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5

치료보다 힘든 보험…환자 울리는 ‘실손보험의 벽’

입력 2026-03-25 15:45

약관 축소 해석·자문 강제 등 지급 거절 구조 확인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증질환자 피해사례를 통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박지수 기자 jsp@)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증질환자 피해사례를 통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박지수 기자 jsp@)

실손보험이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안전망으로 자리 잡았지만 중증질환 환자에게는 오히려 치료를 가로막는 또 다른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금 지급 거절과 분쟁이 반복되면서 환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조국혁신당 김선민·신장식 의원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주최한 ‘중증질환자 피해사례를 통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며 약 4000만 명이 가입한 대표 금융 상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중증질환자에게는 오히려 분쟁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최태형 변호사(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받지 못하는 비급여와 본인부담금을 보완하는 사적 안전망으로 설계됐지만, 지급 거절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환자들은 치료비 부담과 소송 스트레스, 치료 지연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사례 분석에서도 문제는 수치로 확인된다. 최근 상담 및 소송 사례 74건을 분석한 결과 약관과 다른 안내 또는 축소 해석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암의 전이·재발 소견 요구 16건, 제3의료기관 자문 강제 15건, 판례를 자의적으로 인용한 사례 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일부 사례에서는 특정 병원 치료를 배제하거나 치료 포기를 요구하는 특약까지 강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의 핵심 원인은 약관 해석 충돌이다. 실손보험 약관은 ‘질병으로 입원해 치료받은 경우’로 규정돼 있지만, 보험사가 ‘치료의 직접성’이나 ‘입원의 필요성’ 등 추가 조건을 붙여 해석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약관에 없는 조건을 임의로 추가해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24일 '중증질환자 피해사례를 통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최태형 변호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24일 '중증질환자 피해사례를 통한 실손보험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최태형 변호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지급 기준의 모호성도 문제로 꼽았다. 동일한 질환과 치료여도 담당자나 심사 기준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수령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기존에 문제없이 지급되던 보험금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유사한 환자 간에도 결과가 다른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장년층의 부담은 더 크게 나타난다. 치료와 동시에 법적 대응까지 요구되는 구조 속에서 대응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치료받기도 벅찬 상황에서 소송까지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포기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며 “최근에는 보험사가 기존 지급 보험금을 반환하라는 소송까지 제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3의료기관 자문 제도 역시 분쟁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보험사가 선정한 기관 중심으로 자문이 이뤄지면서 객관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자문 동의를 거부하면 보험금 지급이 중단되는 구조는 환자에게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것”이라며 “자문 결과도 환자별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태형 변호사는 위와 같은 실손보험 분쟁을 줄이기 위한 개선 과제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 약관 해석 가이드 라인 마련 △ 제3의료기관 자문 투명성 강화 △ 소송 억제 장치 도입 △ 감독·모니터링 강화다. 그는 “보험은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며 “환자 보호 중심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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