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그린리더클럽초록우산 그린리더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내일을 밝히는 따뜻한 실천가들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독자가 일상에서 실현 가능한 작은 나눔의 방법을 함께 찾아보고자 합니다.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의 마음을 잠깐 멈춰 세우는 순간이 있다. 박재형 그린리더에게 그 순간은 ‘아이들은 혼자 살아가기 어렵다’는 단순한 문장이었다. 그 문장은 오래된 기억을 두드렸고, 작고 느린 나눔이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저 ‘누군가의 꿈을 응원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그의 삶을 천천히 바꾸기 시작했다.
박재형 그린리더는 코로나19 시기 마스크를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첫 기부를 시작했다. 학교가 멈추고 아이들이 답답해하던 시기였기에 사비를 들여 교실 곳곳에 트릭아트 그림을 설치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줄을 설 수 있도록 급식실 바닥엔 피아노 건반을 그려 넣었다. 그는 “작은 변화에 아이들이 신나게 웃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면서 미소 지어 보였다.
아이들은 혼자 살기 어렵습니다
박재형 그린리더가 기부의 방향을 ‘아동’으로 결정한 데는 “어른도 혼자 살기 힘든데, 능력이 없는 아이들은 얼마나 막막할까?”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세종의 한 보육원에서 자립을 준비하던 학생 이야기도 그를 붙잡았다. 밝게 지내던 아이였지만 졸업 후의 일상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였다고 한다. 그는 조용히 무기명 장학금을 학교를 통해 전달했고, 그 작은 실천이 더 큰 나눔으로 이어졌다.
지인을 통해 초록우산을 알게 됐지만, 참여를 결정한 것은 초록우산 세종지역본부에서 진행한 ‘핑크박스’ 결과 보고서 때문이었다.
“흔한 기부 보고서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손글씨 편지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아이가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돕겠다”고 적어 내려간 내용이 그를 한참 붙들었다. 박재형 그린리더는 그 순간을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전부가 되는 걸 깨달은 때”라고 말했다.

별처럼 빛나는 글, ‘별글 장학금’ 탄생
그의 나눔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생각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인문학 장학금 ‘별글(별처럼 빛나는 글)’을 초록우산 세종지역본부 팀원들과 함께 만들었다. 코딩이나 과학, 예체능처럼 눈에 보이는 성취가 주목받는 시대지만, 그는 사람의 마음과 시야를 넓혀주는 힘은 결국 인문학에서 나온다고 여겼다.
최초 10명의 학생을 선정할 때, 그는 지원서의 내용을 하나하나 읽으며 아이들의 상황을 상상했다.
“글에는 마음이 담기는데요, 모든 아이들 글에 ‘가족’과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들어 있었어요. 그게 참 예쁘더라고요.”
별글 장학금은 단순한 금전 지원이 아니다. 매달 책 한 권을 구매해 읽는 약속을 지키고, 남는 금액은 여행·체험·취미처럼 아이의 ‘삶을 넓히는 일’에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영수증도 제출할 필요 없다. 경험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다시 아이의 세계를 확장한다고 생각해서다.
“아이들을 ‘작가님’이라고 불러요. 그렇게 자존감을 채워주고 싶어서요.”
나눔은 함께 살아가는 연습
박재형 그린리더는 자신을 “특별하지 않은, 그저 평범한 어른”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렵다”며 “저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조용히 하고 싶다”면서 웃어 보였다.
그렇게 말하지만 그의 작은 실천은 주변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한 회사 대표는 1억 5000만 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했고, 또 다른 이는 신생아를 위한 보험기부 협약을 만들었다. 한 사람의 선행이 또 다른 선행을 부르는 ‘선순환’을 직접 목격한 순간이었다.
박재형 그린리더는 기부의 본질을 묻는 질문에 “기부는 특별한 게 아니라 마음을 보내는 것이다. 월 5000원이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은 “나눔은 같이 살아가는 연습”이라는 문장이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결국 내 삶을 들여다보고,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살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특히 50~60대가 기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가족을 위해 평생 달려오느라 자신의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세대이기에, 작은 나눔이 오히려 마음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부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기부는 누가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거예요. 한번 해보면 알아요.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큰돈을 내어 세상을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작은 손길이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하고, 어린 꿈을 지켜주고, 다시 일어설 용기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차가운 계절이 오면 우리는 종종 마음 한편의 온기를 떠올린다. 그 온기를 아주 조금만 꺼내어 건네는 일, 어쩌면 그것이 누군가의 내일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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