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으로 드러난 의료비 민낯…“전공의 이탈에도 사망률 큰 변화 없어”

입력 2025-10-27 19:00

정재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이탈 때 사망률 변화 분석

“전공의 부재에도 전체 사망률 변화 안정적 유지, 평소 의료서비스 불필요했을 수도”

▲사직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1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들은 채용 공고를 확정해 올린 뒤 자체 일정에 따라 이날부터 29일까지 인턴과 레지던트를 선발한다. 조현호 기자 hyunho@(이투데이DB)
▲사직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1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들은 채용 공고를 확정해 올린 뒤 자체 일정에 따라 이날부터 29일까지 인턴과 레지던트를 선발한다. 조현호 기자 hyunho@(이투데이DB)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해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축소됐던 기간, 전체 사망률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공의 공백으로 의료서비스가 예년보다 위축된 만큼 사망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망률이 의외로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이다.

정재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24일 윈덤그랜드 부산에서 열린 2025년 대한예방의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낭비적 의료이용과 적정진료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자로 나서 “의정 갈등 기간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및 외래 이용량은 급감했으나 이 기간 전체 인구의 사망률은 예년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전공의 부재 기간에 전체 사망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점을 주목했다. 그는 “평시 상급종합병원에서 제공되던 의료 서비스 중 상당 부분이 사망률 감소에 기여하지 않는 불필요한 의료였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며 “특히, 임종기 환자에게 집중되었던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자원이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병원 이용량이 줄었음에도 사망률이 유지됐다는 것은 그동안 제공돼 온 진료 중 상당 부분이 실제 생명 연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의정 갈등이라는 사회적 충격은 역설적으로 우리 의료체계 내 비효율성을 드러내고, 불필요한 의료를 줄이며 필수의료 중심으로 자원을 재분배해야 할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향후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중증·필수의료 중심으로 재정립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포괄적 돌봄 및 호스피스 완화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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