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 선글라스로 반쯤 가린 무표정한 얼굴, 근육질의 몸. 경호원 하면 떠오르는 클리셰다. 게다가 이 세계는 한동안 ‘금녀(禁女)의 영역’이었다. 꽤나 케케묵은 이 통념을 깨트린 이가 있다. 2002년 국내 보안 업체에 ‘첫’ 여성 경호원으로 입사해 톰 크루즈, 빌 게이츠, 히딩크, 고르바초프, 박세리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경호 업무를 수행해온 이용주(李庸朱·39) ADT캡스 경호팀장. 화려한 경력에 놀라고 단아한 외모에 또 한 번 놀라면서 28세의 나이에 팀 수장이 되어 맹활약해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깊고, 넓고, 짙고, 푸른 강 같은 느낌이었다. 휘몰아침 없이 잔잔해 보이지만 물속 안은 빠르게 흐르기도 하고 느린 속도로 쉬기도 하다 소용돌이를 만들어 새롭게 정리한다. 그리고 또다시 흐르는 강물 말이다. 인생을 두고 큰 그림 그릴 생각은 없었을 게다. 그저 걷다 보니 길이 만들어졌고 어딘 가에 서 있었다. 인생 속에서 받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하고 호응하며 살아온 방송인이자 역사학자 정재환(丁在奐·58)을 만났다. 장소 제공 숲숨 훤칠한 키에 중절모를 쓴 신사가 대나무 길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언제부턴가 교수님 소리
'미술관 자작나무숲' 원종호 관장 인터뷰 “요즘 정원들을 보면 다 똑같아요. 그리고 너무 철저히 관리되어 빈틈이 없어요. 그게 너무 소름 돋아요. 그런 정원들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곧 지루함을 느끼죠.” 자연은 스스로 ‘자(自)’와 그럴 ‘연(然)’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그 단어에 맞게끔 자연은 스스로 그리 되는 것이다. 사람은 그저 보조 역할만 해야 하는 법. 그러나 사람이 주가 되고 자연이 억지로 끼어들면 식상해진다. 원종호 관장은 작년에 독일에 있는 인젤 홈브로이히(Insel Hombr oich) 미술관
기계설계를 전공하고 소음, 방음 관련 사업을 해오던 곽종일(61) 씨는 중년을 지나며 건강과 노후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심신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요가 명상을 시작했는데, 그러던 중 숲이라는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숲을 벗 삼아 자연에서 요가 명상을 하면 좋겠더라고요. 기왕이면 나만의 즐거움이 아닌 다른 이들과도 나눌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죠. 고민 끝에 숲해설가를 준비했고, 자격증 취득 후 유아숲지도사, 숲길등산지도사 자격도 차례로 땄습니다. 한 자격당 1년 정도씩은 걸린 것 같아요.” 산림교
마을 뒤로는 신록이 사태처럼 일렁거리는 큰 산. 앞쪽엔 물고기들 떼 지어 노니는 냇물. 보기 드문 길지(吉地)다. 동구엔 수백 살 나이를 자신 노송 숲이 있어 오래된 마을의 듬직한 기풍을 대변한다. 겨우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였으니 한눈에 살갑다. 마을 여기저기로 휘며 돌며 이어지는 돌담길은 야트막해 정겹다. 이 아늑한 산촌에 심히 고생을 하는 농부가 있다. 경기도 일산에 살았던 그는 특별한 준비 없이 귀농했다. 귀농을 좀은 만만하게 봤을까? 혹은, 매사 서둘러 일단 일을 저질러놓고 보는 배짱의 소유자일까? 물론 그가 무작정 시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등을 가름하며 나만의 영역을 완성하는 것이 인생이다. 삶의 다양성만큼이나 개개인마다 가지각색의 취향도 있게 마련. 유독 찾아드는 아지트를 보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묻어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을 거쳐간 셀럽들에게 공간 초월 당신만의 아지트에 대해 물어봤다. 작품 찾아 떠나는 길목 ‘정독도서관’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 2014년부터 줄곧 서울시극단 단장을 맡아온 김광보 연출가의 아지트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정독도서관이다. “제가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가서 공부하는 곳입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등을 가름하며 나만의 영역을 완성하는 것이 인생이다. 삶의 다양성만큼이나 개개인마다 가지각색의 취향도 있게 마련. 유독 찾아드는 아지트를 보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묻어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을 거쳐간 셀럽들에게 공간 초월 당신만의 아지트에 대해 물어봤다. “우리 집이 아지트다” 엄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생리학 학자이자 심혈관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엄융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집이 아지트”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우리 집에 몇 명
건강한 에너지가 샘솟는 석주화 씨의 모습을 보면 70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노인이 닮고 싶은 멘토’가 되는 것이 바람이라는 그녀는 노노케어 분야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국가자격증인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민간자격증인 인지행동심리상담사, 노인두뇌훈련지도사 등 석 씨가 취득하고 수료한 자격증 개수는 무려 37개에 이른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현재의 진로를 택하기까지는 나름의 계기가 있었다. “15년 정도 아파트 총무를 맡았는데,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얘기 들어주고 분쟁 생기면 조율해주는 게 일이었어요.
