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일본에서는 농촌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 여파로 전국 곳곳에서 학교가 사라지는 흐름 속에서 도치기현 나스마치는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문을 닫은 초등학교를 고령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복합 커뮤니티로 바꾼 ‘나스 마치즈쿠리 광장(那須まちづくり広場)’은 미래형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도쿄에서 도호쿠 신칸센을 타고 신시라카와역(新白河駅)에 내리면, 인적 드문 시골 역의 고요함이 먼저 다가온다. 택시 한 대 잡는 데 20분 이상 걸릴 만큼 외진 곳. 겨우 택시를 타고 20여 분을 달려 숲길을 벗어나자, 불현듯 나타나는 ‘시설’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도치기현 나스마치(那須町)의 나스 마치즈쿠리 광장이다.

폐교를 ‘자산’으로 바꾼 도전
일본은 저출산과 인구 감소로 인해 2000년 이후 9000곳이 넘는 학교가 문을 닫았다. 철거하자니 비용이 들고 방치하자니 또 비용이 드는 폐교는 오랫동안 지역사회의 ‘골칫덩이’로 여겨졌다.
그러나 나스 마치즈쿠리 광장은 그 통념을 뒤집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초등학교가 고령자가 안심하고 생활하며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희망의 거점’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이는 고령자 주거·복지 분야에서 40년간 활동한 지카야마 케이코(近山恵子) 씨다. 그는 고향 나스에서 평생의 경험을 집대성하고자 폐교 활용 공모에 도전했다. 활용 계획을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고,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으며, 4000만 엔의(약 3억 7726만 원) 자금을 모아 폐교를 개조해 2018년에 나스 마치즈쿠리 광장을 열었다.
개설 초기에는 임원 보수조차 지급되지 않았지만, 은행과 지인으로부터 융자를 받아 교사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고 교정에는 주택을 건설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견학객이 찾아오는 인기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지카야마 씨의 바람은 명확하다.
“나이가 들어도, 병을 안고 살아도, 누구도 고립되지 않고 자신답게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작은 마을을 그대로 담은 공간
교문을 지나면 다소 어수선해 보이지만, 곧 이곳이 주거·일터·배움·문화를 아우른 ‘작은 마을’임을 실감하게 된다.
교실과 교무실은 점포, 숙박 시설, 공유 오피스로 개조했고, 카페와 베이커리, 아트 갤러리, 마르셰(장터), 심지어 콘서트홀까지 들어섰다. 카페에서는 지역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즐길 수 있어 마을 사람과 외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운영이사 가부라키(鏑木) 씨는 힘주어 말한다.
“돌봄이 필요한 분들의 주거는 26가구지만, 자립형 고령자 주거는 81가구입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기에 지역 경제도 돌아가는 겁니다.”
즉 이곳은 보호를 위한 시설이 아니라, 고령자가 역할을 유지하며 사회와 연결되는 장이다. 입주자는 카페, 마르셰,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수입을 얻고, 데이서비스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송영 차량 운전에도 참여한다. 나이가 들어도 사회적 역할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이 마을의 핵심 가치다.

다양한 주거 유형
나스 마치즈쿠리 광장에는 자립형 고령자를 위한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 임종까지 돌봄이 가능한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 자녀 양육 세대의 입주도 거절하지 않는 다세대 임대 세이프티넷 주택 등 다양한 주거 모델이 공존한다.
나스 1(81가구)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사코주, サ高住). 365일 직원이 상주하며 매일 안부 확인과 긴급 시 대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60세 이상 자립 생활자의 구역으로, 일이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거나 가정 텃밭을 즐길 수도 있다.
나스 2(26가구)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 요양등급 1(한국 장기요양등급 4~5에 해당) 이상을 받은 사람이 입주할 수 있다. 24시간 상주 직원이 개별 케어 플랜에 따라 돌봄, 건강관리, 식사, 목욕 등을 지원한다.

나스 3(13세대) 고령자와 자녀 양육 세대가 함께 사는 다세대 임대 세이프티넷 주택.
입주민의 일상은 곧 일이 된다. 카페 운영, 자원봉사, 송영 차량 운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와 연결된다. 특히 독신 고령자가 많아 서로를 ‘친구 가족’으로 삼으며, 얼굴을 맞대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생활과 비용 구조
주거 면적 원룸~2LDK(2룸형 아파트, 약 29.16~ 66.25㎡).
입주 비용 약 1347만~3020만 엔(약 1억 2701만 원~2억 8477만 원, 15년치 집세 선불, 16년째부터 무료). 보증금은 집세의 2개월분.
서포트 비용 안부 확인, 긴급 대응, 입·퇴원 동행, 송영 차량 이용 등 공통 서비스 비용으로 1인 입주는 월 4만 1000엔(약 38만 6000원), 2인 입주는 월 5만 7500엔(약 54만 2000원, 생활비 별도).
식사 카페 아침·점심은 550엔(약 5100원), 저녁은 770엔(약 7200원). 각 세대 주방에서 자취 가능.
임대료는 기업에서 일해온 여성의 평균 연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했다.
싱글 여성도 마지막 보금자리에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은 고령 여성의 현실에 밀착한 운영 측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고령자 주택의 입주자 70%는 여성이다.
주민들의 요양·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나스 마치즈쿠리 광장과 인근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며 스스로 균형을 잡아 생활한다.
옛 교실이나 수영장 개조, 서비스형 고령자 주택 건축 등은 국고 보조를 받고 있지만, 광장의 운영은 독립 채산으로 이루어진다. 재무제표는 입주자에게 공개되어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나스 내에 의료 스태프가 상주하진 않지만, 요양보험 제도를 통해 정기적으로 방문 간호를 받을 수 있다.

온천을 활용한 미래 구상
옛 교사 건물 안에는 친구나 가족은 물론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편백나무 욕조를 갖춘 데이서비스(주간보호센터) 시설도 있다. 카페, 마르셰, 콘서트홀 등을 찾는 이는 고령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젊은이와 관광객도 드나들며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국토교통대신상, 2022년 총무대신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전국은 물론 한국, 중국, 호주 등 해외에서도 시찰단이 방문하고 있다. 홍보 담당 아오키 씨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견학이 있다”라고 말한다.
나스 지역에는 유서 깊은 온천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1300년의 역사를 지닌 ‘시카노유(鹿の湯)’를 비롯해 이름난 온천도 많다. 가부라키 씨는 “이 자원을 살려 온천을 갖춘 곳과 나스 마치즈쿠리 광장처럼 폐교를 개조한 곳을 공생 커뮤니티를 추가로 두 곳 더 만들기로 결정돼 있다”고 말했다.

인생 100년 시대의 마을
나스 마치즈쿠리 광장은 고령화, 폐교 문제, 지역 활성화라는 일본 사회의 난제를 한 마을 안에서 풀어낸 모델이다. 요양·주거·일·건강을 융합한 차세대 거점이다.
이곳에는 ‘배제’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령자, 자녀를 키우는 세대, 젊은이, 장애인, 일하고 싶은 사람,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사람 등 많은 이들이 함께 살아간다.
물론 공생이 언제나 평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지탱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기에, 고독이나 고립은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생 100년 시대, 폐교를 ‘부정적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희망의 마을’로 재생시킨 지혜와 열정. 나스 마치즈쿠리 광장은 그 미래상을 힘차게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