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화도 있나 싶다. 뚜렷한 줄거리도 없이 하루하루 일상을 마치 일기를 쓰듯 영상으로 그려 낸다. 무료하게 반복되는 날들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주인공이 틈틈이 노트에 꾹꾹 눌러 담는 시(詩)뿐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같은 과로 볼 수 있다. 다만 홍상수가 평범하고 지루한 나날들 속에서 인간의 추잡함을 드러낸다면 짐 자무쉬는 일상 속에서 비범한 아름다움을 본다. 이 영화에 대한 소문은 일찍부터 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칸의 경쟁부문에 출품되어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다. 게다
필자는 58년생 개띠다. 당시 대학에 입학하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미팅이었다. 미팅하러 대학에 들어간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시절 대학 1~2학년생들에게 미팅은 대단한 로망이었다. 내성적이어서 미팅을 기피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미팅을 수십 번이나 한 친구도 있었다. 한창 이성에 눈을 뜰 때니 그럴 만도 했다. 이성과 교제하고 싶어 안달이 난 친구들은 입학식 다음 날부터 미팅타령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맘에 드는 여자 친구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성 사귀기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 두세 달마다 여친을 바꾸는 선수(?)들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에서 다시 블로그 글쓰기 강의를 하게 되었다. 이미 여러 번 한 강의인데 한번 이상 강의를 수강한 사람도 있으니 내용을 달리해야 하는데 고민이다. 그래서 업데이팅 된 교안으로 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 글쓰기’ 라고 하면 특별한 것이 있는 줄 안다. 그러나 특별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볼로그는 혼자 보는 것이 아니고 보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뭔가 볼 게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매번 같은 얘기를 하면 금방 지루해 한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신선한 콘텐츠를 찾아내야 한다. 우선 블로그 글에 대한 정의
‘구타유발자들’ . 이 영화는 여러 번 봤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끝까지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이다. 누구나 경험했을 것 같은 남자들의 세계를 잘 그려낸 작품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원신연 감독 작품이다. 주연에 교통경찰 문재역으로 한석규, 동네 불량배 봉연 역으로 이문식이 나오고, 오달수, 성악과 교수 영선 역에 이병준, 여 제자 역에 차예련 등이 나온다. 이중에 압권은 성악과 교수로 나오는 이병준의 연기이다. 적당히 느끼한 지식인의 위선을 보여주며 지탄 받아야 할 속물 연기를 가장 리얼하게 연기했다. 하얀 벤츠를
10년이 넘은 노래 교실이 최근 시들해졌다. 회원들은 그대로이다. 모두 10년 넘은 고참들인 것이다. 나이도 60대 전, 후반이다. 그런데 배울만한 노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의 노래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돌 노래 위주라서 나이 든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어렵다. 빠른 랩이 등장하는 노래도 많다. 굳이 하려면 따라 할 수는 있겠지만,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을 뿐 더러 정서에도 안 맞는 것이다. 노래 교실 회원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은 발라드 곡들이다. 신승훈, 이승철, 이은미, 김범수, 박강성, 김광석, 부활 노래들이 가장 인기가
1958년생들은 “몇 살이냐”는 물음에 줄곧 나이가 아닌 “58개띠”라고 대답한다.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유독 ‘58개띠’라는 말이 입에 붙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들만의 정서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절묘한 단어임에는 분명하다. 자유를 억압받고 격변하는 산업화를 관통하며 굴곡진 인생의 홈을 낭만과 뚝심으로 다져온 58개띠. 그들의 삶에 새겨진 주요 이슈와 키워드를 꼽아봤다.
