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우리나라는 ‘장수 사회’에 들어섰습니다. 어느 치과 전문의가 “치료 영역에 임플란트를 도입하면서 장수 시대가 열렸다”는 말을 할 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넓게 보면 의료복지제도 보편화를 비롯해 국내 의료계가 최첨단 진단 의료기기를 도입하는 등 높은 국제적 수준에 이르기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나이가 들면 복용해야 하는 약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시니어들의 불평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병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니, 다양한 약을 먹는 게 일상의 풍경이 된 것이지요. 이를 불평스럽고 귀찮게 생각하기보다 현대 의학의 혜택을 제대로 받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시니어들이 이 병원 저 병원 ‘쇼핑 투어’라도 하듯 찾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약을 무분별하게 처방받아 먹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런 행위는 반드시 삼가야 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제약할 수 있는 곳은 국민건강보험 같은 공공기관인데, 시니어들의 무분별한 약품 복용을 제대로 감독하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일찍이 사회복지제도가 자리 잡은 서유럽에서는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약품 오남용은 절대 금기 사항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약학(藥學, Phar- macology)을 1세기 전에는 독학(毒學, Toxicology)이라고 불렀습니다. 좋은 약도 무서운 독이 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용어입니다. 선진국인 미국 및 유럽 국가에서 이러한 개념 자체는 10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크게 변한 게 없습니다. 그만큼 의약품 오남용을 경계한다는 얘기입니다.
근래 각종 홍보 매체가 범람하는 가운데 사이비 ‘약품 광고’가 우리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특히 그 대상이 시니어일 때는 한탄스럽기까지 합니다. 우리 사회의 서글픈 일면입니다.
얼마 전 한 시니어가 “이 약초 드링크를 먹었더니 20년간 고생했던 혈압이 정상이 됐습니다. 드디어 혈압약에서 해방된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영상을 본 적 있습니다.

그 영상을 보는 순간 아찔했습니다. 고혈압 환자가 위급 상태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부분이 전문의가 처방한 혈압약을 끊고 ‘엉뚱한 약’을 복용해서라고 합니다. 너무나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필자는 심혈관 전문의의 권유에 따라 혈압약을 매일 10㎎씩 25년간 복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혈압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죠. 약리학적으로 살펴보면, 25년간 약효가 꾸준히 지속됐다는 것은 그만큼 약제가 안정적이라는 뜻입니다. 더욱이 하루에 복용하는 10㎎은 시각적으로 보면 매우 미량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변함없이 꾸준히 약효를 유지하면서 혈압을 관리해준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약제 가 실로 미량인 만큼 부작용도 매우 적을 거라는 약리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시니어들과 대화 나누다 보면 드물지 않게 이런 얘길 듣곤 합니다. “내가 이런 약을 꼭 먹어야 하나?” 그러면서 그런 약을 먹는다는 사실 때문에 ‘우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이른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시니어들이 건강한 여생을 보내려면 현대 의학이 제공하는 적절한 치료제를 믿고 의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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