복용한다면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은행잎·홍삼·포스파티딜세린 효과는? 실제로는 효과가 없음에도 치매에 대한 불안 때문에 뇌 영양제를 처방해달라고 할 만큼, 기억력·인지력을 높이고자 영양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뇌 영양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의 뇌 건강보조제 시장 보고서’(2024년)에 따르면 글로벌 뇌 건강보조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2조 87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전년 대비 11.8% 증가해 약 14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뇌 영양제는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어디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으로 나뉜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뇌 영양제의 주성분은 은행엽건조엑스다. 은행나무 잎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한 것으로,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고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항산화 작용을 나타낸다고 한다. 건기식 성분으로는 홍삼, 은행잎 추출물, 오메가-3와 포스파티딜세린이 알려져 있다. 홍삼, 은행잎 추출물, 오메가-3는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고시 원료이며, 포스파티딜세린은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기능성 원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의약품이나 건기식의 효능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김영보 가천대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건기식은 효능이 제한적인데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그러면서 “은행잎 제제는 성분에 항혈소판 기능 저하제인 아스피린과 같은 성분이 있어 혈류 개선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뇌 건강 보조제로 홍보되지만, 기존에 항혈소판 기능 저하제나 아스피린 계열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피부에 멍이 자주 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뇌 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먹기보다 음식 섭취에 더 신경 쓰기를 권고한다. 비타민 B군에 속하는 콜린은 생선, 달걀, 적색육 등의 식사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영양성분이다. 최근 뇌 영양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스파티딜세린 역시 콩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으로 콩이나 두부 등으로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손유리 원장은 “뇌를 보호하는 여러 가지 영양소가 있지만, 이것을 영양제로 보충한다고 해서 뇌의 질환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뇌 건강에는 영양 섭취와 식습관 개선이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히려 음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섭취하는 영양소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등푸른생선, 블루베리, 견과류 세 가지를 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꼽았다.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식이요법으로는 ‘마인드(MIND) 식단’이 있다.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에 효과적인 대쉬(DASH) 식단의 장점을 결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신경퇴행성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곡물, 채소, 베리류, 견과류, 올리브유, 가금류, 콩류 등을 주로 먹으며 생선과 육류는 적당히 섭취하는 식단이다. 이처럼 뇌 건강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더욱 중요한 만큼, 뇌 영양제에 의지하기보다 잘 먹고 잘 자고 움직이는 생활 습관을 들여 오랫동안 건강한 뇌를 유지해보자.
- 2024-09-17 16:31
-
- 노화 거스르는 ‘슈퍼에이저’의 뇌, “무엇이 다를까?”
- 슈퍼에이저(Super Agers).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40대와 같은 인지기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뇌의 기능이 퇴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신체 기능도 뛰어나고 사회활동도 왕성하게 하는 사람이다. 슈퍼에이저는 타고나는 걸까? ‘80에도 뇌가 늙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의 저자 니시 다케유키는 슈퍼에이저를 ‘뇌와 몸이 늙지 않은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 중에서도 100세 이상 사는 사람을 ‘백세인’이라고 하는데, 2021년 일본의 백세인은 8만 6510명에 달했다고 한다. 슈퍼에이저는 끊임없이 배우고, 호기심이 왕성하며, 양질의 인간관계를 맺고, 스스로 제약을 두지 않으며,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고 니시 다케유키는 분석했다. 장수 유전자를 갖고 있어 나이보다 젊게 오래 산다기보다는 이들의 생활 습관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뇌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뇌 노화 주의보 슈퍼에이저와 같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뇌 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대한신경과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기는 ‘뇌’(85%)이며, 뇌졸중·치매와 같은 뇌질환이 가장 걱정된다(63.5%)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신체적 노화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해도, 뇌에 문제가 생겨 자아가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일 테다. 뇌질환은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뇌혈관질환(뇌졸중, 뇌출혈 등)이나 뇌종양, 정신질환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퇴행성 뇌질환이다. 알츠하이머, 파킨슨, 루게릭 등으로 통상 치매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뇌 노화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고령화로 이전보다 오래 살게 되면서 온전한 나로서 노년기를 건강하게 보내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눈·심장 등 모든 신체기관과 뇌의 세포가 노화를 겪는다. 줄기세포와 함께 세포 간 연결 능력이 떨어지며,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유발되는 염증 등이 퇴행성 뇌질환에도 영향을 준다.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신체 활동 저하는 노년기 뇌세포 퇴행의 주된 원인이다. 