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Ashkenazyㆍ77)가 콘서트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아들 보브카(51)와의 듀오콘서트다.
아쉬케나지는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평가받고 있다. 1956년 그는 열아홉의 나이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우승했고, 스물다섯에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아쉬케나지는 1963년 서방으로 망명한다. 소련이 아이슬란드 출신인 그의 아내에게 국적 포기를 강용했기 때문이다.
약 51년이 지났다. 아쉬케나지는 요즘 러시아 국적 취득 절차를 밟고 있다. 26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소련이 붕괴한 지 20년이 지났잖아요. 러시아가 어디로 가는지 주의 깊게 지켜봤어요. 이젠 때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쉬케나지는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 해 여덟 살에 하이든 협주곡으로 모스크바에서 데뷔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ㆍ스크리아빈 등 러시아 음악 뿐 아니라 쇼팽ㆍ드뷔시에에도 뛰어난 피아니스트다. 1975년 지휘에 뛰어들어 로열 필하모닉, 체코 필하모닉, NHK 심포니, 시드니 심포니 등의 음악감독 및 수석 지휘자를 지냈다.
"고르바초프 덕분에 26년 만에 모스크바에 돌아갈 수 있었어요. 고르바초프와 함께 저녁을 하기로 얘기가 됐는데, 그날 오후 바쁜 일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비서에게 연락이 왔어요. 다음 날 아침 뉴스를 보니 왜 그랬는지 알겠더군요, 전날(11월 9일) 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거든요. 날아갈 듯 기뻤지요."
아쉬케나지는 로열 필하모닉을 이끌고 1989년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6년 전. 아쉬케나지의 아들 보브카는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런던신포니에타와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으로 데뷔했다. 1963년생인 보브카가 스무 살이 되던 해다.
다섯 남매 중 장남인 보브카도 아버지를 닮아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 특히 편곡에 재능을 보여 이번 공연에선 보로딘 오페라 ‘이고르 공’의 ‘폴로베츠인의 춤’을 2대의 피아노로 편곡한 작품을 듀오로 연주한다. 그가 아버지와의 듀오 공연에 대한 감회를 얘기했다.
"아버지와의 듀오가 부담스럽지 않으냐고요? 처음엔 그랬지만 지금은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예요. 어릴 때부터 늘 아버지 음악을 듣고 자랐으니까요."
▷아쉬케나지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749-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