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시절(1976~83년)에 납치ㆍ실종된 아기들을 찾아주는 인권단체 ‘5월 광장의 할머니들’ 대표 에스텔라 데 카를로토(83) 여사가 36년 만에 외손자를 찾았다.
좌파 무장단체에서 활동한 에스텔라의 딸 라우라 데 카를로토는 1977년 23세 때 임신 3개월 상태에서 체포돼 비밀수용소에 갇혀 1978년 6월 수용소에서 아들을 출산한 후 살해됐고 라우라의 아들은 강제 입양됐다.
당시 47세였던 에스텔라는 필사적으로 외손자를 찾기 시작했다. 수소문 끝에 외손자 생부를 만나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샘플을 유전자은행에 기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아르헨티나 대표팀 캠프를 방문한 에스텔라가 리오넬 메시 등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언론매체를 통해 사진이 아르헨티나 전국에 소개됐고 오래전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의심을 품던 외손자가 사진을 보고 유전자은행에 직접 찾아와 유전자 검사를 했다. 결과는 ‘99.999%’ 일치였다고 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들이 전했다.
군인 가정에서 ‘이그나시오 우르반’의 이름으로 성장한 외손자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서쪽으로 350㎞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진짜 가족을 찾으면 ‘기도 데 카를로토’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다.
에스텔라는 “찾은 외손자가 다른 손자들과 같이 음악가라며 (딸) 라우라도 하늘에서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도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도는 기쁘고 괜찮다고 말했으나 우리 가족은 기도가 우리를 만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