물론 뇌가 노화됐다고 해서 기능이 바로 저하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이야기나 질문을 반복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나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면 뇌의 노화를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에는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치매는 아닌 ‘브레인포그’, ‘팝콘브레인’ 등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머리에 마치 안개가 낀 것과 같다는 의미의 브레인포그는 질병은 아니지만 집중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이유 없는 만성 피로가 몰려 우울하고 멍한 상태를 말한다. 팝콘브레인은 최근 유행하는 짧은 영상인 숏폼 등을 자주 보는 등 디지털 기기의 강력하고 빠른 자극에 익숙해져, 현실의 약한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기력이나 우울증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기에 가장 흔한 정신질환은 우울증이다. 은퇴하거나 사별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노년기에 발생하는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 데다 각종 신체질환에 노출되면서 우울 증상이 많이 동반된다. 또한 노화에 따른 뇌의 신경학적인 변화도 우울, 불안, 강박 같은 정신 증상 확률을 높인다.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은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90세에도 자라는 뇌신경 뇌 노화와 함께 뇌 건강 또한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건강한 성인의 뇌에는 1000억 개에 이르는 신경세포가 있고, 이 세포들이 주변 신경세포와 최대 1만 개에 이르는 연결부가 있어 시냅스만 해도 1000조 개에 달한다. 뇌가 노화한다는 것은 이렇게 많은 뇌세포들의 연결망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성인이 되면 뇌신경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1970년대 스웨덴 학자들에 의해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해마 등에서 새로운 세포가 생긴다는 연구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70세가 넘어서도, 심지어 90세에도 뇌신경세포가 새롭게 생성된다는, 신경세포도 특정 자극이나 활동을 통해 근육처럼 변화할 수 있다는 ‘뇌가소성’에 관한 여러 연구가 이어졌다. 특히 해마는 경우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길을 외우는 게 일상인 택시 기사의 해마가 더 크더라는 영국의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뇌에서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는 경우는 한정적인 상황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뇌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개념은 노년기에도 뇌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면 슈퍼에이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평소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망가진 뇌라도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뇌 건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관’이다. 뇌를 혈관 덩어리라고 볼 만큼 혈류 순환이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운동을 추천하는 이유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이 뇌로 향하는 혈액량을 늘려 전반적인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뇌세포가 살아나고 뇌혈관이 깨끗해져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유산소 운동을 우선적으로 해보자.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크기를 늘리고, 인지기능 저하와 뇌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가 많다. 뇌의 인지기능을 높이고 싶다면 평균대와 같이 균형 잡는 운동을 하거나, 여러 동작을 동시에 하는 협응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여럿이 함께 짝을 지으며 춤을 추는 행위는 최고의 협응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나이 들어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악기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외국어 공부를 해보자. 뇌도 근육처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요리나 취미 생활을 하고, 남에게 맡기기보다 스스로 하고, 잘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 뇌세포의 연결망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끊임없는 사회생활도 필요하다. 타인과의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건강하고 행복하다. 긍정적인 관계는 뇌 건강의 필수 요소다.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유대감이나 친밀감에서 나오는 도파민과 옥시토신 덕분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흡연은 뇌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라고 할 만큼 뇌 건강에 영향을 주며, 술은 아주 소량으로도 뇌세포를 손상시켜 뇌질환 발생률을 높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흡연과 음주를 가장 먼저 멈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뇌혈관을 공격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청력을 보존해야 한다. 귀가 안 들리면 관계가 단절되고 인지기능이 저하되며, 평형 기능 감소로 낙상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청각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되지 않으므로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의 화가 고토 하쓰노는 73세에 문화센터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82세에 현대동화전 신인상을, 96세에 현대동화전 교육부 장관 장려상을 받았다. 113세에 생을 마감한 그녀는 112세에 일본의 전통 카드놀이인 가루타 초단을 취득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고토 하쓰노의 사례처럼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늦은 때란 없다.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 움직이고, 생활하면 된다. 지금부터 뇌를 관리하며 슈퍼에이저처럼 나이보다 젊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도움말 김영보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손유리 서울정형외과신경과의원 원장(‘평생 젊은 뇌’ 저자)
- 2024-09-12 08:21
-
-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 역도 선수 괴롭힌 허리디스크는?
