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맞으며] 금낭화가 피는 6월에 결혼하고 싶었는데...

기사입력 2016-05-09 16:43 기사수정 2016-06-22 13:00

봄이 되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꽃밭을 일구곤 했다. 꽃밭 가꾸기가 우리 집 연례 행사였기 때문이다. 받아 놓았던 꽃씨를 전부 꺼내서 뿌리고 물뿌리개로 물을 줘가며 내 동생들과 정성을 다해 열심히 만들었던 일들이 그립다. 또 꽃모종들을 동네를 다니며 얻어 와서 심기도 했다. 그 해에는 금낭화를 처음으로 담임선생님 집에서 모종으로 얻어 와서 심었다. 6월 정도에 꽃이 필거라 했다.

조롱조롱 주머니를 달고 피어나는 금낭화가 혹시라도 죽을까봐 자라나는 걸 거의 매일 관찰해가며 꽃이 피길 기다렸다. 묘한 꽃 분홍으로 피어나는 꽃이 너무도 예뻐서 어서 피어나라고 기도까지 해가며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는 절이나 깊은 산속에서도 가끔 만날 수 있는 앙증맞고도 귀여운 꽃이다. 우리 집 꽃밭은 예쁘게 꾸며 놓은 곳은 아니었다. 생각나는 대로 자기 마음대로 심고 가꿔서 들쑥날쑥 했다. 예를 들면 작은 키의 채송화가 피어 있는 곁에 엄청나게 많은 가지를 뻗치면서 한 무더기로 변하는 분꽃이 자리할 때도 있었고, 양귀비, 기생 꽃들이 마구 섞여 있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해엔 유독 금낭화만 맨 앞줄에 심어 놓고 기다렸었다.

봄을 알리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이 지며 민들레 오랑캐꽃이 만발하면서, 산에는 어느 덧 라일락과 아카시아가 피어 향기를 날렸다. 그 뒤를 이어 패랭이도 별별 색을 뽐내며 피어났고, 들판에는 보라색 꿀 꽃들이 가득 가득 무더기로 피어나면서 우리들에게 달콤한 꿀 간식을 선사하며 입을 즐겁게 해줬다. 그 즈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낭화도 꽃을 매달았다. 어찌나 신기하고 예쁜지 입가에 웃음은 절로 피어났고 매일매일 봐도 귀엽고 고왔다. 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 해서 더욱 더 가슴에 와 닿던, 여고시절의 수줍음과 별 이유도 없는 부끄러운 감정이 누구에겐가 들킬까 마음 졸이며 꽃을 보고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 탓이었을까 지금도 금낭화를 만나면 가슴에 설렘이 슬며시 지나가는 걸 느끼곤 한다.

난 혼자 금낭화를 보면서 그 꽃들이 복주머니라고 마음속에 꾹꾹 적어 놓고 믿었다. 내 맘대로 지은 복주머니 꽃이 피는 6월 신부가 되면 일생동안 복이 함께 할 거라는 웃기는 생각을 해가며 혼자 쿡쿡 대기도 했다. 그렇게 하리라 마음을 굳게 먹은 바는 아니었지만, 하고 싶다는 희망은 늘 지니고 살았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은 비밀이었다. 막상 결혼을 앞두고 나 혼자의 결정으로는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6월이 아닌 3월에 결혼을 했다. 그러나 지금도 금낭화를 만나면 내 옛날의 수줍던 마음으로 그리 될 것을 바라던 멋모르고 꿈만 꾸던 내가 보여 픽 웃음이 절로 나곤 한다. 나는 정말로 금낭화가 피는 6월에 결혼을 하고 싶어졌었다. 실수를 했나? 금낭화가 피는 6월에 결혼하고 싶었던 꿈이 아직도 마음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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