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코엑스는 미술을 향한 열기로 가득했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 아트페어가 동시에 열리며, 프리즈에 약 7만 명, 키아프에는 8만 2000여 명이 방문해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임을 입증했다.

아트페어(Art Fair)는 미술 장터이자 박람회로, 1970년 스위스 바젤에서 시작된 아트바젤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프리즈(Frieze)는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현대미술 중심의 아트페어로, 2022년 서울이 아시아 최초 개최지로 선정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프리즈 서울’은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키아프(Kiaf) 서울’과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열려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영향력 있는 갤러리 작품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아트페어인 만큼 참가 갤러리들은 작품을 전시하고 동시에 거래했다. 세계적인 갤러리 하우저앤드워스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을 약 62억 원(450만 달러)에 판매하는 등, 프리즈 서울에서만 총 1000억 원 규모의 거래가 성사됐다. 국내 작가들의 활약도 이어져 김환기의 ‘달과 구름’은 20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았고, 수십만 원대 드로잉부터 수억 원대 회화까지 폭넓은 가격대의 작품이 판매됐다.
아트페어 하면 흔히 ‘부자들만의 행사’라는 편견이 있지만, 현장은 달랐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아이 손을 잡은 부모, MZ세대, 40~60대 애호가, 은퇴 후 여유를 즐기는 시니어까지 사회 각계각층을 망라했다. 관람객은 작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아트페어는 갤러리 직원에게 직접 작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자, 미술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살아 있는 강의실이다.
행사는 끝났지만, 최고가 거래 작가인 마크 브래드포드의 전시는 계속 이어진다. 어느 멋진 가을날,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예술의 감성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마크 브래드포드
1961년생 마크 브래드포드는 미국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회적 추상화의 개척자로 꼽힌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다양한 커뮤니티와 삶의 이야기를 접한 그는 흑인·퀴어·도시 하층민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작업 토대로 삼았다. 인종·계층·젠더·도시 공간의 복잡한 문제를 추상회화로 풀어내며, 사회적 메시지를 재료와 질감 속에 담아내고 있다.
마크 브래드포드, 3부작 ‘Okay, then I apologize’, 2025, 하우저앤드워스, 프리즈 서울.

우고 론디노네
1964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는 우고 론디노네는 회화·조각·설치·사진을 아우르며 자연과 인간, 시간과 공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탐구해온 세계적 작가다. 그는 자연물인 ‘돌’에 환상적인 색을 입혀 그 안의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드러내며, 동시에 예술과 자기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번 키아프 서울에서 선보인 돌 설치작품이 모두 완판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우고 론디노네, ‘컬러 마운틴’ 조각 시리즈, 국제갤러리, 키아프 서울.

박서보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특히 주목받은 부스는 ‘PARK SEO-BO × LG OLED TV : 자연에서 빌려온 色’이다. 1931년생 故 박서보의 색채 세계를 디지털로 구현해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그는 6·25전쟁 이후 한국 1세대 추상화가로 자리매김했으며, 대표작인 ‘묘법’ 시리즈는 동양사상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추상을 정신적 차원으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즈 서울의 ‘PARK SEO-BO × LG OLED TV : 자연에서 빌려온 色’ 부스 전경.

시오타 치하루
일본 출신으로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시오타 치하루는 붓과 물감 대신 실을 사용해 공간을 직조하듯 작품을 만들어왔다. 두 차례의 암 투병과 유산을 겪으며 죽음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그녀는 이후 붉은 실타래로 인간의 혈관과 삶의 관계를 형상화하며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한국인 남편과의 인연으로 한국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단순히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 세계에 매료된 관람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시오타 치하루, ‘Emdless line’, 가나아트, 키아프 서울.
마크 브래드포드 전시 정보기간: ~ 2026년 1월 25일(일) , 매주 월요일, 1/1, 설 연휴 휴관
시간: 10:00~18:00(미술관 사이트에서 사전 예약 또는 현장 방문)
장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00)
관람 요금: 8000원 ~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