- ‘포스트 장미란’이라 불리는 여자 역도 박혜정 선수가 최근 열렸던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81kg 이상급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4월 자신이 기록한 여자 최중량급 합계(296kg)를 3kg 넘어서는 한국 신기록도 세웠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1개씩 획득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후 12년 만에 ‘여자 역도 최중량급 한국인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새겼다. 그러나 박혜정 선수는 역도 종목 특성상 목·어깨·허리·하체 등 전신을 이용해 300kg가량의 역기를 들어올려야 하기에 항상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2022년에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아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없는 탓에 국가대표 선발전 3차 시기를 포기해야 했지만,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제치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획득했다. 결국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허리디스크는 역도 선수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 중 하나다. 장미란 문체부 차관도 선수 시절인 2007년부터 허리디스크에 시달린 바 있다. 디스크(추간판)란 척추 중심부(수핵)에 질긴 외곽부(섬유륜)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물이다. 허리디스크는 디스크 손상에 따른 염증 반응으로 통증이 발생한다. 디스크가 돌출돼 신경근을 눌러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허리디스크 증상이 심각해지면 하지 마비 혹은 배설 장애를 동반할 수 있으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영구 신경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 침·약침 치료 등을 포함하는 한의 통합 치료를 활용해 허리디스크를 치료한다. 추나요법은 신체 전반을 올바르게 교정하는 수기 요법으로, 틀어진 척추의 정렬을 맞추고 주변 관절의 균형을 되찾아 기능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침 치료는 긴장된 허리를 이완해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약침 치료는 한약재 유효 성분을 주입해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힌다. 만약 허리디스크가 심화돼 움직일 수조차 없다면 응급 침법인 동작 침법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동작 침법은 환자에게 침을 놓은 상태에서 한의사가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동작을 유도하는 침법이다. 경직된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 통증을 빠르게 낮춘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동작 침법을 받은 환자군의 허리 통증 정도가 치료 30분 만에 46%나 감소한 반면, 진통제 주사를 맞은 환자군은 통증 감소율이 8.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김영익 울산자생한방병원장은 “특히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를 깊숙이 넣어 허리를 곧게 세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무릎을 굽혀 앉은 상태에서 물건을 들어야 허리의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 2024-08-26 13:29
-
- 치솟는 파크골프 인기 속 주의해야 할 질환은?
- 파크골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국민 스포츠로 거듭나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크골프장과 동호인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실내 파크골프장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파크골프는 공원(Park)과 골프(Golf)의 합성어로 집 근처 공원에서 접할 수 있는 골프를 뜻한다.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2020년대 들어와 국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파크골프 동호인 수는 4만 5000명이었지만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무려 14만 명에 육박한다. 파크골프는 특히 시니어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우선 뛰어난 접근성이 한몫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달리 인근 공원 등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장소에서 진행된다. 골프를 치기 위해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비용 역시 상당히 저렴하다. 일반 골프는 골프장 코스 사용료인 그린피와 캐디피 등을 포함하면 1인당 평균 2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반면 파크골프는 1회 기준 평균 5000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한다. 간단한 경기 방식 또한 시니어가 파크골프에 매료된 이유 중 하나다.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마찬가지로 홀 컵에 공을 넣으면 되는 스포츠지만, 여러 개의 클럽을 이용하는 일반 골프와 달리 단 하나의 채로 모든 걸 해결한다. 또한 파크골프공은 일반 골프공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무겁고 지름은 2cm 길어 시니어도 손쉽게 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파크골프와 부상은 연관이 적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파크골프도 신체의 관절을 사용하는 엄연한 스포츠다. 이 사실을 간과하고 적합한 준비운동을 하지 않은 채 파크골프장에 들어서면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대개 더위가 찾아오기 전 아침 시간대에 경기가 치러진다는 특성상 충분히 이완되지 않은 근육이 갑작스럽게 사용될 경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반 골프뿐만 아니라 파크골프에서도 ‘골프엘보’는 주의해야 할 질환으로 꼽힌다. 