오후 9시가 훨씬 넘어서 일산 보니따에 나타난 이원근(56) 대표. 삼겹살 식당을 여섯 곳이나 운영하는 7년 차 요식업계 사장님이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식당에서 써야 할 파김치 200단을 담고 왔다며 사진을 보여준다. “춤을 알기 전에는 등산에 빠져 네팔에서 1년 동안 트레킹하며 살았어요. 매주 토요일이면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과 새벽 조깅도 해요.” 매년 히말라야 트레킹에 마라톤 대회도 준비하는 이원근 씨. 롯데호텔 일식 요리사와 외제차 영업맨 출신의 삼겹살집 사장과 라틴댄스는 왠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강물에 패이고 풍파를 이겨내며 살아온 세월. 아팠던 일은 아프지 않게 마음 속에 저장한다. 잊고 싶은 순간은… 담담하게 그 자리에 내려놓는다. 과거는 낭만으로 포장돼 기억되기 마련. 그게 나이 듦의 특권일 수도 있다. 평양식 맛집으로 소문 자자한 봉화전 주인장 김봉화(金鳳華) 씨를 만났다. 고운 얼굴 수줍은 미소가 기억하는 옛 추억 속으로 시간여행을 해봤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에 내려 멀지 않은 거리에 봉화전이 있다. 강남이라고 해서 멋들어진 건물 자태 운운하면 곤란하다. 건물만 똑 떼어 어느 시골 마을 장터에 갖다 놔도
2019년은 국제주기율표의 해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외워봤을 주기율표가 탄생한 지도 어느덧 150년. 최초의 주기율표에는 60여 개의 원소뿐이었지만,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으로 오늘날 118개의 원소가 채워졌다. 그리고 올해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 50주년이 된 세계적인 화학자 진정일(陳政一·77)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 소년의 꿈으로 시작된 과학자의 길은 수많은 청소년의 꿈이 되어 우리나라 과학사의 면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이들이 과학자를 꿈꾸길 바라며 ‘진정일 교수의 교실 밖 화학 이야기’, ‘진정일 교수가 풀어놓는
‘바람에 실려’, ‘밤에 떠난 여인’ 등으로 7080세대 청년들의 마음을 울렸던 하남석. 최근 24세의 나이로 사망한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 ‘천화’와 나이 들어서도 꿈을 꾸는 청춘의 노래 ‘황혼의 향기’가 유튜브에 소개되며 그가 다시 대중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철학을 표현하는 올곧은 뮤지션으로 여전히 노래를 부르는 그는 1949년생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은 정신으로 무장해 있었다. 여전히 지혜와 담론이 담긴 노래를 부르길 멈추지 않겠다는 몽상가, 칠순의 하남석이 꾸는 꿈은 무엇인
한국 육상 단거리 최초 아시안게임 금메달, 최초의 아시안게임 2연패, 아시아 육상 최초 유니버시아드대회 메달 수상 등 그의 이름 앞에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1980년대, 육상 불모지인 한국에서 오롯이 두 다리로 최초의 기록들을 세운 장재근(張在槿·58) 서울시청 육상 감독을 만났다. 무관심 속 탄생한 한국 스프린터 장재근은 스스로 자신을 ‘육상계의 깜짝 스타’라고 표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배구부가 없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이게 된 종목이 육상이었다. 그때의 선택이 그의 인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트랙 위를 걷는 사람들. 작은 호수를 돌며 오순도순 얘기 나누는 모습이 정겨운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의 보라매공원. 이들 사이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 파고라가 보이는데 안에서는 큰 부대(?)를 이뤄 시니어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1년, 열두 달, 365일.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넘게 모이는 곳. 장기판이 그럴싸하게 탁자 위에 놓여있고 밤에 불도 켜지면서 장기 성지로써의 모습을 갖췄다. 유유자적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사)대한장기연맹 경기운영부위원장이자 보라
주말 저녁,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드라마를 보다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저 배우가 엄청 즐기고 있구나! 한참 나이 어린 배역에게 ‘아버지’나 ‘오빠’를 연발했다. 심심하면 욕설에 머리채를 끄잡는데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명희야, 원혁이 번호 땄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106부작의 마지막 대사도 그녀 몫이었다. 지금까지 드라마 속에서 무던하게 녹아 있던 그녀. 이번만은 달랐다. 지난 3월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귀여운(?) 치매 환자 박금병 역으로 사랑받은 배우 정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