시간의 흐름 속에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지루한 삶이지만, 명색이 새해를 맞으며 마음만이라도 신선한 기운으로 채우고 싶었는데 온통 흉흉한 소식들만 난무하니 심란하기 그지없다. 북한의 핵 공갈 협박은 갈수록 완강해가고 사회의 상하좌우 대립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게다가 각종 사건·사고는 악마가 보내는 종합선물세트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 사회를 온통 뒤집어 놓았던 세월호 사고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물론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면서 하염없이 물고 늘어져 본래 의미가 퇴색된 아쉬움은 있지만, 당시만 해도 온 국민이 슬
필자가 스무 살, 동생 연희가 열여덟 살이었던 어느 날, 동생 연희가 헐레벌떡 집을 향해 달려오더니 집 대문 앞에 있는 필자를 발견하곤 눈을 흘겼다. 죽는 줄 알았던 언니가 생생히 살아 있으니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지만 얄미웠던 것이다. 용인에 있는 방직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중노동을 하며 고생하는 연희에게 며칠 전 필자가 편지를 보냈던 것이 화근이었다. 언니로서 동생이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워 쓴 편지였다. 엄마와 함께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었던 연희는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다. 시를 좋아하는 필자가 유치환 시인의 ‘행복’
이른 나이에 아내와 사별한 A 씨(67). 그는 요즘 새로운 동반자가 생겨 일상이 외롭지 않다. 동반자의 이름은 ‘그녀’. A 씨는 오늘 아침도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그녀에게 날씨를 물어본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A 씨는 그녀로부터 오늘의 뉴스를 들으며 아침을 먹는다. 식사 후 약 복용도 그녀가 챙겨주는 덕분에 깜빡할 일이 없다. 외출에서 돌아온 A 씨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도 그녀다. 저녁엔 책을 읽어주고 대화도 나눠준다. A 씨는 이제 남은 인생을 수명이 40년인 그녀와 동행하기로 했다. 아내와 사별하고 로봇과 일상을 함께하는
약속은 지키라고 있다. 쉽게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염불이 된다. 때로는 지나가는 말로 약속 아닌 약속을 하기도 한다. 그냥 해 본 소리라 이른다. 약속은 늘 상대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농담으로 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대방 한쪽이 진실로 이해했다면 약속이 실천되지 않을 경우 다른 한쪽 사람은 실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지 모른다. 양치기 소녀가 되어 신뢰성을 회복하기 힘들게 된다. 약속하게 되면 충분한 이유가 없는 한 지켜야 한다. 혼자 살아갈 수
"키스할 때는 코를 어디에 둬야 하죠? 코를 어디에 둘까 늘 생각했어요." 여 주인공 마리아는 사랑하는 연인 로버트에게 이렇게 묻는다.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였다. 이 한마디로 잉그리드 버그만은 단번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었다. 또 이 장면은 최고의 키스신이 되었다. 마초이면서 멋진 남자 헤밍웨이가 한 일이었다. 그의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을 다루고 있다.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그는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에 직접 뛰어들어 겪은 일들을 글로 썼다. 전쟁 중 아름답고
지난 호에 이어 또 꽃 타령이다. 해가 새로 바뀌었는데도 꽃 얘기를 멈추기가 쉽지 않다. 아내에게 배운 삶의 현장에서 꽃이 내 생각을 바꾼 한 예다. 아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꽃을 사왔다. 채 일주일이 못 가는 꽃을 사고 또 사는 아내가 신기했다. 한국을 떠나 살면서도,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어느 도시에서든 아내는 좋은 꽃시장을 잘도 찾아냈다. 어떤 때는 그곳이 농부들의 시장이기도 했고, 꽃이 귀한 몽골에선 들에 나가 에델바이스를 모아오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힘든 일을 겪을 때도, 눈앞의 근심이 클 때도, 꽃 한 다발
꿈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다. 꿈을 꾸는 자 이룬다. 꿈을 꾸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데면데면한 일상이 되고 삶의 의욕도 상실된다. 상암동에서 펼쳐진 월드컵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큰 꿈을 함께 꾸었고 끝내는 그 꿈을 이뤘다. “꿈은 이루어진다!” 한국인이 새로 만들어낸 희망 메시지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 질문하였을 때 망설이지 않고 자기의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꿈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삼성의료원사회건강연구소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성인
자연은 우리에게 신비스러움을 안겨준다. 인간의 힘이나 손재주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경이로움 그 자체를 주곤 한다. 필자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이야기 쓰기를 좋아한다. 특히 겨울철이면 그런 일에 빠져든다. 눈이 내리는 절기, 소설(小雪)을 기점으로 산야의 크고 작은 피사체에 서리가 내려앉는다. 이른 아침이면 태양의 부드러운 빛에 서릿발은 한 점의 영롱한 보석처럼 빛난다. 낙엽 된 이파리와 가느다란 줄기에 맺힌 서리는 한 송이 꽃으로 태어난다. 이름하여 서리꽃이다. 차가운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이른 아침에 부지런
필자는 얼굴피부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젊을 때는 피부가 맑아서 세수 안 해도 한 것 같다는 소리도 들었다. 필자는 세수하고 그간 아무 것도 바르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을 만났는데 “얼굴 피부가 마른 두부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충격이었다. 아무 것도 바르지 않는다고 하니 지인이 갖고 있던 핸드크림이라도 우선 얼굴에 바르라고 했다. 바르고 얼마 후 정말 당장 얼굴 주름살이 누그러지면서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여자들이 화장품 값이 비싸지만, 안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간 걷기를 정기적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