골프엘보(내측상과염)는 팔꿈치 안쪽 관절에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과도한 운동 혹은 잘못된 자세 탓에 손이나 손목, 팔에 부하가 생기고, 팔꿈치 주변 힘줄에 미세 파열이 생겨 발생한다. 과하게 힘을 주며 스윙하다 채와 바닥이 부딪히는 ‘뒤땅’도 골프엘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시니어의 경우 뼈·근육 등 근골격이 약화되고 근력과 골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골프엘보에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골프엘보에 시달리는 시니어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엘보 환자는 20만 7252명으로 2021년 대비 1만 명 이상 늘었다. 그중 파크골프를 주로 즐기는 6070세대 환자도 10% 이상 증가한 6만 7823명이었다. 경기 후 팔꿈치가 욱신욱신 아플 경우 골프엘보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심하지 않은 골프엘보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호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리한 활동을 지속해 팔꿈치에 계속 압박이 가해진다면 만성 팔꿈치 통증이나 퇴행성 관절염으로 직결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물건을 옮기거나 수저를 들기도 힘들 만큼의 통증이 일상을 위협한다. 증상이 이어질 경우 속히 병원을 찾아 꾸준한 관리와 치료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한의학에서는 골프엘보에 대해 침·약침 치료와 추나요법을 주로 활용한다. 침 치료는 긴장한 팔꿈치 주변 인대와 근육을 풀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인체에 무해한 순수 한약재 성분을 담아낸 약침 치료는 염증을 신속히 가라앉히고 인대·신경 등 연부조직 강화를 촉진한다. 증상에 따라 추나요법도 실시한다. 추나요법은 팔꿈치 관절과 어깨·손목 등 팔 전체의 틀어진 부분을 교정해 기능 회복을 돕는다. 한약도 도움이 된다. 체질과 증상에 맞게 처방하는 한약은 탁한 피를 의미하는 어혈을 없애고 부종을 가라앉힐 뿐 아니라, 약해진 근골격을 전반적으로 강화해 재발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파크골프는 타 스포츠에 비해 활동량이 적은 편이기에 파크골프를 처음 접하는 시니어들은 부상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크골프도 장시간 한쪽 근육과 관절을 활용하는 편측 운동이므로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치료와 더불어 충분한 휴식은 필수며, 운동 전후 스트레칭을 일상화해 부상 위험을 줄여보자.
- 2024-07-17 08:55
-
- [카드뉴스] 밤마다 붓고 아픈다리 ‘이것’ 일 수 있다
- 밤마다 다리가 붓고 아프다? 쥐가 나서 잠을 설친다? 발과 종아리가 터질듯하다? 이때는 하지정맥류를 의심해야 한다. 다리 정맥의 판막 기능 이상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 질환인 하지정맥류는 중장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나이, 성별 가리지 않고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있으면 꼭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 하지정맥류의 초기 증상은 무엇인가요? 다리 혈관이 꼬불꼬불하게 튀어나온 증상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외에 다리가 붓는 부종, 다리의 심한 피로감, 야간에 쥐가 나는 증상 등이 있습니다. 심하면 다리 피부색이 변하거나 궤양이 생기기도 합니다. 피곤할 때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발병을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요? 가족력, 비만, 운동 부족, 흡연,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합니다. 보통 40대 이상,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합니다. 여성은 임신 중 호르몬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하나요?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 요법 등 보존 치료로 호전될 수 있습니다. 병이 진행된 상황이라면 수술 또는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비용은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실손의료보험(실비)이 적용됩니다. 단, 미용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임을 입증하는 의사 소견서가 꼭 필요합니다. 족욕이나 반신욕이 역효과라는데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환자는 정맥 혈류가 심장 방향이 아니라 발쪽으로 역류하는 상태입니다. 이때 혈관 확장은 역류를 더욱 조장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하지정맥류 환자가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평소에 갖고 있던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등산이 하지정맥류에 도움이 되나요? 하지정맥류 환자는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걷기와 달리기는 대표적으로 하지정맥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등산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병한 뒤에 하면 혈류의 역류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운동을 통해 질환을 치료하거나 증상 호전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정맥류 자가 진단 리스트 □ 야간 수면 시 다리에 쥐가 나서 깨는 경우가 있다. □ 일과 후 종아리나 발이 터질 듯하다. 아침에는 증상이 좋아진다. □ 일과 후 다리가 무겁고 뻐근한 통증이 있다. 아침에는 증상이 좋아진다. □ 다리에 거미줄처럼 푸른색의 가느다란 실핏줄이 보인다. □ 발바닥이 뜨겁고 발이 화끈거린다. ※ 위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할 때는 검사받기를 권합니다. “하지정맥류는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운동으로 증상 호전을 기대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에디터 조형애 취재 손효정 도움말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디자인 이은숙
- 2024-04-24 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