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며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가 느릿하게 성수동의 거리를 가로질렀다.
노인의 굽은 허리와 깊은 주름을 담아낸 '고물 수레' 공연은 13일 성동구에서 열린 '제3회 자원재생활동가 컨퍼런스'의 사전 행사 모습이다.
이날 열린 행사는 초고령사회에서 폐지 수거 노인(자원재생활동가)이 처한 현실을 조명하고 이를 둘러싼 정부의 지원 체계의 공백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의 첫 순서는 '고물 수레' 공연을 연출한 마린보이 작가의 토크였다. 마린보이 작가는 폐지를 줍는 노인의 움직임을 관찰해 로봇으로 제작한 작업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폐지 수거 노인을 연민의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우리보다 시대를 앞서 살아나간 사람의 경제 활동이고 도시 풍경으로 지나치는 게 아쉬웠다"라며 "그들의 모습을 한순간이라도 제대로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진 1부 키노트에서는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의 저자인 김민섭 작가가 무대에 올랐다.
김 작가는 폐지 수거 노인의 현황을 다루기보다는 사회가 타인을 바라보는 태도인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지만 동시에 인간이기 때문에 이타적인 결과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며 다정함의 가치를 강조했다.

2부 강연에서는 한국노인연구원의 배재윤 박사가 폐지 수거 노인을 둘러싼 정부 지원 체계에 대해 짚었다. 배 박사는 현재 폐지 수거 노인의 전수조사 방법 한계를 설명하며 "정부의 폐지 수거 노인과 관련된 종합 지원 대책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폐지 수거 노인들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하기에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 통합 지원 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3부에서는 행사를 주관한 러블리 페이퍼 김유진 부대표의 강연이 진행됐다. 김 부대표는 폐지 수거 노인과 청년의 만남을 통한 정서적 지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러블리 페이퍼는 문화예술심리치유와 친환경 플로깅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플로깅 캠페인을 통해 "어르신들이 청년들과 짝을 맞춰 선생님처럼 폐지 분류 요령을 알려주고 어떤 재료는 줍지 말아야 하는지 등을 설명하면서 눈에 띄게 자신감이 높아졌다"라고 전했다.
김 부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러블리 페이퍼만의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어디든 확장할 수 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기관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해 폐지 수거 노인을 자원재생활동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숭의종합사회복지관 박애진 사회복지사가 무대에 올라 폐지 수거 노인들의 일상생활과 자립을 돕기 위해 운영 중인 '행복 드림 프로그램'의 현황과 성과를 소개했고 시민활동가인 윤현묵씨가 '무관심의 시대에 함께함이란' 제목으로 봉사활동을 통한 나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행사가 해마다 어떻게 달라지고 있느냐의 물음에 러블리 페이퍼 김유진 부대표는 "처음에는 연구자나 정책 담당자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개인 활동가, 지역 단체 등 참여가 훨씬 다양해졌다"라며 "앞으로는 더 많은 시민이 찾아와 서로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 자리'로 발전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2023년부터 열려온 행사는 폐지 수거 노인의 삶은 더 이상 연민할 대상이 아니라 지역을 지키고 자원 순환을 실천하는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가진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 시민들의 인식, 노인 일자리 등이 초고령사회라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 지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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