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도 못 고치는 병을 병원에서 고친다고 하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사람들이 마음 놓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나쁜 병들을 모두 없애주면 좋겠습니다.”
안암동 거주민 한종섭 여사가 환자로 반평생 인연을 맺어온 고려대의료원에 의학발전기금으로 5억65만 원을 기부했다.
올해 89세 할머니인 한종섭 여사는 6·25전쟁 중인 1951년 1·4 후퇴 당시 가족을 잃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왔다. 당시 포화와 추위를 힘겹게 견뎌냈다. 특히 빈털털이나 다름없는 남한 생활에서 특유의 성실함과 사업 수완을 발휘해 실 공장을 운영하며 자녀 6남매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이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살면서 지역 주민으로서 반평생 고대의료원과 인연을 맺었다.
한 여사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안암동 건물을 처분해 기부금을 냈다.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기부여서 더욱 빛을 발했다.
한 여사는 “예전부터 결심한 기부를 이제야 할 수 있어서 아주 후련하다"며 "돈이 많아서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고려대병원이 좋아서 기부했다. 예전에 전염병이 돌 때도 고려대병원이 앞장서서 노력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못 먹고 못 살 때는 병보다 배고픈 게 더 무서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세상이 아니기에 사람들이 마음 놓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고려대병원이 나쁜 병들을 모두 없애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택 고려대학교 총장은 “한종섭 여사님의 의미있는 기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평생동안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신 모습, 베풀고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모습에 깊은 존경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김영훈 의료원장은 “한종섭 여사님이 보여준 고려대의료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고려대의료원이 한 여사님 바람처럼 전염병 없는 세상을 구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